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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년차 직장인인데 야근을 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주말 근무도 거의 한 적이 없다. 아주 가끔 주말에 일을 했다면 대체휴가를 썼다. 연차와 여름휴가는 매년 하루도 남기지 않고 다 썼고 4시에 퇴근하는 3무데이도 풀로 누렸으며 생일날 2시 퇴근하는 제도도 빈틈없이 다 누렸다. 신입 첫날부터 눈치 보지 않았다. 전 회사여서 가능했고 전 팀이어서 가능했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 가능했다. 노동 시간이 긴 한국에서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특수한 케이스란 걸 알고 있다. 2. 배부른 소리인데 그래도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 집에 오면 가사와 육아 노동도 해야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잡글도 써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물론 해야하는 것들이 많은 것에 비해 실제로 하고 사는 것은 많지 않다. 3. 문제는 이 해야하는 것들 중에 상당수는 인간 구실을 위한 의무이거나 자기계발적 목적이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쉬면... 금방 노동자로서의 쓸모가 없어질 것 같아 두렵고, 관계가 어긋날 것 같아 두렵다. 4. 그러니 노동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마음 편히 사색할 시간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름 전부터 출퇴근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나며 책을 읽을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그 덕분에 이 책도 읽었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5. 사실 3개월 다닌 첫 직장에서는 전 직장 및 현 직장에 다닐 때보다 일 평균 3시간을 더 일했다. 주 평균이 아니리 일 평균이다. 당연히 난 3개월을 못 버티고 뛰쳐나왔다. 이제 그 회사에 남은 동기는 둘 뿐이다. 힘든 일이 많았을텐데 아직 소진되지 않은 그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6. 딱딱한 글임에도 이 책을 읽으면 지나간 나의 노동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떤 날의 내 선택을 긍정하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해 중요한 힌트도 남긴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그런 시간은 견디지 않을 것이다. 7. 노동 시간이 길어서건 미래 생존을 위해서건 시간이 부족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코난북스 사장님은 후속작으로 <우리는 왜 이런 공간을 견디고 있는가>를 출간해주시길 바란다. 짜증나는 공간이 이 땅 위에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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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한 단어로 말하자면 “밥”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한 자원을 획득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은 숭고하다. 자본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자원을 획득할 유일한 수단은 본인의 몸과 시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집보다 일터에서, 갖은 모욕과 좌절을 감내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밥벌이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 김훈은 <밥1>이라는 수필에서 이렇게 외쳤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자본과 노동, 착취적 구조 같은 어려운 말은 잘 알지도 못하고 글로 풀지도 못하겠다. 다만, 그것은 생을 이어가기 위한 지루한 반복이라는 것은 알겠다. 우리 생에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겨울 뿐이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 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밥벌이는 지겨움을 넘어선다. 특히 최장시간의 노동시간, 착취적이고 불공정한 노사관계 속에서 지겨움을 사치를 넘어 배부른 소리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만 하는 것이 우리내의 현실이다. 우리의 노동은 숭고함, 지겨움을 넘어서 치열한 전쟁과 같다. 현실은 그런 지겹다는 숭고하다는 느낌을 갖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밥벌이에는 “대책”이 “없다.” 생을 위해서는 또 다시 무서운 현실의 일터로 가야만 한다. 지속해야 한다. 버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장미”다. <런던 프라이드> 영화 속에서 울려 퍼진 ‘브레드 앤 로즈(Bread and Roses)’ 노랫말처럼 “우리는 빵을 위해서도 싸우지만, 장미를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이 책은 그 장미를, 혹은 장미를 키울 시간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우리는 밥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알지만 아직도 밥만을 바라보고 있다. 근면, 성실, 근성, 헝그리정신, 배부른 소리한다. 등. 얼마나 밥과 관련한 말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가. 우리는 왜 노동을 하는지, 이 시간을 왜 버티고 있는지, 장미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대책 없는 밥벌이를 해야 하는 우리들의 삶에서 우리가 싸워야할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기울임된 부분은 김훈『라면을 끓이며』수필집에 수록된 <밥1>의 수필 내용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