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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문학자이자 철학자, 시인인 박이문(1930 - ) 교수를 알게 된 것은 ‘다시 찾은 빠리 수첩’을 통해서이다. 나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빠리여, 안녕!’이라는 글을 시간 날 때마다 펼쳐본다. 이 글을 그렇게 펼쳐보는 것은 “늙은 열등생”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경에서의 모 대학생활 중 학병을 피해 다니던 큰 형이 가져다 놓은 문학서적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고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프랑스 유학을 결행한 뒤 난해하기에 말라르메를 전공한 사연, 그리고 철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 등 ‘하나만의 선택’을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말 그대로 지적 거인이 걸은 큰 발자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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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의 선택 (박이문 인문학 전집 01) | 박이문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아주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자처하는 나의 삶을 객관화해서 정리해보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나는 이미 약 20년 전에 <사물의 언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새삼 이러한 저서전적 책자를 또 내는 데에는 그후 나의 외부에서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의 황혼을 피부로 실감하면서 나의 삶을 마지막으로 총정리할 실존적 요청을 실감하게 되었고, 덧붙여 이러한 나의 초상화가 혹시 다른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삶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반면교사로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러한 자기반성을 통해서나마 앞으로 내게 남아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더 보람 있게 살아보자는 데 있다.” - <본문 396쪽,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초판 서문 중> 시인으로, 평론가로, 또 ‘우리 학자로서는 드물게 두 나라에서 두 개의 학위를 받은’ 철학자로 ‘한국 철학’의 근간을 마련한 ‘박이문 선생님의 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저자의 근황을 찾았으나, 건강문제로 요양 중이라는 기사(동아일보 2016년 3월 3일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매년 책을 펴낼 만큼 열정적이었던 노(老)학자의 소회를 이 책을 통해서나마 느껴본다. 저자 ‘박이문’ 선생은 1930년 충남 아산의 시골 마을의 유학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만끽하며 부모와 조부모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유학 중 귀국한 형의 영향으로 시인이며 작가이자 사상가를 꿈꾸었고, 재수 끝에 경복중학교에 진학하였으며, 청년기의 들목에서 전쟁의 참화 가운데 입대했으나 훈련 도중 병을 얻어 의병제대한다. 피난 시절 부산에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의 불문학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에 매진한다. 대학원 석사논문을 프랑스어로 쓸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으며,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발탁될 만큼 뛰어났다. 그러나 안정된 직업인 교수의 생활을 버리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 박사학위를 받는 인문학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 후 시몬스 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많은 글들을 발표하고, 예술과 과학과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적인 인문학자로 살았으며, 시를 쓰는 창작도 일생 동안 지속하여 어린 시절의 꿈대로 시인이자 작가이며 철학자인 인문학자로서 아름다운 ‘사유의 둥지’를 완성하였다. 저자의 ‘인문학 전집’ 중 ‘제1권인 『하나만의 선택』은 1978년 발간된 단행본의 제목이자, 혼란기에 인문학적 앎을 추구한 ‘박이문’ 선생의 실존적 삶을 드러냄과 동시에 선생의 삶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말이다. 1부에는 1970년대 초반부터 잡지와 신문에 발표한 인문학적 앎을 찾아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글들을, 2부에서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다가 <사물의 언어>(1988)라는 제목으로 묶어 출간된 자서전적 성격의 글들을, 3부에는 자신의 지적 탐구의 삶을 반추하는 단편적인 글들을, 4부에는 <더불어 가는 인간과 자연>(2001)에 수록된, 선생의 삶의 역정과 오늘의 시대에 대한 생각을 담은 대담을 실었다.’ ‘일제 강점기’와 ‘6.25’라는 험난한 시대적 상황을 견디며,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을 찾아 혈혈단신으로 외국 유학길에 올랐던 저자의 ‘삶과 고뇌’를,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고백적인 필체’를 통해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불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어떻게 철학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에 대해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는 나대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선택했다. 나는 고독했고 또 고독해 할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난했고 또 가난할는지도 모른다. 이 선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러나 나는 그 희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이렇게 고요한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타협치 말라. 뿌리를 빼라!” - <본문 27쪽>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았던 노(老)학자’가 전해주는 ‘삶의 지표이자 따뜻한 격려’이며, 현재를 사는 우리의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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