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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때 유미리라는 작가를 싫어한 적이 있다. 그게 딱히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나서 결정된 사항은 아니었고, 그냥 작가의 얼굴이 싫어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다. 과도한 외모집착증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작품을 읽고는 음, 그럭저럭 읽을만한 거였잖아,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줄곧 그녀의 작품을 빼먹지 않고 읽는다. 소설은 연애 이야기라고 떠들썩하게 선전되고 있지만 그렇게 과도한 사랑의 이야기, 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주인공인 다나가와 리사는 화장품 회사의 홍부부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그런 그녀는 어느날 광고제작현장에 들렀다 그만 모델로 발탁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고운 화장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그로 인하여 신분상승을 꾀하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 진입하기를 간곡히 거부한다. 그저 회사의 사원으로 그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자는 그녀 주변에 없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녀가 이런 좋은 기회를 차버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이 꿈꾸는 세계에 진입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다, 이해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회사의 상사인 아토미야의 전남편이며 어느정도 입지를 구축한 카피라이터이고 리사보다 스무살이 많은 아키바와 연애를 하게 된다. 아, 이렇게 연애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은데, 그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잘나가는 사진작가인 구로카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삼각관계가 약간 등장하고 결국 구로카와에게로 기울어진다는 것이 연애의 핵심. 하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다. 구로카와에게는 남자 애인인 다카유키가 있는 것이다.(아마도 일본의 여성작가들에게 게이 커플은 놓치고 싶지 않은 소재인가보다. 너도나도 이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구로카와는 애인이 있음에도 리사에게 끌리는 자신을 자책하고, 리사와 다카유키는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생활을 제안한다. 하지만 구로카와는 이를 거부, 다카유키는 구로카와를 위해 일본을 떠나고, 얼마 후 구로카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어떻게 된 셈인지 그토록 연예계 진출을 거부하던 리사는 그들의 뜻대로 모델, 탤런트 활동을 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소설의 진행? 이런 걸 꽤나 경멸하던 시기가 있기는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납득할 수 없는 소설의 진행, 을 투덜거리는 행위는 납득할 수 있는 위대한 작품을 쓰는 작가, 에게로 한정시키기로 했다. 소설을 납득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경우, 에 그리고 그 작가의 재능이 바로 그것에 맞추어져 있을 때는 그저 즐겁게 읽는 것으로 결정했으니까. 그렇대도 실은 리사가 그동안 괜찮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아키바에게서 곧바로 등을 돌린 것은 좀 싫었다. 그런데 살펴보니 리사가 꿈꾸는 사랑과 아키바의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구나, 싶어지는 대목이 발견된다. "...아키바는 만약 스토리가 다하면 두 사람의 만남도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랑이란 스토리다. 자연스럽게 연정이 생겨나 사귀다 보니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별이 찾아오는 것은 스토리가 파국을 맞이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실은 난 사랑이란 스토리다, 라는 아키바의 입장에 더욱 가깝다. 언제든 시작될 수 있고, 끝날 수 있으며, 그 허구성에 대해 트집잡고 싶지 않은.)
물론 리사가 사랑했던 구로카와의 죽음에도 미심쩍은 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잘나가는 사진작가인 구로카와는 가끔 자신을 돌아보면서 누군가의 유서를 되새기고는 한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세계를 어찌 그리겠나요. '꿈'이 없는데 '꿈'을 팔다니…… 어떻게 거짓말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결국 구로카와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라는 것이 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이며, 실제로는 그 꿈조차 꿈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하지만 왜 그가 다카유키, 리사, 구로카와라는 삼각구도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아직도 의심스럽다. 그들이 그 정도로 사회에 편입되어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데 말이다. 여하간 이런저런 생각의 거리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엑셀런트한 소설은 아니다. 그저 딱 유미리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재밌게, 그리고 딱 그만큼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있는 연애를 양념으로 넣고 있는 조직 사회와 개인의 관계 성찰 즈음이 이 소설의 지향하는 바이다.
ps. 소설의 말미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는 리사와 그의 직장 상사인 사쿠라기의 대화는 꽤 섬찟하다. 그래서 옮겨본다. 먼저 리사가 말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 가능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답게 사는 것이죠." 그리고 그녀보다 몇십년 일찍 시작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쿠라기가 그에 화답한다. "나는 부자유스럽게 사는 것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하게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것은 양립할 수 없어요. 나는 오랜 세월, 회사를 다녔고 가정도 있습니다. 뭐,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자유롭다고 실감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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