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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한 번 보면 잊지 않을 것 같은 제목이어라! 명화를 연상시키는 표지는 자세히 보자면 비상적으로 가슴이 크다.ㅎㅎ
<이책은>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오래전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시를 만났고 용혜원 시인을 알게 되었다. 남자의 감성이 이리도 말랑할 수 있으며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좋구나. 애송될 수 밖에 없는 시구나. 세월 흘러 저자의 시집을 만났다. 예전의 내가 끌렸던 감성이라 여겨지는 시들이 반가웠다. 반면 억울하거나 팍팍한 삶에 대한 분노의 감정 시도 있었다. 그런 시일망정 거슬리지 않는게 같은 지점을 터치해도 냉소적이라 느껴지지 않음이 신기했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시를 써도 글을 써도 불편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글이 있는데 용 시인의 시에선 그런 감정이 없어 좋다. 시를 읽으며 위안이 됨을 또 안다.
그대 다시 돌아온다면
그대 다시 돌아온다면 문턱을 넘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 서 있어도 좋다
환장하도록 고독한 날 그리워 기다리는 것은 지루함이 아니라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아픔 속의 설렘이고 행복이다
상상 이상의 실낱같던 기대감에 세월이 흘러갈수록 눈물만 절로 샘솟는다
간밤에 핏기 가신 얼굴이 보여 잠을 설쳤는데 돌아온다면 미련의 세월도 떨쳐버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가고 싶다
그리움이 손끝에 잡히지 않아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눈길이 촉촉해지도록 울먹거리던 슬픔일랑 지워버리고 싶다
눈만 말똥거리며 기다렸는데 그대 다시 돌아온다면 진한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고 가슴에 와 닿는 기쁨에 모든 것이 좋아진다 17~18 페이지
흐미야!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읽고, 또 읽어봐도 구구절절이 그리움이요, 반가움이고, 마음 안과 마음 밖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떠났던 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찌 이런 마음이 들지 않으리. 그리움이 손끝에 잡히지 않아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캬하! 옴마야, 이런 구절은 정말 환장하게도 실감나는 감정이다. 그리움이 손끝에 잡힐 감정이라면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리겠는가.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린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나니. 그대 라는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무언들 기쁘지 않으리. 그렇게 돌아오길 기다리는 그대가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고, 그렇게 돌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그대가 있어서 외롭고 고독하고 한숨이 나온다. 이런 시는 마냥 파고 들어온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막막한 그리움이다
죽음이 갈라놓은 떠나간 사람 생각에 못다 준 정이 남아 가슴이 시리도록 괴로운 아픔이다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그리움이 늘 생생하게 살아남아 쉽사리 종지부를 찍을 수 없는 고통이 되고 슬픔이 된다
슬픔은 자꾸만 채워지는데 왜 마음은 자꾸만 메마르고 고갈되어 갈증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죽음은 아쉬울 때 찾아볼 수 있고 불러볼 수 있는 그리움이 아니다 왈칵 쏟아지는 보고픔에도 영영 만날 수가 없다
외로움마저 따라 들어오는 어둡고 카칠한 밤에는 죽음이라는 이별은 아무리 잊으려 하고 마음을 추슬러 보아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이다
49~50 페이지
내가 아는 몇몇은 남편이 없다. 사고로, 지병으로, 심장마비로, 죽음을 선택함 으로 그들은 아내에게서 영원히 떠났다. 사이가 좋았건 소원했건을 떠나 영원한 부재중임은 막막함. 아내의 입장에서는 야속한 사람이자 서러운 사람일 것이다. 남겨진 자의 삶은 그 순간부터가 마음 숭숭 뚫린 시간들을 유영하는 것일게다. 미웠던 감정도 흐르는 시간들 속에 묻히고,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걸러지면 오롯이 빈 자리만 더 커 보이겠지. 미워도 미워할 수 있는 건 산 자들끼리의 감정이지 싶다.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우리네 인생이 먼저 온 순서대로라면 누구나 갈 길이기에 덜 슬플테지만 중도 탈락으로 먼저 간다면 그 황망함은 어쩌나. 내가 아는 몇몇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어서 이 시가 마음에 들어왔다. 아, 프, 게도 서, 럽, 게도.
가끔 아주 가끔씩은
가끔 아주 가끔씩은 세상이 날 버린 것만 같아 나를 향한 눈길에 전율을 느끼며 속 뒤집히고 환장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몸부림쳐 봐도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눈빛들 차갑게 내뱉는 말에 부글부글 끓어올라 확 무너져 내렸으면 좋을 듯싶어 자제력을 잃었다
힘들게 심사가 꼬이도록 덤벼드는 심술 나고 불쾌한 표정들이 턱 꼿꼿 세우고 끈적끈적 비웃을 때는 두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아 목이 메었다
차가운 세상 맨발 맨주먹으로 뛰어보아도 생살 배겨내듯 고통만 남았을 때는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어 모든 일이 끝나버린 것처럼 두 다리 뻗고 털썩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었다
고통의 피고름을 다 걷어내고 싶어 시퍼렇게 날이 선 증오도 버리고 손바닥 비비며 용서를 빌어서라도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몽상에 사로잡혔다 70~71페이지
한 번 태어난 이상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마음먹은대로 잘 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뜻대로되지 않는 속에서도 살 길을 찾는다. 밥벌이를 위한 지난한 여정에서 힘겨움과 지루함 나아가 가장으로써, 부모로써의 책임감도 동반된다. 낳기만 한다고 부모도 아닌게 연일 매스컴을 달구는 끔찍한 사건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이젠 결혼전 부모교육 자격증을 수료해야는 시대가 왔다. 정보는 나날이 공유되고 나날이 진보하다보니 사람들의 피로감은 더해지기만 한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들은 호시탐탐 우리를 괴롭힌다. 정보에 노출된 세상에 편승하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된다. 알아서 좋은 것들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많음이라. 눈높이를 끝없이 높게만 잡는 생활은 늘 불평불만이 자리잡는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야지.
이외에도 맘에 들던 시가 여럿이다. 짧은 지면을 할애해 세 편을 옮겼어도 상당한 분량이 된다. 간결한 시 속에 담긴 감정들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가 좋다. 용혜원 시인은 그런 면에서 딱이다. 깊이 고심하지 않아도 새록새록 알겠는 감정들로 포진한 시가 좋다. 누구나 가졌을 법한 감정들이 시로 화하여 지면을 장식하고 그걸 읽으며 위안이 되는 시.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는 제목의 시는 용기를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럴 일이 없기에 쓸 수 있는 시로 해석을 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대상이 없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공감하는 마음이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감정은 무디어져도 말랑한 감성이 있는 시를 대하며 공감되는 마음일 수 있음이 기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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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은 독서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 시집을 읽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용혜원의 신작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를 읽으며 고요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희망보다 절망이 커질 때 어둠이 빛보다 더 짙어가고 웃음이 웃음 같지 않고 울음이 울음 같지 않을 때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까」 ( 시 부분 _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까)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삶의 비애가 진하게 우러나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4인조 가수의 타이틀처럼 ‘Sweet Sorrow’가 전반에 안개처럼 묵직하게 깔려 있다.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중견 시인이어서일까, 내가 나이듦이어서일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거북하지도 않다. 오히려 씁쓸하지만 찾게 되는 에스프레소처럼 반갑고 되새겨 읽게 되었다. 「뻔한 고집과 미련에 자존심조차 깔아뭉개고 쌀쌀하고 매정한 말투에 몸을 멈칫하며 서로의 가슴에 멍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시 부분 _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시를 읽는다는 건 메마른 가슴에 물기를 촉촉이 뿌려주는 일임을 느끼게 해준다. 시들고 맥없는 가슴에 생기를 넣어주어 촉촉하게 한다. 과도한 습기는 거부하겠지만 이런 산뜻함이 좋았다. 딱 내 취향에 맞는 시들로 촘촘히 채워져있다. 「영원을 살 수 없고 현재만을 살다 가야 하는 안타까움을 뻔히 알면서도 왜 발버둥치며 사는 것일까 뒤돌아보며 서운해하지 마라」 (시 부분_ 삶이란) 손에 꼭 잡히는 그립감에 만족감을 느끼며 활자로 가득한 산문에서 잠시 벗어나 시라는 몽환적인 여행을 떠난다. 시를 읽는 것이 일상생활에 여백을 만드는 일임을 알겠다. 정서를 튜닝해준다. 감정을 조율시킨다.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가는 요즈음 몇 번이고 들춰볼 시집같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삶의 아픔도 희망도 음미하고 싶다.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리고 가슴이 쓰리고 아플 때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이 그리운 날이 있다
무슨 일이 날 것 같고 겁이 나 포기하고 싶을 때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줄 무지무지 좋아하는 이에게 달려가 따뜻한 품속에 아이처럼 꼭 안기고 싶다 _ 시 부분
미션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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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게 다시 돌아오려 하나요.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게 그냥 오면 되요. 하루 종일 머리속에 맴돌던 노래. 이 노래가 머물게 된 이유는 한 편의 시 때문이었다. 이 책의 시 한편. 그대 다시 돌아온다면/문턱을 넘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 서 있어도 좋다 (중략) 간밤에 핏기 가신 얼굴이 보여/ 잠을 설쳤는데 돌아온다면/ 미련의 세월도 떨쳐버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가고 싶다.(17p) 이 시를 읽는 순간 노래가 생각나면서 결국은 시와 함께 노래가 머리속에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시와 노래는 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또한 James McNeil Whisler와 Odilon Redon의 그림이 이 시와 이렇게도 멋드러지게 어울릴 줄이야. 시와 그림이라는 조합 역시 멋진 케미를 일으킨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끼게 된다. 시가 있고 그림이 따로 있는 것도 좋지만 그림 위에 시를 배열해 놓은 즉 그림과 시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편집해 놓은 페이지를 보았을때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울컥 하고 느껴짐은 그것이 곧 감동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시화전을 한다고 열심히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했던 기억이 소환되는 순간이다.
학교 다닐 때를 제외하면 시는 그야말로 인생에서 배제되어지는 장르중에 일순위가 아닐까.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책 한권도 읽기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행간의 의미를 깨닫고 의미를 곱씹어 이해해야 하는 시는 어렵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장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요즘의 시들은 약간믄 말장난 비슷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혜원 작가의 시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말장난식의 위트가 넘치는 글도 아니다. 그저 가만가만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조곤조곤히 종이라는 물체위에 나열하는 듯이 보인다. 한번만이라도 소리내어 그의 시를 읽어본 사람은 아마 느낄 것이다. 이 시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말하여지는지 말이다. 일부러 복잡하고 의미를 꼬아놓았다거나 이해하기 힘들게 쓰인 낱말조차도 없다. 그냥 편하게 읽어가면 된다. 그게 용혜원 시의 매력이다.
[생선초밥]이라는 시와 [곰탕 한그릇]이라는 두 시를 비교해보면 왠지 이 두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략) 초밥과 와사비와 생선살이/ 아주 잘 어우러지는 맛이란/ 입안에 가득한 맛이 천하일품이다. 간장에 살짝 찍어/ 생선 초밥을 입안에 넣고/ 꼭꼭 씹으면 밥알이 사르르 터지고 (하략)(51p)
사실 그렇게 생선초밥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이보다 더 간단한 설명은 있을수가 없는데 불구하고, 이 부분을 읽을때면 여지없이 생선초밥이 떠올라지고 군침이 도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이리도 담백하게 써내려 갈 수가 있을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근사한 시가 되어 나타났다. 밥을 모아서 초밥을 만들어 냈듯이 단어들을 모아모아서 꼭꼭 쥐어서 시 한편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런 시가 좋다. 읽었을 때 편안함을 주는 그런 느낌을 주는 시. 우리의 일상생활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로 만들어진 시. 기름기 빼고 담백하게 다가오는 용혜원 작가의 시는 미끄러지지 않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겨진다. 언제고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꺼내 보고 싶은 그런 글이다. 따스해지는 봄날에 [봄길을 걸어갑시다 1,2,3]을 외워 봐야겠다. 봄길을 걸으면서 외우는 시는 왠지 이 책의 제목처럼 멋지게 사랑할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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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의 시는 담백하다. 일상의 언어로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어 저절로 마음에 새겨진다. 작가는 시를 엮으며 이렇게 고백한다.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 시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 가슴에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p. 5).
시인이 아닌 나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가슴에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 시집은 4부로 엮여져 있다. 타이틀이 시적(詩的)이다. 1부. 기다림, 길 없는 길을 만들다. 2부. 몽상에 사로잡힌 저녁. 3부. 허공을 맴도는 외마디. 4부. 바람도 빈 가지에 머물지 못하고.
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오늘 공기는 부드럽고 몸은 나른하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 의자에 기대 십 분간 단잠을 잤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용혜원의 시를 펼쳐든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pp. 114~115). “… // 봄이 오면 / 가난한 골목에서 희망이 가득해지고 /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 가슴이 포근해지고 / 온 세상이 낯익은 거리가 된다 // … // 진달래꽃 피어나는 / 봄 햇살 가득한 날에 / 내 꿈 한 자락 넓게 걸어두고 싶다”
사무실 창가에서 바라보이는 번잡한 시장통은 어제만 해도 찬바람에 한산했다. 이 시를 읽다 문득 창밖을 내다본다. 아직도 거리에 인적은 드물지만 봄기운으로 가득 차 생동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봄 햇살에는 ‘꿈을 한 자락 넓게 걸어 두고’ 싶어진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 않다. 일상에 보통 사용하는 언어로 시를 짓는다. 때론 진부해 보일 정도로 평범한 표현들인데, 그 속에 삶의 기쁨과 희망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의 시는 전혀 난해하지 않다. 봄에 대한 연작시, <봄 길을 걸어갑시다 1, 2, 3>을 읽어보라.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 실타래 풀듯 훌훌 털어버리고 / 봄 길을 걸어갑시다.”(p. 38) “들판에 초록을 가득 풀어헤치는 / 봄 햇살 가득한 / 봄 길을 걸어갑시다.”(p. 41). “하늘 푸르고 햇살 좋아 / 이리도 좋은 봄날이라면 / 모든 걸 제쳐두고 / 봄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p. 43)
이 시를 읽으며 어찌 겨우내 웅크린 마음을 활짝 펴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찌 봄 길을, 들판을 걷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나는 용혜원의 시가 좋다. 시집 곳곳에 실린 그림들이 마음에 든다. 제임스 휘슬러(James NcNeil Whistler)와 오딜론 레돈(Odilon Redon)의 작품이란다. 기왕이면 그림 아래쪽에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표시해주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그리워 기다리는 것은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행복’이라는 데, 용혜원의 시를 통해 내 맘에는 길 없는 길이 만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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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 시인의 신작 시집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가 나왔다.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십여 년 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던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꿈꾸지 못하고, 그저 제도권 안에서 끌려가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꿈꾸길 외치던 그 모습이 슬며시 떠오른다. 때론 열정적으로, 때론 위트 있게, 또 때론 우리의 감성을 울리던 그 모습. 시인은 다음과 같은 글로 시집을 시작한다.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슴에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일까? 그건 심장이 살아 움직이는 삶일 게다. 심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성한 감성으로 살아낸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고. 그래서일까? 시인의 시들은 다양한 감성이 담겨 있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 외로움, 슬픔, 아픔, 행복, 따스함, 꿈, 설렘, 힘겨움, 회한, 쓸쓸함, 실망, 절망, 분노 등 참 다양한 감성들을 시인은 그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시집의 제목이 참 예쁘다.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왠지 제목만을 생각한다면, 사랑시들로 가득할 것 같다. 물론 사랑시도 담겨져 있다. 우리의 삶에 사랑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랑뿐 아니라 시인이 품고 만나는 삶의 감정들, 인생의 씁쓸함, 힘겨움, 아픔과 눈물, 고독과 한숨도 담아낸다. 그럼에도 시인의 시가 좋은 느낌을 갖게 하는 이유는 결코 삶의 힘겨움에도 회의적이거나 염세적으로 노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힘겨움 가운데서도 다시 희망을 바라보고 다짐하는 노래들이 많다. 예를 든다면 이런 시들이 있다.
늘 전전 긍긍하며 실망 속에 머물기보다는 /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 초록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힘차게 살자 // 어둠에 빠져 길을 잃어버리지 말고 / 어두울수록 더 빛나는 길을 찾아 / 빛 가운데로 걸어가자 < 빛 가운데로 걸어가자 > 일부
강한 사람은 무수한 슬픔 속에서 /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고 / 다른 사람의 상처를 감싸줄 수 있는 / 깊고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 상처가 있을 때 > 일부
삶의 힘겨움 어두움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빛 가운데로 걸어감을 노래한다. 삶의 다양한 슬픔과 상처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회복을 넘어 타인을 감싸줄 수 있음을 노래한다. 그렇기에 시인의 시는 힘겨운 삶에 힘을 준다. 다시 일어나 힘차게 살아갈 것을 권면한다. 어쩌면 시집의 제목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역시 그런 의미이겠다. 이렇게 희망으로 우리는 이끌어주기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용혜원 시인의 신작 시집 속엔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을 시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하나만 적어본다.
숲길을 걸으며 / 야생화에게 길을 물었더니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숲을 걷고 걸으며 / 나는 알았다 // 야생화들이 / 가는 길마다 피어나 / 길 안내를 해주었다 // 희망의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걸어간다 < 숲길을 걸으며 > 전문
어쩌면 오늘 우리의 삶은 여전히 힘겹고 암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햇살은 처음부터 여전히 우리를 향해 비추고 있음을 발견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젠 그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걸어가자. 시인이 꿈꾸는 희망을 향해, 그리고 오늘 우리의 꿈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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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저 읽어 내려가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와 주제 의식을 들여다보려면 단어 하나하나도 허투루 쓴 것이 없기 때문에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시집은 그런 이유로 얇게 나오는 것이겠다. ‘용혜원’ 하면 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쯤 들어 봤을 이름이겠다. 이 용혜원 시인이 고독과 쓸쓸함을 차분하게 털어 놓은 시가 이 책에 엮어져 있다. 시집 전반을 아우르는 쓸쓸한 분위기는 시를 읽어 보지 않아도 스르륵 하고 삽화만 살펴보아도 느껴진다. 삶의 애환과 상실감, 인생에 대한 고뇌와 죽음에 대한 상념들. 시인의 무거운 감정이 도사리고 있는 시집을 보노라면 시를 읽는데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은 여기에 사랑을 담았다.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면 시인이 뿜어내는 이런 쓸쓸함들은 사랑으로 씻어내고, 사랑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흘러가게 된다. 곳곳에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이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실려 있다. ‘봄 길을 걸어갑시다’라는 제목의 시가 1,2,3로 세편이다. 상실감이라는 시집 전반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이 봄길을 정겹게 걸어 보자는 예쁜 시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별 같은 피치 못한 이별을 최근에 경험한 것일까, 그런 이별과 그런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시만 빼서 읽었다면 결코 봄을 노래하는 시 안에 담긴 애절함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서울역 지하철 통로에 누워있는 홈리스’에게서 사랑을 상실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인지, 시집의 마지막 시에 마음이 아파온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할까 이리저리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리저리 아무리 살펴보아도 갈 곳이 없다. 시를 모르는 주제에 시집을 서평하려니 애를 먹었다. 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시에 담긴 의미가 이런 것이 맞는지조차 확신이 없이 책을 소개한다는 것이 민망하다. 그저 시를 읽으며 울컥하고 설레고 했다면 시인도 이 무능한 독자의 감상에 만족하지 않을까 한다. 본 리뷰는 아래의 서평 이벤트로 도서출판 나무생각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blog.yes24.com/document/84407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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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일단 난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평범한 신변잡기적 시어도 곤란하다. 용혜원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좀 평범하다. 시어의 평범함을 질책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화려한 시어보다는 수수한 시어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시어의 평범함이 아니라 정서의 평범함이 문제라고 본다. 이번 신작 시집에선 '그리움'이 주요 정서인데 직설적인 어투의 정서 표출이 너무 안타깝다. 시가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좋지만 단순한 감정표현은 시적이지 않다. 노골적인 감성보다는 함축적인 정서가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법 시다운 시도 발견했다.「아름답게 산다는 것은」,「싸늘하고 낯선 세상」과「눈물」이 세 편의 시가 가장 좋았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은 일상의 아름다움, 평범한 인생의 멋, 인간적인 최소한의 예의를 노래한 시라고 할 수 있겠다. "늘 만나는 사람들과 푸근한 미소 속에/정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서로 기뻐할 수 있는 감동을 나누어야 한다 뻔한 고집과 미련에 자존심조차 깔아뭉개고/쌀쌀하고 매정한 말투에 몸을 멈칫하며/서로의 가슴에 멍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고독의 늪에 빠져 있을 때/방황을 거듭하며 초라해지지 말고/의미를 남겨놓을 수 있도록/따뜻한 인상으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살아갈 수 있음을 기뻐하며/찾아오는 행복의 날을 위하여/애정을 갖고 손을 흔들어줄 수 있는/마음의 여유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36, 37쪽) 「싸늘하고 낯선 세상」은 그림과 잘 어우러져 있어 시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고 아수라장 같더라도 시인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적인 체취를 간직한 감성이 드러나 있다. 짧디 짧은 인생이니만큼 아름다운 소풍을 온 것처럼 그렇게 살자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손에 쥔 듯한 사랑도/ 한 순간에 놓치고 마는데/ 오지랖이 넓게 살아 보아야/ 앞뒤 없이 뒤숭숭하게 살 뿐이다 손바닥 위에 놓아둔 일을/ 뒤집어 놓으면 모를 것인가/ 간섭받기 싫어 귀찮을 뿐이다 순수하고 풋풋함을 모른 척한다면/ 독사가 독을 문 것처럼 아파/ 뒤틀리고 삐걱거린다 생각의 구석에 처박아 놓았는데/ 왜 느닷없이 불쑥/ 생각이 나느냐/ 내 마음을 할퀴어 놓고 달아날까 걱정이다 눈 오는 날도 좋다/ 비 오는 날도 좋다/ 바람 부는 날도 좋다/ 돌아온다면 어느 날이나 좋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도/ 너무나 짧은 세상살이/ 다정하게 인사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면 살맛도 없지만/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희망을 갖는다."(68, 69쪽) 「눈물」도 좋았다. 다만 시인의 시원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정말 아쉽다. 호탕함은 간 데 없고 그 자리엔 생로병사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의 눈물만이 남았다. 눈물을 자아내는 시대가 이런 시를 낳은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눈물만큼 수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물방울이 있을까 눈물방울마다 모든 사연이 녹아져 있다 영혼의 갈피에서/마음의 혈관에서 수많은 말들을/ 눈물을 통하여 쏟아낸다"(129쪽) 맛깔난 현상학적 눈길을 담은 철학적 표현도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어두운 밤은/ 삶에 거품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로잡히고/ 마음을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더 방황하는 시간이다" (74, 75쪽) '삶에 거품이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시어가 물질만능의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공허한 실체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시인은 퇴근길에 술집이나 노래방 등 유흥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부나비 같은 군중들과 마주한 것일까. 속물들에게 시원한 죽비를 내갈긴 그런 싯구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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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 용혜원 님의 시집이다. 삶 속에서 만날만한 소제와 감성으로 다가온 책, 이 책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는 1부_ 기다림, 길 없는 길을 만들다 2부_ 몽상에 사로잡힌 저녁 3부_ 허공을 맴도는 외마디 4부_ 바람도 빈 가지에 머물지 못하고 라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좋은 것을 만나는 데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에 익숙한 우리들이다. 어둡고 캄캄한 길을 걷더라도 길을 가다 보면 밝은 빛을 만나게 된다거나 뭐든 서툴고 실수 투정이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잘 할 수 있다는 표현에도 얼마만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기다림이 내포되어 있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며 걸어가면 그 먼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까지도 기다림이 필요하고 인생은 마치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를 읽으며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맞닥뜨리는 지점이 있을 땐 그것도 기다린 보람을 찾게 한다는 사실에 홀로 미소 짓게 된다. 내가 그리던 이상형의 사람과 살고 있지 않더라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르는 감동에 몸을 떨게 된다. 만남과 공존의 사실만으로도 감사를 찾게 하는 내용들이 소개된다.
하나 된 마음으로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사랑이 어디 있을까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아도 가슴이 불타오르면 그보다 좋은 인연이 어디에 있을까
외로움에서 벗어나도 좋을 불같은 마음이라면 모든 것을 던져도 좋다면 이보다 좋은 사랑이 어디 있을까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중에서~ 이 책에서 시인이 소개하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에는 일 년 전 소리 내어 말 한마디 못하고 소천하신 친정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호흡할 체력이 있을 땐 정신이 몽롱하여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했고.... 하루 이틀.... 몇 개월이 지나면서 소진된 체력은 결국 떠날 길을 아셨는지 잠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친정어머니는 소리 내어 말 한마디 못하고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던 그날의 기억 말이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막막한 그리움이다. ..... 슬픔은 자꾸만 채워지는데 왜 마음은 자꾸만 메마르고 고갈되어 갈증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죽음이라는 이름의 이별 중에서~
사색하기에 좋고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가을 한복판에서 용혜원 시인의 책을 읽으며 미처 매듭짓지 못했던 감정의 한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하게 된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없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이 책에 소개된 표현과 함께 일련의 의식을 치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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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제목을 소리내어 읽으면 왠지 모를 간절함이 혀끝에 매달린다.
표지에는 한 노인이 의자에 무심히 홀로 앉아 상념에 빠져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떠난 아내? 젊은 날의 연인? 멀리 시집간 딸?
제목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그의 상념 중심에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구가 있을거라 짐작해버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사랑을 바래오고, 사랑에 전념해 왔을까?
나는 남녀간의 사랑에 관해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만큼 간절한 사랑을 운운하는 친구에게 냉소적인 목소리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누군가에게 정신차리라며 찬물 끼얹는 콧방귀를 날려주기도 했다. 사랑이란 한낱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일 뿐이라고 일갈했으니 나에게 사랑이란 '간절함'이 아닌 '감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이런 나도 세월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고 다소 감상적인 사람으로 변모해왔다. 그 과정에 딸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간들이 큰 몫을 했지 싶다. 어미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고 알수없는 감정이다. 내 부모가 나를 위해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했을때 나는 그 감정을 내 것으로 온전히 느껴보지 못했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아파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자식의 문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거나 무너지는 순간들을 맞이했을때 그것은 단순히 가슴이 아프다라는 소박한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임을 절감하고 말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내 부모님이 흘렸던 눈물의 농도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참 몹쓸 딸이라는 참회의 말들 뒤에 나는 그것이 인간사 불변의 법칙이라 변명의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결국 사랑이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용혜원 시인의 이 시에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 한없이 베여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처럼 애증의 관계였을텐데 세월을 함께 견딘 전우애가 생긴 중년들에게는 이렇게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애증을 대신하나보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혀 끝에 시어들이 또르륵 감겨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단어 하나하나가 팔팔 뛰는 생선같은가?하고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럼 대체 그 이유가 뭔가하고 들여다보면 단어가 주는 온기에 이끌려 다시 그 시들을 입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서이다. 톡톡 튀는 말들로 시선을 끄는 시들에 비해 용혜원 시인의 시는 담담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덕분에 내 마음에 온기를 찾을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그의 시를 읽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해 내내 생각했다. 사랑을 믿지 않던 내가 이제 사랑을 믿고 있다. 비록 사랑이 변하더라도 애틋했던 그 마음만은 기억에 남을거라 믿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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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가 가지는 함축과 은유의 감동과 설레임을 알게해 준 시인이 있다. 그 시인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역사적인 인물도,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시적 표현을 통해 문학적 역량을 아낌없이 과시하는 시인도 아니었다. 그 시인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집 대문을 나서면 어디선가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과도 같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가장의 역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우리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풀어낸 감수성 충만한 시들이 매치가 되지 않아 생경했지만 그만큼 그가 가진 순수함이 더욱 반짝이는 듯해서 친근했고 고마웠고 그의 시들을 사랑했다. 용혜원, 그가 바로 날 설레게 만들었던 시를 선사한 그 시인이다. 그리고 그의 시는 딱딱해지고 세상사에 지친 내게 비타민처럼 상큼함으로 다가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만들었으며 신체적 나이를 넘어서는 심장의 뜨거움은 26년전 스무살의 대학 신입생으로 타임워프 시켜줬다. 그가 <단 한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라는 새로운 시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웠고 또 설레였다. 그의 시들이 전작과 같이 동어반복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외치더라도 그의 시는 내겐 충분히 가치있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번 신작은 그런 기대와 사뭇 다른 작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 뭐지? 당황스러웠다. 예전의 그 시인의 감수성과 달리 고단한 삶과 거기서 묻어나오는 짙은 페이소스는 용혜원 시인이 실제 삶에서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은 의문과 걱정도 생겨났다. 물론 작품 중에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오랜 세월 다른 길을 걸어온 후 갖게되는 궁금증을 풀어내는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의 삶이 가져다 주는 깊은 상채기에 힘겨워하는 그의 마음이 묻어난 작품들이 시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용혜원 시인의 작품세계에 아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용혜원 시인이 예의 전작과 같은 아름답고 순수하며 사랑 그 정수를 다독이는 작품들로 우리의 순수성을 깨우고 흔들어주고 생명을 불어 넣어줬던 것을 고마워하고 바랬지만 그보다 이제 나도 이 분의 시와 함께 같이 더 현실을 바라보고 고단한 삶속에서 치유와 사색을 위한 동반자적 길을 같이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이미 깨달았어야 할 나이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바라고 싶은 단 하나는 용혜원 시인이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하는데 현실이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싶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