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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게 벌써 6년쯤 전인가 봅니다. 그때는 어느 도서관에선가 빌려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얼마나 몰입했고 감동을 받았던지...내가 읽은 최고의 로맨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었지요.
그후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나온 지 오래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가, 최근에야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펼쳐들고 죽 읽어 내려갔는데 기억대로 여전히 재미있고 잘 쓴 책이었습니다만...확실히 몰입이나 감동의 정도는 6년 전보다 덜하더군요. 결말을 알고 읽는 책이니 당연하다 싶을 수도 있지만 저라는 사람은 같은 책을 열 번 읽어도 그때마다 재미있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저 자신입니다. 사랑은 운명이고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순수한 기대는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는 동안 조금은 빛바랠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사하라의 작은 마을 타만라셋에 대한 묘사는 여전히 생생하고, 사막 여행 끝에 그 마을에서 알제 경찰의 출국허가만을 기다려야 하는 뜻밖의 억류자 신분이 된 한국유학생 향의 황망함도 손에 잡힐 듯 합니다. 그리고 남북한을 구별하지 못한 알제 경찰로 인해 향의 사건에 말려들게 된 북한 외교관 한승엽. 그는 아마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눈동자의 남한 처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고 떠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은 타만라셋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묶여있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운명히 승엽을 다시 타만라셋으로 이끌었을 때, 승엽은 향의 자유와 생명을 위해서 스스로의 미래를 걸고라도 그녀를 탈출시키려 결심합니다.
대부분 향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머리에 남는 것은 향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열사의 사막과, 그 사막만큼이나 강렬한 남자 한승엽이지요. 강함과 섬세함,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함께 가진,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보장된 미래를 던지는 무모함도 갖춘...그래서 정말로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겠다 싶을 만큼 근사한 남자입니다. 조금 앞서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승엽과 향의 국적이 바뀌었다면 과연 이 정도로 흡입력있는 로맨스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니, 어쩌면 저도 지나치게 닳아버린 우리 사회에는 없는 순수함을 북한에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사막에서의 목숨을 건 탈출로부터 6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는 그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향을 목숨처럼 그리워하면서도 향의 생명과 자유를 위해서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는 승엽을 만나기 위해 이번에는 향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알제로 돌아옵니다. 과연 그들이 다시 그 작은 마을 타만라셋에서 만나서 무사히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해 6년 더 나이를 먹고 더 현실적이 된 저는 조금 더 걱정스러워졌습니다만, 죽음의 사막을 건너온 전설같은 그들이니만큼 부디 이번에는 신화처럼 행복하기를요. 6년만큼 현실적이 되었다고는 해도, 남과 북이라는 분단과 이념을 건너서 굳게 손잡는 그들에게서 사랑이라는 순수와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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