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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틴에이지 순정만화계를 90% 이상 잠식해버린 학원연애물의 비슷비슷한 물결 가운데에서 정말 작가만의 독특한 맛깔을 찾기란 힘들어진 감이 있다. 20대 독자들 가운데엔 '교복'만 나오면 그냥 책을 덮고 마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학원물 일색인 요새엔 볼 만 한 국내 작가 만화는 점점 사라져 가고.. 물론 같은 학원물이라 해도 작가에 따라 천차만별의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만화계의 깊어가는 불황 덕에 출판사들은, 예전의 가요계가 '서태지 히트 공식'에 따라 그에 못미치는 비슷비슷한 댄스가수들을 대거 양산했듯 '언플러그드 보이 히트 공식'에 따라 그에 못미치는 비슷비슷한 학원연애물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Feel so good'도 장르를 따지자면 엄연한 학원 연애물이다.(물론 '유진'의 존재로 인해 갈수록 사실은 환타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는 한다) 그러나 작가 이시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요즈음으로서는 참으로 드물게 보는 '맛깔나는 작품'을 할 줄 아는 작가라는 점이다.
국내 순정만화판에, 더구나 잡지 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중견작가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마냥 가볍고 발랄명쾌한 '요즘 만화'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까. 어려운 시장의 상황 탓이겠지만 이런 형편 덕에 독자들은 결국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풋풋하고 거침없는 맛의 신인작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녹진하게 인간의 감정사가 묻어있고 만화라는 장르의 아이템들을 숙련된 솜씨로 다룰 줄 아는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만화판에서 후자의 작품을 보기란 사실 상당한 노력 없이는 힘들다. 비슷하게 가벼워지는 풍조 탓에 팬시풍 학원 연애물의 젊은 작가들로 시장이 채워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시영을 접하고는 매우 기뻤던 것이다. 90년대 말 이후에 데뷔한 작가들 가운데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 작업을 하는 작가를 찾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 언뜻 소재나 분위기는 대부분의 '요즘 만화'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그런 가운데에 이 숨길 수 없는 자기 색을 드러내는 작가가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경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모두가 가진 일상의 진지함이 배어 있고, 화려함에의 욕구도 만족을 시키면서 한편으론 소박한 정서를 묻어두고 있고, 인물의 감정과 암시를 표현해 내는 만화적 연출력은 엄지손가락 번쩍 들어 칭찬하고 싶을 정도이고-한 마디로, '만화의 맛내기'를 정말 아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 이시영이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시영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당장이라도 팬시 제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캐릭터 단지 그것뿐인 수많은 학원 연애물들과는 달리, 또한 뎃생도 연출력도 기본적 심리묘사도 아직은 어설프기만 한 일부 신진 작가군들과는 달리, 만화를 '제대로', '잘' 만들 수 있는 작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꺄아 귀여워~ 재밌어~'만으로 끝나지 않는 어떤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만화가 반드시 순간적 재미 이상의 뭔가 대단한 걸 전해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한없이 가벼운 것만이 절대 진리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만화작가'라면 '만화'가 갖는 요소들을 보다 멋진 솜씨로 다루어서 독자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편이 더 좋은 작가라는 얘기일 따름이다. 게다가 이시영의 만화는 결코 무겁지 않다. 보는 동안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게 넘겨갈 수 있는 만화이다. 그리고, 보면서 기쁘고 뿌듯하다는 것이다.
만화계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좋은 작가들이 나와 주고 그 색을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는 것이 고맙다. 앞으로는 더 좋은 토양에서 더 많이 이런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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