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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책은 월안길 도깨비도로를 걸으면서 읽었다. 『진보를 복기하다』는 진보당의 마지막 대표였던 이정희 의원이 최근에 쓴 책이다. 진보당이나 이정희 의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 당의 정강정책이나 대표가 추진하던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18대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각을 세우던 이정희 후보의 모습과 현 정권과 보수 세력에 의해 좌익 종북으로 매도되며 사라져간 진보당의 모습만 기억될 뿐이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한편 이 시대의 약자이자 소수였던 세력에 대해 배려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하여 이 책을 구입했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과 다른 내용 전개가 뜻밖이었다. 책을 펼칠 때 내가 생각했던 책의 주제는 아마도 진보당이나 이정희 대표의 억울한 심정과 그에 대한 해명 및 국민에 대한 설득이 중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진보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개선 또는 추진하려고 했던 열한 가지 정책에 대한 현황이 적혀 있을 뿐이다. 인권이나 복지 및 평등에 대한 우리의 상황은 이런데 진보정당은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였고, 그것이 보수여당은 물론이고 때로는 제일야당에 의해서도 어떻게 배척되었는지의 내력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진보당의 입장에 대한 토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뒷부분에서 극히 일부(10여 쪽)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이 책에는 진보당이나 당대표 차원의 한풀이나 해명이 아니라 진보정당이 꿈꾸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로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새로움과 그것의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자가 꿈꾸던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겠다는 공감의 마음도 느꼈다.
둘째, 무산된 열한 가지 정책들이 새삼스럽게 아쉬웠다. 이 책의 중심내용은 진보진영에서 개선 또는 추진하려고 했던 기업살인처벌법, 노동관계법, 국민기초식량보장법, 물ㆍ전기ㆍ가스무상공급제, 종편퇴출법, 국정원해체법, 통상절차법, 4대강복원법, 대체복무법, 차별금지법, 국민참여예산제ㆍ국민소환법에 대한 현황이 적혀 있었다. 단순한 현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한 우리의 열악한 현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과 교활함까지도 각종 근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대목도 있었다.
병역의무 거부자에 대한 대체근무법 한 가지만 보자. 노무현 대통령 당시 입법직전까지 갔던 이 법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남북이 대치한 현실 운운하면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유엔인권위원회가 조사한데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투옥되어 있는 병역거부자가 723명인데 그중에 669명(92.5%)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나머지 54명은 이름도 생소한 아르메니아(31명), 에리트리아(15명), 투르크메니스탄(8명)이다. (이 책 237쪽) 소련과 동구권 및 동독과 대치하던 서독, 거대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도 병역거부자의 대체근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은 그렇게도 두려운 강적이었을까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유엔의 권고까지도 도외시하면서 병역대체근무제도를 거부할 만큼 그다지도 병역의무를 강조하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통령을 위시하여 안보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고위공직자가 병역미필자였고, 현재에도 상당수의 고위직이 미필자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병역을 미필한 당사자가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는커녕 고위직에 오르도록 용인하고 있는 국민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병역거부자 대체근무입법의 예에서 보듯이 이 책에서 밝힌 열한 가지 정책들은 결코 급진적이거나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었다. 한 가지 더 거론한다면 네 번째 정책인‘물ㆍ전기ㆍ가스무상공급제’란 모든 국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하자는 것이 아니다. 극빈자에게 개인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은 무상으로 공급하고 그 이상 사용량은 적정 요금을 징수하자는 안이었다. 그 밖의 정책들도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권력자나 기득권층은 남북 대치를 빌미로 한 안보 등을 방패로 해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및 정권의 항구집권 등을 위해서 입법이나 시행을 방해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셋째,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는 반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진보당 해산 당시 나도 이정희 의원 등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 사람들이 종북세력이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수구세력에게 빌미를 주는 암적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보당과 이정희 대표를 매도하던 말이 모두 사실(상당 부분 허위 또는 과장으로 밝혀졌다고 함)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행위가 당이 해체되고 의원직을 박탈해야 할 만큼 그렇게도 위험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나 이승만 독재 시절의 추종자들은 오래 전 일이니 논외로 치자. 그러나 상당수가 생존해 있는 5.16군인반란주범과 종범, 유신독재 주범과 종범, 12.12하극상 주범과 종범, 수백억 차떼기 도둑질의 연루자, 탄핵쿠데타 주모자와 추종자들을 거의 응징하지 못한 나라다. 그 당시에 국민들은 대부분 그들에게 저항하기는커녕 지지 또는 굴종을 했던 전과가 있다. 진보당이나 이정희 대표가 한 행위가 5.16군인반란ㆍ유신독재ㆍ12.12하극상ㆍ수백억 차떼기 도둑질ㆍ탄핵쿠데타보다 더 위험했을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쳐라.” 사순5주일인 이번 주일미사 복음에서 들은 간음한 여인에 대한 성서구절이다. 예수의 말씀을 들은 군중들은 모두 돌을 버리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 성서의 구절을 생각한다면 진보당이나 이정희 대표를 비난했던 사람들 중에 나를 포함한 상당수는 성서시대의 군중에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기는 우리 시대 이 땅에는 예수와 같은 발언을 하는 상식적인 인물이 없었다. 온 국민의 존경을 받던 김수환 추기경이 생존해 있다고 하더라도 예수와 같은 말씀을 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한계거나 비극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글쎄……, 권하기가 부담스럽다. 진보당이나 이정희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의 독자로서는 많은 것이 무산된 현실을 되새기면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을 것이고, 그 반대편에 있는 독자로서는 반박논리를 생각하느라고 곤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중립에 있는 독자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충격일 수도 있고, 우리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입장에 있던 책장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는 책이다.
그래도 누구나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하여, 반대 측의 사람들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필요한 책이라고 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 책은 어느 입장에 있던 관계없이 그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하는 내공의 힘을 더해 주리라고 본다. 책을 만나는 인연이 있는 이를 위해서 그가 바라는 세상이 어느 쪽이든 위안이 되는 구절을 소개하겠다.
“세상이 바뀔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비록 어렵더라도, 기다림의 세월을 빼앗기는 시간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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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진보의 길을 걷는다면 보육원에서 아이들 기저귀도 갈아주고, 어르신들 식사도 대접하고, 밥 굶는 북한 등 제3세계 사람들 도와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조국통일을 외쳤는데 통합진보당의 조국통일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통일되면 북한에서 청소도 하고, 집 수리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같이 밥 먹는 것이 진보 아닌가요. 북한 장마당이 어떤지, 권력구조가 어떤지, 한류열풍은 어느 정도인지,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통일을 할 지, 통일 후 남북한 주민들이 어떤 갈등을 겪을지 고민은 해보셨는지. 시위현장에서 소리만 질러댄다고 진보가 아닙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앞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궂은일 하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