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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 2016년 3월호
3월은 고운 우리말로 ‘물오름달’이라고 한다. ‘산과 들에 물이 오르는 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물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망도 함께 오르길 소망한다. 발행인 김성구는 ‘후회 없는 삶’이란 꼭지 글에서 “후회되는 삶이란 고마운 마음이 없는 삶이고, 반대로 후회 없는 삶이란 매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며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한다.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김정운이다. 2012년 만 오십이 되던 새해 첫날 자발적인 고독을 선택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혼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며 몰입의 기쁨을 알게 됐다. 그는 그 외로움을 담보로 얻어낸 그림과 글을 들고 돌아왔다. “원래 노인들은 숲을 보는 관대함으로 젊은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자꾸 나무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노인사회를 진단한다. 병들고 외로운 노인들이 많이 늘어나는 탓이리라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불안하다. 김정운은 요즘 ‘바우하우스’에 꽂혀있다. 바우하우스가 한국에는 잘못 소개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바우하우스는 인류최초의 ‘창조학교’라고 설명한다. 화가, 음악가, 건축가가 다 포함되어 있고, 거기에서 핵심은 미학이라고 강조한다.
‘법륜스님의 마음공부’에선 ‘귀농’이 화두다.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이런 말 함부로 하지 말일이다. 농사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은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물론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직업상 농사가 생업이고 부업이신 어르신들을 많이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단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일이 농사일이라는 것이다. “귀농한지 석 달쯤 지났습니다. 그런데 농촌에 와서 좋다기보다 도시에 있을 걸 왜 왔나 후회됩니다. 수입이 줄어서 오히려 돈에 더 얽매이고, 인간관계에서도 계속 부딪혀야 할 사람들이기에 스스로를 더 포장하게 됩니다. 도시를 떠날 때는 도시문명의 대안을 찾겠다는 나름의 뜻이 있었는데,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히니 자꾸 움츠러들고 물러서는 마음이 듭니다.” 스님은 이렇게 조언한다. “젊으니까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농촌에 가서 괴롭다하면 거기가 지옥이 되죠. 제가 농촌 출신인데 제 고향을 지옥으로 만들지 마세요. 제 고향은 천국이에요.”
서민 교수의 글쓰기 칼럼에선 ‘블로그 잘 관리하기’가 주제다. 나 역시 이곳저곳에 블로그를 오픈해놓았다. 거의 북 리뷰와 북 칼럼을 올리는 정도다. 약 스무 곳에 글을 올리다보니, 업데이트 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처음엔 방문자수와 댓글 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으나, 요즘은 마음을 비우고 그저 꾸준히 글만 올리는 입장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블로그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 반응에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내 말이~ “사람들이 많이 오면 되레 글쓰기가 부담됩니다.” 내가 올리는 서평과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공간은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방문자들에게 신경을 쓰다보면, 글다운 글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 동감이다. “파워블로거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방문자가 많으면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황급히 글을 써야 하고, 그들이 다는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해주다 보면 시간을 많이 뺏깁니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집니다. 파워블로거는 글과 멀어지는 길이라는 것, 명심하세요. 글쓰기 연습은 비단으로 치장된 화려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낙타를 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굳은 의지로 그 사막을 통과하는 분만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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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봄이 다가오는 신호일까. 쌀쌀하기만 했던 날씨가 어느새 포근해진 듯하다. 1년 중 4분의 1이 벌써 끝나가고 있다. 2016년이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 '시작'이라는 기분을 느낄새도 없어 어느새 '익숙'이란 느낌에 젖어들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이라는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가 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처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다 보면 그 첫 순간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말도 있는 듯하다. 초심. 처음 마음가짐. 올해 들어 3번째로 만나게 된 샘터는 '처음'을 떠올리게 해준다. 처음이라는 말처럼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하는 것도 드문 것 같다. 19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살아있는 전설인 가수 신승훈. 그가 발표한 앨범엔 수많은 히트곡이 담겨있다. 그중에서 1993년 3집 앨범에 수록된 '처음 그 느낌처럼'이란 노래가 있다. 늘 곁에 있어 친한 친구로만 여겨졌던 그녀의 소중함을 미처 알지 못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곁에 있는 그녀를 본 후에야 비로소 그녀를 처음부터 사랑했음을 깨닫게 된다. 빠르고 경쾌한 노래지만 그 속에는 후회, 아쉬움이 들어있다. 노래로 들을 땐 그저 듣기 좋은 사랑 노래로만 여겼었는데.. 새삼 이 노래가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 그 느낌처럼』. 이번 호에 실린 특집 기사의 제목은 앞서 얘기한 노래 제목과 같다. 여섯 명의 인사 각 개개인의 삶에서 처음의 순간, 그 느낌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처음'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씩 하나씩 펼쳐진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소개팅. 처음으로 쓰게 된 나만의 단편 소설. 외모 콤플렉스가 있던 내가 처음 화장을 하게 된 날. 미군부대 카투사에 배속되어 맞이하게 된 첫 이국 문화의 충격. 태어나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한국 땅을 벗어난 첫 해외여행. 특별할 것 없이 나를 포함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다. 여기에도 처음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한발 나아가며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그 '처음'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처음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내게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처음은 갓 태어난 내 아이를 안아보았을 때다. 그 순간은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나에게 기억될 것이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여기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 바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느냐고? 설마. 하지만 난 이분을 잘 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분이 쓰신 글을 잘 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참 글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다. 그리고 멋지게 사시는 분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이런 책을 냈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역발상적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운 걸 싫어하는데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니. 그것도 격하게. 여기에 그가 말하는 '외로워야 한다'라는 숨은 뜻이 담겨 있다. 소위 명망 있는 교수 자리에 사표를 내던지고 떠난 혼자만의 고립 여행을 통해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자 한 것은 아닐까. 현재 그를 사로잡고 있는 키워드는 리추얼과 바우하우스. 조금은 생소한 그것들이 이다음에 그를 통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내게 유독 이번 호에서 심쿵한 글귀가 있다.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님이 말이다. '글쓰기 연습은 비단으로 치장된 화려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낙타를 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굳은 의지로 그 사막을 통과하는 분만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고 또 나름대로 끄적이는 글쓰기에도 분명 목적이 있음을 허튼 노력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글귀다. 왠지 모르게 용기가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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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샘터 2016년 3월호』는 매달 정해진 코너와 새로운 주제로 유명인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때로는 맛있는 이야기와 영화, 책 등을 소개하는 문화 이야기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번 3월호에서는 문학평론가 유종호 선생님께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샘터 에세이로 읽을 수 있고, <이달에 만난 사람>에서는 명망있는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로서의 삶을 던지고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살겠다며 외로움을 택한 김정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지난 2012년 만 오십이 되던 해에 자발적인 고독을 택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자유를 선택한다. 자유를 선택한 댓가로 찾아온 외로움의 실체를 마주하며 그림을 배우고 새로운 책으로 많은 독자들 곁을 찾아 온 김정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혼자있는 시간의 힘'을 느끼게 되고 아울러 더 외로워야 덜 외롭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너인 <할머니의 부엌수업>에서는 정군자 할머니의 옻오리가 소개된다. 정군자 할머니는 드라마보다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하시는 분으로 어린시절 일본 오사카에서 살다가 한일 양국의 외교 문제로 갑작스레 추방당할 수 밖에 없었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할머니의 솜씨가 묻어나는 오이김치와 옻오리를 만드는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해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달의 공연이나 전시, 영화, 도서와 관련해서는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 소식과 연극, 영화 등에 대한 정보와 함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지식과 그룹 부활의 김태원 씨가 전하는 '네버 엔딩 스토리'를 읽을 수 있다.
얇지만 그속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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