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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
"우리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 내용보기
박길룡 전 국민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그 분이 쓰신 책을 몇 권 찾아 읽다가 이 책도 읽게 되었다. 현대 건축의 세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제목이 독특하다. 그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건축이 사회적 상식이어야 하며 건축을 통해 우리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어떤 건축도 소유자에게 주어진 개별의 자산
"우리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 내용보기

박길룡 전 국민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그 분이 쓰신 책을 몇 권 찾아 읽다가 이 책도 읽게 되었다. 현대 건축의 세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제목이 독특하다. 그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건축이 사회적 상식이어야 하며 건축을 통해 우리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어떤 건축도 소유자에게 주어진 개별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적으로 공유하게 될 사회적 가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자신의 창의를 바탕으로 예술적 혼을 심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라고 건축가의 정의부터 내린다. 단순한 기술적 직능인인 빌더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건축 일이 복합적 성질을 지녔음을 또한 이야기한다. 건축은 사회에 공익으로 받아들여지고 건축가에게는 창조의 일이기는 하나, 동시에 건축자산은 용도의 목적 때문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건축도 쓰여짐으로써의 부가가치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용도란 사람이 쓰는 것이기에 그것은 곧 건축을 인간화시키는 문제이며,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야 할 기대에서 고도의 기술적 방법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또 어느 경우에는 건축의 시스템 자체가 디자인을 지배하듯이 기술은 공학적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형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건축을 사회적 맥락에서 먼저 강조하면서 저자는 다른 예술과 달리 건축은 전적으로 작가 개인에게 맡겨진 일이 아니며, 건축가가 창작하지만 결국 사회가 공유하게 되며 시간 속에 남겨진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을 가리는 것은 우리 사회 속에서 좋은 분과 나쁜 놈을 가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서울역을 압도하는 큰 덩어리로 만들어진 옛 대우빌딩이나 많은 건축가들의 불협화음으로 만들어진 여의도 국회의사당 같은 건물이 나쁜 건축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언급을 하나 하고 있는데, 높은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효용 때문에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일에 대한 대안적인 아이디어였다. 일본의 신사는 20년 마다 헌 집을 헐고 새 집을 옆에 다시 짓는 식년천궁의 형식이 있다는 게 바로 그 설명이었는데, 신사의 권역에 두 채를 지을 수 있는 대지를 확보하고 먼저 지은 신사가 20년 되면 완전히 헐어버리고 그 옆에 새 신사를 지어 그 속에 모시는 신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건축이 자신의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좋은 건축이 잘 성립되기 위해서 결국 사회적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발전 상을 구한말부터 잠시 돌아본 뒤, 결국 모더니즘의 건축적 유토피아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이데올로기를 태반으로 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표준화와 규격화, 공장 생산 시스템은 건축 문화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한 동인이라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정에 놓여 있던 대부분의 후진 국가들이 모더니즘이 갖는 경제적 효율에 눈을 뜨고 이것을 무조건 수용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언급은 내가 가보았던 뉴욕의 링컨 센터 건물에 대한 것이었다. 이 건축물들 역시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처럼 디자인을 위해서 6명의 건축가가 동원되었는데, 결국 어떤 성격도 분명하지 못한 혼합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은 20세기에 풍요롭기는 하지만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지는 못하는 미국 건축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렇게 공공기관 건물의 경우 정부가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 착각으로 관료의 심미안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데, 그 심미안이 대부분 졸렬한데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다.



이런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건축가는 가끔 자신을 이 시대에서 고아처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건축가에게 시대정신을 묻는 것이란 말이다. 이렇게 건축을 문화로 이야기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근대 수용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이라 설명한다. 한국의 근대 건축은 자율적인 것이 아니며 일제에 의해 간접적으로 이입되어 굳어졌다고 한다. 건축교육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일본이 독일의 공학교육체계를 건축에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건축에서 예술로서의 인식은 단순히 양식을 모방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자연히 공학기술은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지만 양식의 예술성은 창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시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건축가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기본적인 덕목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성이 더러운 건축가가 절대로 인간적인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그 시대의 사람이 가질 생활문화를 항상 애정 깊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건축가에게 항상 자연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은 그의 작업이 대부분 자연과 대치되는 조건에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보다 많은 시간 건축가들이 창의적인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어서 이 책은 고대 시대부터 시작한 건축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집트 건축과 그리스 고전, 그리고 초기 기독교 시대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공인 이후 지하 교회에서 벗어나 지상의 교회를 가지면서 나타난 바실리카 형식의 교회에 대한 설명은 내가 유럽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수많은 교회들의 건축 양식에 대한 기초 지식들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초기 기독교 양식의 규범은 형태보다도 그 평면 형식으로 읽어야 한다면서 신자가 외부에서 교회 내부로 진입하는 순서에 따라 그 공간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교회 앞에 이르러 보이는 종탑(campanile)으로 교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입구에 들어서면 회랑으로 둘러싸인 마당(atrium)에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이 아트리움은 우리가 속세의 공간에서부터 성전으로 전이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긴요하다고 설명한다. 마당의 중앙 축에 이어지는 입구가 포르티코(portico)이며, 이 문을 들어와 내부로 전환되면서 예배 홀이 나오는데 이것이 전랑(narthex)이라 설명한다. 이 전랑은 교회의 규모에 따라 한 겹이거나 두 겹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의 몸체 부분인 본랑(nave)에 들어 회중석에 이르기 위해서는 양쪽의 통로(aisle)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 회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우리 앞에 시선을 두는 공간이 후진(apse)이라 설명한다, 성가대와 성단의 뒤로 성소(sanctuary)를 모시는 후진은 초기 기독교나 정교회에서는 장식 벽체로 본랑과 가려 구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중세의 비잔틴, 사라센 건축과 이슬람 건축에 대해 설명하며, 특히 중국 건축을 설명하면서 당대까지 좌식 생활이었던 것이 송대 이후 의자생활로 바뀌며 가구와 건축 상세에 변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딕성당의 경우 치솟는 몸체의 높이는 자연히 기둥과 창문 등의 요소가 더욱 수직으로 서게 만들었으며, 정점이 뾰족하게 되는 첨두아치를 만들게 했다고 말한다. 내부의 기둥들도 현저하게 높은 치수로 지붕을 받쳐야 했으며, 여러 개의 작은 원들이 모아진 모양으로 상부로 올라가며 리브로 묶여져 마치 우산살을 펼친 듯 확산하여 지붕을 받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딕 성당의 외부 측면은 크고 작은 기둥들이 몸체를 부축하고 있는데, 날으는 부벽 (flying buttress)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이 부축 기둥은 최소한의 구체를 가지고 큰 공간을 버틸 수 있는 하이테크 기술이라 설명한다. 즉, 이들은 높은 지붕에서 눌러 내리는 무게로 인해 건물이 옆으로 벌어지려는 것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 동안 건축의 벽은 이 무게를 버티려는데 전력을 다해야 했기에 창의 면적이 아주 제한될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실내는 어두웠다고 한다. 반면에 고딕의 구조 방식은 큰 창을 만들 수 있어 실내가 밝아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근현대 건축으로 넘어와 미국 시카고 파와 설리반, 20세기 초 서유럽 예술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 빈 건축을 지탱했던 오토 바그너, 그의 제자 요셉 호프만, 아돌프 로스에 대한 이야기, 건축가, 공예가, 제조업자들의 협회로서 공업디자인의 개념이 시작되는 독일공작연맹 이야기, 바우하우스와 발터 그로피우스, 데 스띨(De Stijl), 그리고 20세기 건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다섯 사람의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즉, 발터 그로피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꼬르뷔지에, 알바 알토가 그 대상인데, 특히 민족성과 낭만성을 중심으로 한 알토의 활동은 핀란드라는 지역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렇게 유명해졌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의 국제주의와 한국의 국제주의를 비교하고 있으며, 이어서 나타난 지역적 건축의 대두도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근대건축의 대부 알비니, 브라질의 건축의 대표주자 니마이어, 그리고 멕시코 근대건축의 기수 바라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단게 겐조에 의해 주도되어 유기적인 특질로 근대건축사에서 일본이 가장 분명한 언사로 세계사에 언급된 메타볼리즘 이야기를 비롯해 폴 루돌프, 필립 존슨, 브로이어, 로쉬, 야마자키, 벅민스터 풀러, 루이스 칸까지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모더니즘 이후에 대해서도 로고스가 지배하던 모더니즘 문화에서 페이토스가 우세한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전이하게 되는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즉, 이때부터 건축을 합리적으로 잘 해결했다는 비평은 뭔가 덜 떨어진 건축으로 취급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포스트 모던 시대의 사람들은 감각적 만족을 증폭시키는 보다 쉽고 빠른 방법을 요구하게 되었다면서 사실상 건축보다는 패션이나 실내디자인의 작업이 더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언급한다. 또한 이 때 나타난 탈구조주의나 해체주의에 대해서도 만약 건축이 궁극적으로 예술이 되고자 한다면 우선 모든 주변 요인을 해체하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경제적 효용의 기대, 구조와 기술적 제한, 그리고 기존의 조형원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도시의 공공공간에 대해서 언급한다. 도시는 공적 영역의 구조가 좋아야 좋은 도시라면서 이 때 공적 영역이란 가로, 광장, 공원 등 사람이 만든 환경과 호수, 삼림 등의 자연환경을 일컫는 것이라 말한다. 거기에 도시 유산인 성곽, 옛 건물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고 있다. 서양의 도시는 가로와 광장 문화를 바탕으로 진화되는데 비해, 한국의 도시는 문화를 공유하는 힘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어서 건축의 기본 요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공간을 만드는 두 가지 방식인 스테레오토믹과 텍토닉을 설명하고 있는데, 스테레오토믹은 어떤 실체를 파내어 가며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고 텍토닉은 공백상태에서 쌓거나 파서 공간을 축조하는 방식이라 한다. 건축에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스테레오토믹에서 텍토닉 과정으로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건축공간에서 열리고 닫힘의 의미, 합리적 크기와 비례로 결정되는 공간의 기능성, 그리고 바로크부터 해체주의까지 건축의 형태미와 우리나라 전통건축 목조 가구법부터 철골구조까지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한 빛, 조명, 재료와 색채의 조형에 대해서도 몇몇 건축가의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스위스 문화만큼이나 간결하고 명확하게 건물을 설계하는데, 어떤 과제에 대해서도 입방체를 지배형태로 하며 그 자신이 별도로 디자인하는 콘크리트 블록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한다. 또한 역시 유명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는 결벽증에 가까운 백색의 건축을 고집하고 있는데, 그의 백색은 공간과 빛의 거동을 보다 확연히 하는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고 언급한다. 그 밖에 기둥과 보를 외관에 직접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마지막 기둥에서 바닥을 돌출시키고 여기에 건물 겉 표면을 싸 바르는 것을 구조 벽과 구분하여 커튼 벽이라 한다는 것도 설명해주고 있으며, 전통의 건축에서는 인간적인 크기를 쉽게 말하는데 비해 현대 도시의 스케일을 비인간적이라 보는데, 옛 건축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디자인에서 절대의 요인이었는데 비해 현대는 자본과 효용이 더 지배적이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원의 소모를 최대한 절제할 수 있는 태도를 모색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d****o 2016.08.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