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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신화를 접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의 신화도 이렇게 다양화하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우리의 신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단군신화이고 그 다음에 생각나는 건 박혁거세 신화 정도다.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신화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없어진 것일까?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 시기가 지났음에도 우리의 신화 바로 알기를 하지 않는 게 아쉽기만 하다. 여기 전 세계 33개국이 참여해 각국의 신화를 현대적 시점에서 재해석 한 프로젝트가 있다. 이번에 만난 신화는 일본 편. ‘아웃’, ‘다크’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이번에는 일본 창세기 신화를 재해석 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지키’에 등장하는 남녀 구애의 신 이자나미와 이자나키의 일화. 이 신화를 오키나와 지방의 토속문화와 풍습을 접목시켜 새롭게 해석해 인간과 신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바다뱀 섬’이라고 불리는 섬에는 한 집안의 자매를 무녀로 모시는 풍습이 있다. 해와 낮의 세계를 맡아 제사를 관장하는 언니 가미쿠와 달과 어둠 그리고 죽음의 세계를 지켜야 하는 동생 나미마. 자신의 운명을 뒤집고자 나미마는 사랑하는 남자와 섬에서 도망치지만 죽음을 맞이해 황천국으로 떨어진다. 그곳에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황천국에 갇혀버린 여신 이자나미가 있고, 그 여신은 하루 천 명의 인간에게 죽음을 선사하며 분노를 달래고 있다. 이곳에서 아자나미의 수발을 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나미마. 아자나미의 도움으로 살아있는 남편 곁에 말벌의 모습으로 찾아가지만 자신의 죽음에 또 다른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여신이든 사람이든 사랑은 마음의 눈빛을 변하게 한다. 순진하고 착한 사람을 광기에 이르게 하고, 운명을 바꿀 용기를 내게 한다. 하지만 그 용기가 또 다른 사람의 계산된 계략이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배신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고 복수를 꿈꾸게 될 것이다. 그 분노는 몇 천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게 무서울 뿐이다. ‘원한은 사라졌을까?’ 모르겠다. 인간에게나 신에게나 원한이 있다는 사실과 그 분노와 한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것 역시 세상사이고 삶이니... 그 옛날에도 감정이란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의 신화는 어떻게 재구성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 될지, 아니 재해석될 신화가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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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리노 나쓰오 <여신기>
일본 열도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관련 학자들의 견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겠지만, 일본신화에서는 남자신과 여자신이 만나서 이 섬들을 낳았다고 한다.
남자신은 이자나카, 여자신은 이자나미. 신화에 의하면 이 둘이 만나서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것이 일본의 여러 섬이 되었다. 제일 먼저 아와지시마 섬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 규슈, 쓰시마, 혼슈 섬이 차례대로 생겨났다.
이렇게해서 일본 열도가 탄생했다. 그리고 다시 여러 신을 낳았다. 바다의 신, 물의 신, 바람의 신 등.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다가 화상을 입어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자나미는 저승으로 내려가고 이자나카는 이승에 남았다.
이때부터 두 신의 운명이 갈려버린 것. 이자나카는 이승에서 평소처럼 생활했다고 하더라도, 저승에 떨어진 이자나미는 사람들의 운명을 관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때로는 누구를 그리워하면서 또는 누구를 원망하면서.
무녀의 집에서 태어난 16세 소녀
기리노 나쓰오는 자신의 2008년 작품 <여신기>에서 제목처럼 이 여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신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일본 다도해의 한 작은 섬, ‘바다뱀 섬’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고 있는 소녀 나미마.
이 작은 섬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여러 가지 있다. 열 여섯 살이 되기 전까지 남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못하고 여자는 기도와 제사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사를 담당하는 대무녀가 있고 그 무녀가 먹는 음식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이 손을 대서는 안된다. 그럴 경우 저주를 받는다고 한다.
아무튼 주인공 나미마는 이런 섬의 무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오빠들은 고기잡이하러 바다에 나가면 거의 1년 동안 못보는 경우가 많다. 대신 나미마는 한 살 터울의 언니와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나미마는 열 여섯의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고 황천으로 내려가서 여신 이자나미를 만나게 된다. 나미마에게 여신을 시중드는 역할이 주어진 것.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나미마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될까.
흥미로운 일본의 탄생 신화
기리노 나쓰오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 <아웃>등의 하드보일드와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그렇게 본다면 약간 방향을 돌려서 신화를 소재로 쓴 <여신기>가 조금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여신기>에서도 죽음을 다루고 있기는 하다. 나미마는 열 여섯 나이에 의외의 죽음을 당하고, 황천의 여신 이자나미 역시 이승에 사는 인간들의 죽음을 관장하고 있으니.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관장하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지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지.
<여신기>에 의하면 이자나미는 하루에 천 명씩 죽을 사람들을 골라낸다고 한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계산하자면 대략 1.5분에 한 명씩 정해야 한다. 그것도 잠 안자고. 이런 일을 매일한다고 해서 그리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여신은 죽지 않는다고 하니 이자나미는 지금도 살아서 일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를 죽이고 살릴지 생각하면서.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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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단군신화 처럼, 일본에 전해내려오는 신화를 적은 《고시키》. 기리노 나쓰오의 《여신기》는 그 신화 안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소설인 것 같다. 이자나미와 이자나키 부부신의 사랑과 이별의 모습에서 인간의 연애 모습을 똑같이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무슨 우연인 건지, 《K.N의 비극》에서 논해졌던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출산의 부담'이라는 소재가 《여신기》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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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리노 나쓰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성 작가이면서 웬만한 남성 작가들 보다 더 하드코어에 가까운, 끔찍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문장에 많이 이끌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소설 중에서 아웃을 가장 좋아하지만 처음 만났던 작품 아임 소리 마마도 잊을 수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간의 가장 낮은 밑바닥까지 다 들추어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라 미야베 미유키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미야베 미유키와 더불어 일본 미스터리 여류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번역이 무척이나 느린 것인지 아니면 미야베 미유키가 요즘도 계속 새로운 소설을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더 이상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새로운 소설 여신기는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그녀의 주 종목인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동안 눈 밖에 걸어 두었었다. 세계신화총서는 영국의 한 편집자가 세계 신화를 각 나라의 대표 작가들을 통해 현대적 시점으로 재탄생시켜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기리노 나쓰오가 뽑힌 것이며 그녀가 쓴 신화가 바로 여신기이다. 일본의 신화를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의 신으로 나누어지고, 남녀 구애의 신인 이자나키와 이자나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그들 신과 인간의 모습을 보태어 사랑과 애증을 담아낸 소설집이자 신화집이 바로 이 책이다. 여신기를 보면서 무척 부러웠던 것은 바로 한국에서는 거의 재현되지 않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내는 일본의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화를 주로 쓰는 작가들이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 같은 작가들이 일본의 신화를 가져다가 새롭게 그리고 보다 현대인들에게 재미나게 다가서는 신화를 창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작가 고유의 성격들이 소설 속에 드러나며 독자들은 마치 작가의 새 작품을 읽는 재미와 일본의 독자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과 관련된 신화를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기리노 나쓰오 작품의 특징처럼 여기 여신기에서도 남자에게 버림받거나 외면당한 여성들이 또 다른 남성에게 의지하려 하거나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사랑한 만큼의 증오로 폭발하며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자나미와 나미마가 그런, 작가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비록 일본의 신화이지만, 신과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애증을 신화로 잘 조명한 그런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일본은 섬나라들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무척 신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그에 비해 현대의 한국에서는 잊혀진 토착신들이 많은 듯한데, 우리도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와 함께 몇 천년을 살았을 그런 신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부럽다. 이러한 소설들이 유명 작가에 의해 쓰여지는 나라 일본이 이런 면에서는 무척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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