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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철학자, 불문학자 박이문 교수의 인문학 전집 1권: '하나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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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문학자이자 철학자, 시인인 박이문(1930 - ) 교수를 알게 된 것은 ‘다시 찾은 빠리 수첩’을 통해서이다. 나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빠리여, 안녕!’이라는 글을 시간 날 때마다 펼쳐본다. 이 글을 그렇게 펼쳐보는 것은 “늙은 열등생”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경에서의 모 대학생활 중 학병을 피해 다니던 큰 형이 가져다 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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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문학자이자 철학자, 시인인 박이문(1930 - ) 교수를 알게 된 것은 ‘다시 찾은 빠리 수첩’을 통해서이다. 나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빠리여, 안녕!’이라는 글을 시간 날 때마다 펼쳐본다. 이 글을 그렇게 펼쳐보는 것은 “늙은 열등생”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경에서의 모 대학생활 중 학병을 피해 다니던 큰 형이 가져다 놓은 문학서적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고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프랑스 유학을 결행한 뒤 난해하기에 말라르메를 전공한 사연, 그리고 철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 등 ‘하나만의 선택’을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말 그대로 지적 거인이 걸은 큰 발자취이다.


저자를 형성한 여러 책들 중 가장 근원적인 것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담긴 실존주의를 해설한 일본어 번역서이다. 이 책은 지적 혼돈과 정서적 허무주의에서 헤매던 저자에게 빛이자 구원으로 다가왔다. 데리다와의 특별한 인연(데리다는 저자보다 생일이 몇 달 늦은 동갑이지만 저자의 학문적 길에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이었다.)은 상당한 관심을 끈다. 저자는 스승을 존경하지만 스승의 언어철학을 비판하는 논문을 쓴 자신의 행보에 대해 진리에 관한 문제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시인이자 불문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시에 대해 한 말이 특별히 내 주의를 끈다. “아무리 서정적 시라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할 때에 비로소 논리를 초월한 시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글이다. 저자는 자크 네세르라는 한 교수의 강의를 통해 엉성하기만 하고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난해한 시작품까지도 황홀할 만큼 투명하고 시원스러운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55 페이지) 그는 빈말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인, 그리고 한 시를 분석하고 설명해주곤 했다고 한다.(189 페이지)


저자는 어떤 철학자도 그대로 추종하지 않으며 수많은 철학자들로부터 무한한 지적 통찰력과 지혜를 배우며, 특정 종교를 믿지 않지만 자신을 누구 못지않은 종교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저자는 양이 얼마 안 되는 정독(精讀)의 중요함을 강조한다.(130 페이지) 저자는 감수성과 지성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아무리 서정적인 시라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저자의 앞선 견해와 공명한다. 저자는 시에 심취하고 문학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믿고 예술에 깊이 끌린 이유는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심미적인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도덕적인 차원의 이유 때문이라 말한다.(175 페이지)


저자가 사르트르에게 깊은 영향을 받고 매력을 느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 저자는 그가 부러운 존재에서 미움의 대상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오직 한가하고 피와 고통을 느껴보지 않은 머리 좋은 학자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싶었다는 것이다.(178 페이지) 저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 생각하는 방식과 글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 계획적이어야 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가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직관으로 얻은 비전이 뚜렷할 때 그 가설을 입증하는 것은 노력과 시간, 인내심과 끈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런 입증의 논지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며, 어떻게 쉽게 쓰느냐이다.(206 페이지) 저자의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저자의 지적 이력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지적 세계가 너무 좁고 어두웠었다는 그의 표현은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저자는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허약한 상태였으니 어려움이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철학자에게서 종교가, 예술가, 사상가, 시인을 기대하던 저자는 개념과 논리의 세공 기술자로만 보인 분석철학에 회의를 품었다. 물론 에이어의 ‘언어 논리 진리’를 읽고 분석철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분석철학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281 페이지) 시 분석에 분석철학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인이 되려 한 분이다.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긴 여정을 거친 지적 거인의 면모가 총체적으로 담긴 책이 ‘하나만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앞서 발표한 책들을 모아놓은 것이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저자의 여러 책들 중 ‘현상학과 분석철학’을 다시 읽고 싶다. ‘언어철학, 그리고 시와 과학’이란 부제를 가진 ‘인식과 실존’(인문학 전집 5권)을 정독할 필요를 느낀다. 아울러 시 전집인 ‘울림의 공백’(인문학 전집 10권)에 특별히 관심이 간다. 건필을 바라는 마음을 저자께 보낸다.

이달의 사락 m******1 2016.08.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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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의 선택 (박이문 인문학 전집 01) | 박이문
"하나만의 선택 (박이문 인문학 전집 01) | 박이문" 내용보기
하나만의 선택 (박이문 인문학 전집 01) | 박이문“이 책을 통해서 나는 아주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자처하는 나의 삶을 객관화해서 정리해보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나는 이미 약 20년 전에 <사물의 언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새삼 이러한 저서전적 책자를 또 내는 데에는 그후 나의 외부에서는 꽤 많은 시간이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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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의 선택 (박이문 인문학 전집 01) | 박이문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아주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자처하는 나의 삶을 객관화해서 정리해보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나는 이미 약 20년 전에 <사물의 언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새삼 이러한 저서전적 책자를 또 내는 데에는 그후 나의 외부에서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의 황혼을 피부로 실감하면서 나의 삶을 마지막으로 총정리할 실존적 요청을 실감하게 되었고, 덧붙여 이러한 나의 초상화가 혹시 다른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삶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반면교사로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러한 자기반성을 통해서나마 앞으로 내게 남아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더 보람 있게 살아보자는 데 있다.” - <본문 396쪽,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초판 서문 중>

시인으로, 평론가로, 또 ‘우리 학자로서는 드물게 두 나라에서 두 개의 학위를 받은’ 철학자로 ‘한국 철학’의 근간을 마련한 ‘박이문 선생님의 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저자의 근황을 찾았으나, 건강문제로 요양 중이라는 기사(동아일보 2016년 3월 3일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매년 책을 펴낼 만큼 열정적이었던 노(老)학자의 소회를 이 책을 통해서나마 느껴본다.

저자 ‘박이문’ 선생은 1930년 충남 아산의 시골 마을의 유학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만끽하며 부모와 조부모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유학 중 귀국한 형의 영향으로 시인이며 작가이자 사상가를 꿈꾸었고, 재수 끝에 경복중학교에 진학하였으며, 청년기의 들목에서 전쟁의 참화 가운데 입대했으나 훈련 도중 병을 얻어 의병제대한다. 피난 시절 부산에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의 불문학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에 매진한다. 대학원 석사논문을 프랑스어로 쓸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으며,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발탁될 만큼 뛰어났다. 그러나 안정된 직업인 교수의 생활을 버리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 박사학위를 받는 인문학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 후 시몬스 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많은 글들을 발표하고, 예술과 과학과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적인 인문학자로 살았으며, 시를 쓰는 창작도 일생 동안 지속하여 어린 시절의 꿈대로 시인이자 작가이며 철학자인 인문학자로서 아름다운 ‘사유의 둥지’를 완성하였다.

저자의 ‘인문학 전집’ 중 ‘제1권인 『하나만의 선택』은 1978년 발간된 단행본의 제목이자, 혼란기에 인문학적 앎을 추구한 ‘박이문’ 선생의 실존적 삶을 드러냄과 동시에 선생의 삶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말이다. 1부에는 1970년대 초반부터 잡지와 신문에 발표한 인문학적 앎을 찾아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글들을, 2부에서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다가 <사물의 언어>(1988)라는 제목으로 묶어 출간된 자서전적 성격의 글들을, 3부에는 자신의 지적 탐구의 삶을 반추하는 단편적인 글들을, 4부에는 <더불어 가는 인간과 자연>(2001)에 수록된, 선생의 삶의 역정과 오늘의 시대에 대한 생각을 담은 대담을 실었다.’

‘일제 강점기’와 ‘6.25’라는 험난한 시대적 상황을 견디며,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을 찾아 혈혈단신으로 외국 유학길에 올랐던 저자의 ‘삶과 고뇌’를,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고백적인 필체’를 통해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불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어떻게 철학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에 대해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는 나대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선택했다. 나는 고독했고 또 고독해 할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난했고 또 가난할는지도 모른다. 이 선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러나 나는 그 희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이렇게 고요한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타협치 말라. 뿌리를 빼라!” - <본문 27쪽>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았던 노(老)학자’가 전해주는 ‘삶의 지표이자 따뜻한 격려’이며, 현재를 사는 우리의 ‘필독서’이다.


h******1 2016.03.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