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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은 대부분이 춘추전국시대 활약했던
제자백가들의 사상서가 주를 이룬다. 당시에는 난세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강력한 부국강병의 방책을
제시했던 법가가 우위를 점하였지만, 한나라 이후 유학이 국가의 사상으로 채택되면서 유학의 사상서들이
경전의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서삼경이 모두 유가의 책들인 것만 보아도 이는
명백하다. [시경]은 [서경], [역경]과 더불어 삼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경]이 사서인 [논어], [대학], [맹자], [중용]과 달리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원일대 여러 나라의 노래가사를 모아 놓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공자가 편수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경전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이는
이후 유가들이 시를 문학 차원이 아닌 도덕철학 차원으로 접근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경]은 노래가사 모음집이다. 종묘제례음악 등의 궁중음악은 물론 민간에서 유행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에 사용된 노래가사이지만, 이들 가사가 서정성을 띠고 있다 하여 시 또는 시삼백으로 불리었으나, 전국시대
말기 경이란 칭호가 붙여졌다고 한다. 원래 3,000여 편의
시편 중에서 공자가 중복되거나 유사한 것은 빼고 예악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작품 300여 편을 골라
편제했다고 사마천의 [사기]에 전한다. 현존하는 [시경]에는 311편이 수록되어 있으나, 이중
6편은 제목만 전하고 가사는 없기 때문에 온전히 전해 온 것은 305편이라고 한다.
[시경]에 나오는 노래가사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행가 계열의 대중가요인 풍風, 연회에 사용된
가곡인 아雅, 그리고 군가 등의 국가행사음악인 송頌이 그것이다. 이중
풍은 항간에 널리 유행하는 가요라는 뜻으로 전국시대 말기 노래가사를 모은 지역이름을 붙였으며 이를 통틀어 국풍國風이라고 했다. 내용은 주로 남녀간의 정과 이별을 담고 있으며 15개 지역에서 채집한 160편이 이에 속한다. 아는 궁궐을 포함한 공식연회에서 사용된 노래로, 궁궐에서 군신이 연회를 할 때 사용한 대아大雅와 일반 연회용 음악인 소아小雅로 나눌 수 있다. 소아에 담긴 노래는 대아와는 달리 풍과 유사한 내용의 작품이 많다고 한다. 총
111편이 전하는데 이중 6편은 제목만 남아있어 실존하는
가사는 105편이다. 마지막으로 송은 종묘제례에서 사용했던
노래로 40편이 [시경]에
담겨있다. 이들 노래들은 또 가사에 사용된 수사법에 따라 부賦, 비比, 흥興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부는 직설, 비는 비유 그리고 흥은 연상의 수법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풍에서
사용된 소재는 해, 달, 무지개, 바람과 같은 자연현상에서부터 모과나무, 버드나무 등 나무나 풀은
물론 토끼나 꾀꼬리 같은 동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는 소아이냐, 대아이냐에
따라 쓰인 소재가 차이가 난다. 소아는 풍과 마찬가지로 동물, 식물, 자연현상 등을 소재로 삼았으나, 대아는 주 문왕과 같이 역사상 위대한
성군, 혹은 높은 산이나 은하수처럼 숭고한 뜻을 담은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또한 노래가사가 대부분 장편으로 풍이나 소아의 그것에 비해 몇 배씩 길었다.
송 역시 노래의 소재는 대아와 마찬가지로 주나라의 덕행을 칭송하거나 은나라를 세운 탕왕의 공덕을 기리는 등, 모범이 될만한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시경]은 민간가요를 문학의 한 주류로 삼은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문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라고 하면 지배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기에, 그들만의 것이 아닌 일반 민초들의 다양한 노래도 같이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를 짓고 쓰는 지식인의
생각은 물론 민초들의 욕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 [시경]만이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군왕을 포함한 지배계급에 대한 비판의식을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질박하고 생동적인 언어로 사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여 나타내고 있다.
[시경]을 읽으면서 원문이야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어 그저 넘어가지만, 역자의 노래가사에 대한 해설을 읽으면서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똑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양고전을 읽을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나 [시경]은 한자에 대한 지식이 있어 원문을 읽고 깨우칠 수 있다면 그 맛을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느낄 것 같다. 언제부터 동양고전의 원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아직도 차일피일하고 있다. 한 때는 공부하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