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의 역사! 과연 그것이 학문으로서 가능한 것일까? 학문이란 이름으로 상업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단지 관능적인 본능만을 자극함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상술에서 등장한 소재거리는 아니었을까? 이것이 바로 성의 역사학을 접하기 전에 품고 있었던 나의 선입견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그런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성의 역사'를 학문으로 정립시킨 여러 거장들에 대해 경외심을 품게 되었다. '조르주 뒤비!' 그는 애매하고 조잡한 사료들을 체계화함으로써 성의 역사를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정치사나 경제사 혹은 사회사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데 익숙해 있던 우리로서는 너무도 참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성의 역사와 같은 '일상의 역사'를 통해 중세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해석한 저자의 노고로 인해 우리는 당시의 사회상에 더욱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게 되었다. 전혀 역사의 소재일 것 같지 않은 '성'을 학문의 경지로 승화시킨 역사의 거장 조르주 뒤비를 추모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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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 학파의 거장으로 꼽히는 조르주 뒤비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그의 저작들을 읽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의 대담집인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정도만 읽었기 때문에 제대로 그의 학문적 입장과 논의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었다. 이번에 읽은 ‘중세의 결혼’도 그의 입장과 논의를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는 저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중세 시대에 대한 시각과 논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르주 뒤비는 중세 시대의 결혼에 대한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과 변화 속에서 중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갔고 그 시대의 중요 계급들은 결혼에 대해서 각자 어떠한 이해관계 갖고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관계를 통해서 성직자 계급은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혼을 통해서 보다 사회 질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하였고, 기사 계급은 자신들의 권력을 집중하기 위해서 결혼은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조르주 뒤비의 논의와 시각은 푸코라면 남녀간의 사랑과 성 그리고 결혼을 통해서 사회를 관리하고 지배하려는 의도로 보았을 시각과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였다면 결혼을 통해 기사 계급의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을 시각을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르주 뒤비의 균형 잡히고 뛰어난 통찰력은 감탄하게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위의 대립된 두 개의 입장이 타협하는 방식으로 중세 시대의 결혼은 하나의 사회 체제로 편입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논의를 통해서 중도와 타협의 중요성을 역설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두 개의 대립된 입장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나 서로의 시각이 대립되느냐에 따라서 타협의 결과물이 전혀 달라질테니까. 결론만 보고 타협의 필요성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개의 입장은 타협을 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과 충돌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적절한 방식을 찾아간 것이니까. 즉, 어떤 타협과 결론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어떻게 치고 받았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나기 마련이다. 본인이 그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나 없냐는 둘째 문제이고... 그리고 그의 논의는 위에서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세 시대라는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데, 일종의 도구처럼 다뤄지기만 했던 여성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느냐며 새롭게 질문을 하고 있다. 중세 시대의 여성들은 삶은 마치 레비 스트로스의 저작에서 다뤄지는 미개 사회 여성들의 모습이나 존재감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데, 그러한 당시 시대의 남성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조르주 뒤비의 시각은 중세 시대부터 수평적 가족관계에서 남성 중심의 수직적 관계로 변화를 보였다는 분석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중세 시대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야할 시각인 것 같다. 그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아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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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오랫동안 조르주 뒤비라는 이름은 들었지만 실제로 책으로 잡고 읽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 경우엔 명불허전. 이런 류의 학술서적에 있어선 프랑스 학자들의 깊이는 신뢰할만 하다는 생각의 확인.
이 책에선 필립왕의 유명한 이혼사건을 시작으로 10세기부터 12세기까지 중세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얘기를 중심으로 결혼제도 자체와 중세 사회의 가족관계, 상속, 친족 개념 그리고 교회의 역할과 결혼관까지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중세 왕과 귀족들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소소한 얘기거리를 찾아들었던 내게 만만찮은 텍스트였지만 이 책을 읽어냄으로써 그 부분에 관해 (조르주 뒤비의 시각을 많이 빌린 것이긴 하지만) 일관된 흐름을 머리 속에 넣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큰 수확.
중세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빠짐없이 등장하던 엘레아노르의 친족관계를 이유로 한 이혼 소동의 근거를 당시 습속과 제도에 근거해 알게된 것도 재미있다. 단순하게 생각한 결혼 제도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역사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이고. 재산의 분할을 막기위해 결혼이 억제되었던 차남들의 에너지. 그것이 십자군 원정을 지탱시킨 한 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경제가 결혼에 미치는 그 커다란 영향.... 정말 대단하다. 중세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서부터야 차남들의 결혼을 허용하고 방계의 확산을 용인했다고 하는데 현대의 피임이랑 뭐가 다르랴...
이런 풍속과 연관된 역사책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 인간은 참 변하지 않는 동물이란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지배계급의 결혼은 철저하게 잇속에 의해 진행된다. (물론 내부로 들어가면 애정이란 예외는 있었을테지만) 여성이 당한 강간과 약탈혼, 강제 결혼은 역사 안에서 얘기거리조차 되지 않는거고.
그 방법과 형태가 다양한 사랑의 이름으로 순화되고 현대의 법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뿐 한꺼풀 아래의 내용과 계산을 보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이 내가 인간에게 절망하는 이유.
어쨌든 상아탑 안에 살고있는 학자치고는 뒤비는 드물게 여성에게 따뜻한 시각을 갖고 있는듯. 노골적이진 않지만 글의 중간중간에 여성에 대한 그의 이해가 드러난다. 남성으로선 드물게 여성의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학자여서 그런가...? 그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면 이 부분은 착각인지 사실인지 분간이 갈테고... 그런 의미에서 12세기의 여인들이 빨리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얘기해주는 내용은 참 많지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결론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여기서는 청년들이 연장자들과 저기서는 이단자들이 엄격주의자들과 대립하였으니 이완의 시기가 되자 양 진영 사이에 놓인 절충주의자들이 승리하였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연장자들은 의견일치에 도달하였으니, 이러한 일치가 두가지 이상적 결혼관을 조정하고 여러 세기 동안 부부 생활의 새로운 구조가 된 저 근본적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게 하였다... (중략)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견고한 체제로 수렴되었다. 하지만 자기들이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려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쳐되는 이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여성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들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그녀들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은 얼마나 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