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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있어 시작은 관심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관계의 시작을 하는 관심을 선뜻 먼저 건네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그건 이제 인생을 알 만큼 알아버린 나이라서일 것이다. 관계의 이면을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관계의 이어짐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때로는 거절과 단절로 끝나버린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말이다. 이런 어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소설을 읽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자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세계이다.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순진하고 순수한 기대를 아직은 할 수 있는 아이의 세계. 그레이스는 이제 열 살 남짓 된 소녀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웬일인지 매일 홀로 아파트 계단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소녀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바로 관심, 도움의 손길이다.
LA 외곽의 허름한 변두리 아파트. 이곳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광장공포증(공황장애, 대인기피)을 앓고 있는 빌리 아저씨는 10년째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았다.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였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스스로 혼자만의 독방에 갇혀있는 꼴이다. 어려서부터 엄습했던 광장공포증은 무대에 서면 어느 정도 괜찮아졌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졌고 결국 자신을 집 안에 가두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빌리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레일린, 아이를 제외한 모든 어른에게 적대감을 갖고있는 래퍼티 할아버지, 거동이 불편해질 걸 염려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힌맨 할머니, 다른 사람과 다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것에 발목잡혀 있는 펠리페까지. 하나같이 자기만의 고치 속으로 파고들어 목숨을 연명하는 것에만 급급한 이들이다. 이런 이웃들 앞에 어느 날 나타난 당차고 똑똑한 그레이스라는 소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집 앞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33쪽
모든 일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아픔, 고통, 나를 괴롭히는 일은 '시간'이라는 처방전에 맡기면 될 일이다. 어른은 이렇게 체념하고 만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체념하기에는 이른 어린아이다. 그래서 매일 아파트 계단에 홀로 앉아 누군가가 말 걸어주기를,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는 거다. 매일 아파트 계단에 앉아있는 소녀를 훔쳐보던 사람은 빌리이다. 가로등이 켜질 때까지 산발한 머리를 풀어헤친 채 하염없이 뭔가를 갈구하는 것 같은 소녀의 몸짓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10년째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빌리는 소녀를 도와줄 수 있는 자신감은커녕 위로해줄 방법도 모른다. 솔직하게 말하는 빌리에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어린 소녀. 10살 소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아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는 소녀를 방관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소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서로의 상처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사이에 어느덧 빌리를 위시한 아파트 주민 모두는 친구가 되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로 거듭난다.
그레이스는 어른들에 대한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서로를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무척 어려워한다.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많이 하면서도.-208쪽
어른이 될수록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자기만의 공간 속에 갇혀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그레이스의 말은 그래서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 관계의 회복, 관심 등을 화두로 하고 있기에 무척 따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심에 아이의 시선을 배치했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어른들의 무미건조함, 무관심에 대한 일침이라는 것을 안다. 조금만 옆을 둘러봐도, 작은 관심의 시선만 있어도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살아가기에 급급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어른에게 따스한 감동의 파동을 전한다. 과연 나는 우리 집 앞 아파트 계단에 매일 홀로 앉아있는 소녀를 보면 어떻게 행동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스쳐 지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인생의 행보가 바뀔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뿌듯한 일이겠지만 그러기에 세상은 무서운 곳이 돼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따뜻한 손길을 과한 참견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버린, 그래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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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은, 학교에 있어야 할 열 살 소녀가 아파트 밖 계단에 홀로 앉아있는 것을 시작으로 그레이스와 빌리의 시점을 교대로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3층짜리 아파트에서 나름의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던 것이 아닌 각자 방어막을 치고 한 켠의 마음도 내주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함께'하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아파트 현관 앞을 지키고 있는 그레이스를 걱정한 이웃들은 소녀의 안부를 걱정하고 소녀의 일상을 각자의 형편에 맞춰 책임지려고 한다. 비록 넉넉지 못한 생활의 결핍과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사람들이지만 소녀의 불행을 알아본 이웃들은 자신들이 내줄 수 있는 한계치까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이후 소녀의 삶은 물론 이웃들의 삶까지 이전에 얻지 못했던 행복을 선물받게 된다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상당히 유쾌한 휴머니즘이다.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하거든요. 그래야 우리 엄마랑 계속해서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저를 도와주실래요?" -p32 그런데 집 안에 있으면 늘 괜찮은 거야. 그래서 나는 집 안에 처박히기 시작했어. 집 안에 있는 것에 중독된 거야. 당장 괜찮게 있기 위해서,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현재의 안정성과 맞바꾼 거지. 손해 보는 장사가 분명하지만 사람들은 늘 그런 실수를 한단다. 중독이라는 게 그래. 지금 당장 기분 좋기 위해서 미래를 팔아버리는 거지. -p295
원제는 'Don't let me go.' '날 버리지 마' 쯤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공간적 배경은 LA의 낡은 아파트를 기점으로 한다. 집에서 열 블럭을 지나야 그레이스가 다니는 학교라고 하니 한적한 변두리 아파트, 혹은 우범지역을 끼고 도는 주택가로 보면 맞을 것 같다. 그레이스는 우울한 외양과 달리 고성능 확성기에서나 나올 것 같은 크고 높은 목소리에 거침없고 당돌하기 짝이 없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다. 건물 지하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녀는 보호자와 함께 학교에 통학해야 하는(본문에는 없지만 법규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 같다) 열 살 소녀지만 늘 약물중독으로 잠에 취해 있는 엄마는 딸의 안위는 물론 식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력자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아파트 계단에 하루종일 앉아 있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자신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위탁 가정'에 보내지거나 '아동보호서비스'에 연락하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엄마와 헤어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아파트 이웃인 레일린이 그레이스의 학교 통학과 잠자리까지의 안전을 위해 제일 먼저 나섰고 다른 이웃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각자의 시간을 할애할 것을 약속받는다. '빌리'는 한때 잘나가던 브로드웨이 댄서였으나 지금은 광장공포증을 지닌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심리적인 위협이 감지되면 자신도 모르게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대곤 하지만 그레이스에게 자신의 춤을 가르쳐 주고 그레이스는 학교 공연에서 멋진 춤을 선보인다. '펠리페'로부터는 스페인어를 배워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가 되고, 미용사인 '레일린'으로부터는 단정한 머리카락과 예쁜 페티큐어까지 손질받는다. '힌맨' 부인으로부터는 직접 만든 파란색 드레스 외 여러 벌의 다른 옷까지 선물 받는다. 이웃들로부터는 완장을 찬 사람처럼 매사에 고약한 시비꾼이었던 래퍼티조차 그레이스에게 만큼은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탭슈즈와 댄스 플로어에 쓰일 나무판까지 선물하는 친절까지 베푼다. 심지어 그의 입바른 소리는 그레이스 엄마를 약물 중독 상태에 안주하도록 방조하고 있는 행위를 알리기도 하여 이웃들은 그레이스 주도 아래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래퍼티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그의 빈 자리에 '제시'가 이사온다. 그는 이웃들을 불러 모아 화이트 세이지를 통해 죽은 래퍼티의 영혼을 위로하고 이웃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빌리와 그레이스의 대화는 마치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코믹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래퍼티 씨가 남긴 고양이를 '미스터 래퍼티'라고 이름 지어준 상황과 함께 후에 암컷인 게 밝혀지면서 '여자 미스터 래퍼티'라 부른 사연도 우습다. 가장 근사한 건, 그레이스가 밝혀준 사랑의 빛으로 점차 세상 밖을 향해 나아가는 빌리의 발전된 모습이었다.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러나 이웃의 선행을 시시콜콜 따지고 재단하려 드는 그레이스 엄마의 이기심에 화가 치밀었다.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찾고, 자신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질투와 자괴감마저 들었을 테지만 뿌린대로 거둔 결과가 아니겠는가! 엄마라면 아이의 몸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까지 돌봐야 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며 끊임없이 사랑으로 소통했어야 했다. 한창 엄마의 사랑을 받을 나이에 약에 취한 모습만 지켜본 그레이스의 마음이 멀어진 것은 당연지사다. 자격도 갖추지 못한 주제에 권리만 앞세워서는 안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가 가장 원하는 건 당연하게도 엄마가 나아지는 모습이었으니.. 그레이스의 엄마는 약물 중독을 극복하고 딸과 더불어 이웃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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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소녀가 매일매일 몇 시간씩 아파트 계단에 나와 혼자 앉아 있다. 이 소녀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일 갔다가 늦게 오는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아무도 없는 집 무서워서 밖으로 나온 걸까? 다투는 엄마, 아빠를 피해 나온걸까? 집에 있기에 심심하니깐 밖으로 나온걸까?........... 책 표지에 앞 모습이 아닌 뒷 모습만 덩그러니 그려진 소녀의 모습에 어딘가모르게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정말 도대체 소녀에겐 무슨 일이 있는걸까? 이 질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이다. 책 속 소제목이 단순하다. 빌리와 그레이스 이야기가 교차된다. 소녀, 그레이스가 밖으로 나온 이유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집 안에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고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거예요. (중략)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하거든요. 그래야 우리 엄마랑 계속해서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저를 도와주실래요?'
엄마는 약물중독자. 매일 잠만 자서 아이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레이스는 세상 밖으로 나와 나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대로 도움을 구하고 있다. 그 도움은 적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였지만 10년이상 한발짝도 집에서 못 나가는 광장공포증 환자 빌리의 삶을 되돌려주었고, 가장 친한 베프가 되었다. 빌리가 가르쳐 준 텝 댄스는 그레이스의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 켰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까칠한 '오베'같은 할아버지 래퍼티 씨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늘 함께 있어주고 먼저 손을 내민 레일린 언니에게는 엄마 이상의 따뜻함을 느꼈고, 핸섬한 펠리페 아저씨에게 참 예쁜 말 스페인어를 배웠고, 힌맨 할머니로부터 손수 짠 드레스를 선물 받았다. 특유의 자상함과 지혜를 많이 가져 더 특별한 제시 아저씨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사다.
나는 당돌하면서도 지혜롭고 영민한 아이를 만났다. 그레이스. 너무 사랑스런 아이다. 어떤 힘겨움에도 굴하지 않는 아이. 불평하지 않는 아이. 피자를 엄청 좋아하는 아이. 말 장난꾸러기. 위험이 무엇인지 알고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아이. 또래 아이들답지않은 배려를 참 잘 하는 아이다. 솔직하면서 긍정적인 아이다. 무엇보다 힘겨워하는 엄마를 더 많이 생각하고 사랑하는 아이다. 이런 그레이스 곁에 함께 기적을 만들었던 사람들. 그레이스를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인데, 오히려 그들의 삶이 그레이스로 인해 치유되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어 오랫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알을 깨고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어릴적 상처로 인해 마음을 열지못해 사랑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사랑이 시작되었다. 왕래가 없었던 닫힌 세상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다가갔다. 마을에서 한 아이를 키운셈이다. 그렇다고 아이와 엄마의 연결끈을 분리시키지도 않았다. 결국 각각의 개별적이었고 서로에게 타인이었던 그들이 하나로 매듭지어진 끈이 되었다.
조곤조곤 이야기톤이 너무 좋았다. 빌리와 그레이스, 레일린과 그레이스, 펠리페와 그레이스, 제시와 그레이스........ 그리고 텝 댄스와 스페인어, 고양이...... 빛 나는 법, 행복한 그레이스의 춤. 그들의 젊은 날의 상처 받았던 이야기를 듣는것은 아팠다. 하지만 그들은 그 상처들 속에서 머물지 않았다. 그레이스가 밖으로 나왔던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계속 노력을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삶과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지금 매스컴에선 계속 아동 학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비정한 부모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서움 속에서 떨며 발견되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꽁꽁 봉인된 제도들은 헛점투성이다. 실질적 도움은 요원하기만 하다.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지기를 바래본다. 작은 관심이 사람을 살리니깐.......... 주변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 몸짓, 표정 하나 하나, 행동들을 잘 살펴보아야겠다. 읽는 내내 먹먹했지만 가슴 뭉클하고 따뜻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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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어딘가 가난하고 쇠퇴한 동네의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광장공포증 환자라서 장장 12년을 발코니에도 나가보지 못하고 사는 빌리의 눈으로 한 소녀가 들어온다. 머리는 형편없이 헝클어져 있고 파란 가디건 단추도 비뚤게 채워져 있는 그레이스다. 그레이스는 매일 집에 있는 빌리와 달리 매일 밖에 나와 있다. 왜 밖에 나와 있냐는 빌리의 질문에 그레이스의 대답은 빌리뿐만 아니라 독자의 심장도 내려앉게 만든다.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 -p. 32
빌리도 빌리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레일린, 래퍼티, 힌맨 부인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홀로 쓸쓸히 죽을 것이 분명한 말년이 무섭다. 그레이스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세상은 어느 어른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폐부를 찌른다.
어른들은 늘 이런 식이다. 대개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어린아이의 말은 더욱 그렇다. -p. 53
여기 사는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두려워했다. 그레이스는 이 건물만 이러는 건지 아니면 세상에 있는 모든 건물에 사는 어른들이 다 그런지 궁금했다. -p. 145
그레이스에게 대답하고 싶다. 세상에 있는 모든 건물에 사는 어른들이 그렇다고..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그래서 그레이스는 모임을 결성한다. 사람들이 혼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모임이다. 그 모임은 모든 걸 바꾸어 놓는다. 물론 그레이스도 빌리에 의해 변해 간다.
"그래서 너는 매일 행복하지 않을 작정이니? 다음에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도?" -p. 333
덕분에 그레이스는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를 창조해 낸 작가는 소설의 마무리도 즐겁게 한다.
집에 가도 이 별들은 여전히 하늘에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되새겼다. 별들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p. 404
처음 빌리가 본 하늘은 험악한 회색빛이었다. 어두컴컴한.. 그러나 그 하늘에도 별은 있었을 것이다. 다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들도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빌리가 처음 그레이스의 형편없이 헝크러진 머리와 비뚤게 채워져 있는 단추를 본 것처럼 약간의 관찰과 관심이면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손을 내밀면 우리 역시 모든 것이 바뀔 지 모른다. 물론 좋은 쪽으로.. 그러니까 흔들리는 소녀 혹은 소년을 보거든, 말을 걸자. "안녕, 정말 좋은 저녁(혹은 아침, 점심)이지?"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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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레이스의 엄마는 약물중독자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약에 취해 자고 그러는 동안 그레이스는 혼자 방치되어 있다. 그래서 이 소녀는 매일매일 아파트 계단에 혼자 나와 앉아 있는다. 이를 본 이웃에 사는 광장 공포증이 있는 빌리라는 아저씨가 그레이스에게 질문을 한다. 왜 혼자 이런 위험한 곳에 나와 있느냐고 그때 그레이스가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하거든요. 그래야 우리 엄마랑 계속해서 함께 있을 수 있어요." 라는 말이 그레이스와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레일린의 말처럼 그레이스는 비록 10살도 안된 어린 소녀이지만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역경에 굴하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 예쁜 아이이다. 비록 약물중독자이 엄마이지만, 그래서 자기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실질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엄마이지만 울고 있는 엄마여도 좋았고, 미안해하는 엄마여도 좋았다고 한다.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 이부분을 읽으며 내 마음이 콕콕 아팠다.
레일린, 빌리, 힌맨 부인, 펠리페 이들은 모두 그레이스와 관련된 일이 있기까지 그러니까 그레이스를 엄마대신 돌봐주게 되면서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이들은 다 각자의 상처가 있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열게되고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말게 되면서 조금씩 그것들을 극복하게 된다.
그레이스는 빌리에게 춤을 배우게 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소설 후반부에서 그레이스가 빌리에게 " 우리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건 알아요. 적어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죠. 하지만 예전에는 착하고 예쁜 엄마였어요. 이제는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 사이가 좋지 않고 싸움도 크게 하고,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약을 더 사랑한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레이스의 엄마가 너무 한다 싶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두고... 자신이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영영 그레이스와 못 만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 약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고 화가 났다. 그레이스의 갸냘픈 어깨를 꼬옥 감싸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어린 소녀는 자신만의 문제만으로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울텐데 어른들의 세계에 파고 들어 진정한 이웃이 무엇이고 이웃과의 소통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고 위로까지 해 주는 아이... 너무 일찍 세상에 대해 그리고 어른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슴아픈 아이...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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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광장공포증 환자 빌리, 이 때문에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편함을 확인하기 위해서 복도에 나가본 적이 없었고 자신의 집 발코니조차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발코니로 한 발을 내딛었다. 계단에 앉아 있는 우울한 표정의 어린 여자 아이 그레이스 때문이다. 그렇게 인생 최고의 인연이 시작되는 첫 대화를 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저마다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두려움들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삶을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어버렸다. 그레이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모습들, 그 어른들을 향해 던지는 당돌한 질문들이 읽는 내내 피식 웃게 했지만, 한편으로 그 어른들의 모습에서 현실의 어른들의 모습을 엿보기도 했다. 내 모습까지도 말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무관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일 수 있지만, 빌리와 그레이스를 통해서 이야기는 유쾌하게 전개되고, 그들과 이웃들과의 관계를 그리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 소녀 그레이스를 통해서 두려움에 거리를 두고 외면해왔던 딱딱한 관계의 껍질을 깨고 서로에게 용기와 깨달음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어둡고 안타까운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힐링과 감동의 과정 속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어서 흐뭇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관계에 대한 우리의 내면의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듯이 우리도 그레이스를 통해서 용기를 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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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우리 사회에 상처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 주변에서도 이렇게 무너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큰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어떠한 충격으로 인해 그 상처가 다시금 드러나고 주저 앉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는 멀쩡하던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들을 계속해서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보았다. 그럴 때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을 보면 무력감을 느낀다. 때로는 조금의 도움을 주려 하지만 그런 도움 정도로는 도저히 그 상처에서 회복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과연 사람이 상처라는 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그 상처에 대해서 생각개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레이스'라는 한 여자아이이다. 그레이스는 엄마와 빌라의 지하에서 산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엄마는 대부분을 약물에 취해 있고, 그레이스를 거이 돌보지 못한다. 그래서 그레이스는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빌라 앞에 혼자 서 있다. 그럼에도 그레이스는 너무나 밝고 귀여운 아이이다. 그런 그레이스를 위층에서 바라보는 남자가 있다. '빌리 샤인'이란 남성이다. 빌리는 한 때는 브로드웨이에서 이름난 춤꾼이었지만, 지금은 공황장애에 걸려 10년 가까이 집 안에만 갇혀 있다. 빌리는 창밖으로 그레이스를 보고 힘겨운 용기를 내어 겨우 베란다로 나간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왜 혼자 밖에 나와 있느냐고 묻는다. 그레이스의 대답은 당돌하다.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 (P32) 그러나 그레이스에게 도움의 손길을 처음 내민 사람은 빌리가 아니라 빌리 옆집의 '레일린'이다. 그녀 역시 힘겨운 상태이다. 어릴 적 위탁부모에게 맡겨져 자랐고, 그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성이다. 그로 인해 남성을 멀리하며 힘겹게 미용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그레이스가 어머니의 약물중독으로 위탁 가정으로 가야 되는 신세가 되자, 자진해서 그레이스를 돌보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빌리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두려워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는 빌리는 해맑은 그레이스에게 반해서 레일린의 제안을 받아들이다. 그레이스가 학교를 다녀 온 후 몇 시간 그녀를 돌봐주기로 한 것이다. 빌리는 그레이스를 돌보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춤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삼아 탭댄스를 가르쳤지만 가르치면서 그레이스 안의 소질을 발견하다. 그리고 그것이 잠자고 있던 빌리의 열정을 깨운다.
빌리와 레일린, 그리고 옆 집 총각 펠리페, 윗집 할머니 힌맨 부인, 새로 이사 온 제시까지 이들은 하나의 가족이 되어 그레이스를 돌본다. 그러면서 그레이스의 밝은 마음이 그들을 치유한다. 이제 그레이스는 학교 발표회 시간에 빌리에게 배운 춤을 공연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레이스의 소원은 빌리가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 주는 것이다. 그러나 빌리는 학교까지는 커녕 문 앞도 나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레이스를 위해 공연을 보러 가 주기로 약속한다. 이제 그레이스는 거꾸로 빌리가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레이스를 돕던 사람들도 함께 빌리가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빌리는 힘겹게 집밖에서 학교까지 걸어가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소설의 처음에 왜 집밖에 나와 있느야고 묻는 빌리에게 그레이스는 천진난만하게 집 안에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집 안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집 안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 안에 갇혀 있으면 아무도 그 사람의 문제를 알지 못하고, 도울 수도 없다. 결국 상처를 극복하려면 내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상처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문제는 그 첫걸음이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는 것이다. 집 밖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두려움에 몸서리쳐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빌리처럼, 우리도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을 때가 있다. 그래서 점점 자신 안에 갇히고 그 상처 속에서 살게 된다. 빌리는 그레이스를 만나서 비로서 자신이 자신 안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
빌리에게도 장점은 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안다. 자신이 상처받았고, 그 상처로 아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친다. 또 어린 그레이스를 그대로 두면, 그레이스도 자신처럼 상처받을 것을 안다. 그래서 그레이스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그녀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뛰어넘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빌리는 일어서게 된다. 결국 그레이스가 빌리를 치유하고, 빌리가 그레이스를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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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묻는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가 누군가의 도움을 원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할까?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선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소설 속 소녀는 그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만, 최근보면 남의 일을 못 본척 지나침으로 인해 커다란 문제가 일어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너무 무관심한거 아니냐며 관심을 갖자고 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지만 .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외면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소설속 주인공 그레이스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원하지만 외면한채로 지나가는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한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의 주 무대는 모두가 피해가고 싶어하는 우범지역의 작은 아파트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하면 여러 단지로 이루어진 그런 곳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빌라 정도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그마한 공간. 그러나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 우리의 현실처럼 소설 속 역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별 관심도 없고, 또 왕래도 없는 그런 공간에 어느 순간 엄마와 함께 지하에 사는 그레이스가 학교에 갈 시간이 지났는데도 학교에 가지 않고 집 밖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을 사람들이 목격하게 된다. 아파트 1층에 사는 10년 이상을 불안 장애와 공황장애로 인해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는 광장공포증 환자인 빌리 역시 그레이스를 보게 된다. 빌리는 궁금했다 허구헌 날 계단에 나와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레이스는 말한다.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그러면서 서있기도 힘든 빌리에게 자신을 도와줄거냐고 묻는다. 그러나 빌리는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완전히 쓸모없는 존재이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그레이스의 바람대로 아파트 의 사는 사람들이 그레이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모이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이웃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또한 그동안 자신들이 이웃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약물 중독에 빠져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엄마, 그러한 사실이 아동 보호소에서 알게 되면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그레이스.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 위해 이웃이 나서면서 그레이스를 돕는다. 그런데 그레이스를 돕는 과정 속 그동안 닫고 살았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되는 아파트 사람들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소설 속 어른들이 그레이스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은 열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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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 베란다에도 기어서 나가야 하는 남자 빌리가 매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까지 현관 앞 계단에 앉아있는, 작아서 더 위태로워 보였을 소녀 그레이스에게 말을 건네게 됩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빌리는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아이가 '왜 나와있는건지' 자꾸 신경이 쓰여 질문을 하게되는데요. 소녀는 집 안에 엄마가 있어서 밖으로 나온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집에 없어서 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32
자기가 곤란한 처지라는 걸 이제야 알았냐는 그레이스에게 빌리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요. 똑똑한 그레이스는 이렇게 물어보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크게 알립니다. 그래야 엄마와 계속해서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인데요. 그녀의 외침에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건지 주춤거리던 이들이 뭉치기 시작합니다.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로 집안에서만 제대로 숨쉴수 있는 빌리와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혼자가 된 펠리페, 무조건 얼굴을 찌푸리는 래퍼티, 제일 먼저 그레이스에게 제대로 손을 내밀었지만 역시도 혼자가 편했던 레일린, 관절이 아파 이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에 힘들어하는 힌맨 부인까지 말입니다.
"부탁을 하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여전히 그런 일을 누가 해줄까 싶은 생각은 들지만.... 정말 그런다면 놀랄일이잖아요?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야겠어요. "-286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레이스와 빌리를 비롯한 이들의 이야기는, 아이가 행복해질수 있는 세상이 꼭 그 집 하나만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됩니다. 어른들이 못본 척 고개 돌리는 이야기들을 그레이스가 솔직히 전하면서 억지로 숨겨두었던 자신들의 문제를 보게되고, 그렇게 거의 포기했던 일들에 스스로 용기를 내면서 세상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어른들을 보면 말입니다. 물론 그 용기가 결심했다고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닌지라 어른들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그레이스를 도우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게 된 그들은, 그리고 도움을 바라는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상처입는 일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된 그들은 손내미는데 주저하지 않는 서로를 보며 또 다시 할지도 모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게 됩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기에 그레이스에게 찾아온 어려움도 잘 해결될 수 있었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사람에게서 빛이 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는 점점 아름다운 결말을 상상해보게 하는데요. 요즘 들어 더 많이 듣게 되는 아이들 관련 사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우리가 타인에게 관심을 두었더라면 조금은 사건이 축소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릅니다. 제일 퉁명스러웠고 아쉬운 이별을 한 래퍼티씨의 "나도 친절할 수 있소."라는 말이 생각나게 됩니다. 우리도 충분히 친절할 수 있는데, 래퍼티씨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빌리처럼 혼자있길 선택한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리고 편하다는 이름으로 외로움을 덮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는 매일 행복하지 않을 작정이니? 다음에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도?"-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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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와 제목이 맘을 끌어 당겼다. 흔들리고 있는 소녀라는 제목과 함께 노란 금발 머리를 바람에 날리고 있는, 닳아버린 스웨터를 입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 그런 아홈살 소녀가 집 앞에 매일 나와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과연 나는 그 소녀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한번쯤은 그 소녀 옆에 웅크리고 앉아 말을 걸어볼 것 같다..' 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과연 나는 그 소녀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해 주고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그 소녀를 도와 줄 수 있을지..그런 것들이 무척 궁금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물론 물리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도움 또한 무척 중요하다는 것, 어린아이만 그런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어른들도 그 소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였다.
LA 어느 변두리의 뒷골목에 위치한 자그마한 아파트..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그 아파트 현관 계단에 한 소녀가 하루 종일 나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하에 살고 있는 아홉살 소녀 그레이스.. 그녀가 계단에 그렇게 나와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아파트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레이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이웃들.. 그레이스 덕분(?)에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이웃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며 그 동안 스스로 가둬 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씩 꺼내게 된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레이스.. 소녀의 엄마는 약물중독으로 하루 종일 잠에 취해있다.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레이스는 엄마와 헤어져 위탁가정으로 가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그레이스는 자신을 봐 달라고 도와 달라고 그렇게 하루 종일 계단에 나와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도움을 청하는 이웃들 모두 그저 어른이었을 뿐 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도움이 필요했던 외로운 이들이었다. 한때는 유명한 춤꾼이었지만 광장공포증이 있어서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는 빌리.. 어린 시절 그레이스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게 누구보다 그레이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레일린.. 가족들을 모두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 힌맨 할머니.. 멕시코 이민자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 받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래퍼티.. 그리고 누구에게나 독설을 하면서 못되게 굴지만 그레이스에게 만은 따뜻하게 해 주었던 펠리페.. 그들은 자기 자신들만이 문제만으로도 벅차 누군에게, 또는 누군가와.. 라는 '함께'라는 것을 잊고 살았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이 구조 요청에 반응을 했고 그레이스 덕분에 서로 . 함께 라는 것의 따뜻함과 든든함을 느껴가며 그렇게 이웃이 된다. 그들이 그레이스를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자신들이 두려워했기에 피하려고만 했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빌리는 집 밖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연습을 했고. 레인린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그레이스의 진정한 아픔을 공유했고 힌맨 할머니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레이스를 위해 멋진 옷을 만들어 준다. 할 수 없다. 해도 소용 없다.. 등등의 부정적인 마음을 지워버리고 조금씩 용기를 냈을때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그들을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어른. 부모라는 것은 그저 시간이 지나서 , 때가 되어서 얻게 되는 당연한 타이틀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면 그 나이에 맞게 또 그 역할에 맞게 의무를 다하는 책임감이 있어야한다.요즘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 중에 부모가 마치 자식을 자신의 소유라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고 인간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짓들을 자행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자격도 없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강력한 씨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의 삶이 힘겨워 주위를 돌아보기도 힘든 현실.. 많은 이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고는 있지만 이웃.. 어쩌면 우리들도 이 아파트의 주민들처럼 각자의 힘겨움을 견뎌내느라 누군가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였는지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시끌시끌하게 살아가는 응담하라의 쌍문동 가족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하고 , 흐뭇해 했는지도 모르겠다. 도움을 요청했던 그레이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이웃들과 함께 하기 위해 보여준 그녀의 쾌활함과 밝음.. 그 밝음을 통해 그동안 그늘에 숨겨져 있었던 어른들 맘속의 그리움, 외로움은 사랑으로 다시 자라날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