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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황금나침반』을 봤을 때는 『 만단검』까지 나와 있을 때였다. 그때가 2000년이었고, 그해 11월에 작가가 3부 『the Amber Spyglass』를 출간했다. 2001년 봄이나 여름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번역이 늦어져서 올초(2002년)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지루했었던지... 그리고 책을 내 손에 쥐었을 때 얼마나 긴장되고 기뻤던지... 이제 황금나침반 시리즈를 다 읽고, 약간은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처음 『황금나침반』을 읽었을 때 느꼈던 흥분과 신선함에 비해 이번 3부 『호박색 망원경』은 그런 긴장이 별로 없어서 너무 아쉽다. 우선 소재면에서는 참 많은 것을 다루었고, 그런 새로운 소재들과 배경들이 마치 그림을 보듯,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가 있다. 1부와 2부에 벌려놓았던 이야기를 이번 『호박색 망원경』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무리가 있었던 듯하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플롯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
일단 리라와 이브, 메어리와 사탄의 역할이란 것이 처음에는 무엇인가 있는 듯 싶더니, 결과적으로는 이브와 사탄으로 일치시키기에는 너무 애매하고,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가 좀 부족한 듯 싶다. 그리고 2부에서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나왔던 스펙터들의 이미지도 많이 약하게 그려지고 있다. 리라의 어머니 코울터부인과 아버지 아스리엘경의 심경이나 죽음이라는 설정도 앞의 『황금나침반』과 『만단검』 비해 기대에 못미치지만 리라와 윌의 활약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다른 설정이 있을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오렉 비르니슨의 등장은 참 마음에 든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뮬레파, 갈리베스피인 등의 묘사는 흥미로왔다. 특히 갈리베스피인 티알리스와 살마키아, 천사 발타모스아 바룩, 죽음의 나라 하피의 변화는 제법 괜찮은 설정이었다.
1,2부에 비하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한 설정은 없었고 적절한 등장 인물의 죽음과 이별 등등으로 마무리 된다. 또한 선도 악도 없다. 결말에 가서는 누가 선이었고 악이었는지가 없다. 1,2부의 흥미를 가지고 3부 『호박색 망원경』까지 읽어 볼만 하다. 이젠 더 이상의 기다림이 없어 마음이 편하면서도, 책을 읽음으로써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의 더 이상의 기대감이 없는 것이 아쉽다. [인상깊은구절] "맞아! 내가 바랐던 꼭 그대로야! 윌, 내가 살던 옥스퍼드에서 난 혼자 있고 싶을때마다 이곳에 오곤 했어. 그리고 이것과 똑같은 의자에 앉았지. 판타라이몬하고만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일년에 한 번만이라도 같은 시간에 이곳에 앉는다면... 단 한 시간만이라도 말이야. 그러면 우린 다시 가까이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넌 이곳에 앉아 있고, 난 내가 사는 옥스퍼드의 이 지점에 앉아 있으면 우린 분명 가까이 있는거니까..." 윌은 머리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그래, 내가 살아 있는 한 이곳에 꼭 올게. 이 세상 어디에 있든 꼭 돌아올 거야." 리라가 말했다. "매년 하지 정오에 만나. 내가 살아 있는 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
| 필립 풀먼 씨는 'His dark Materials'를 삼부작을 아우르는 제목으로 정했는데, 번역본은 그 중 1부 제목을 타이틀로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르게 병존하는 여러 세계들이라는 소재는 나니아 연대기를 비롯해서 팬터지 소설들에 단골로 등장하고, 등장하는 주인공이 용감한 소년소녀라는 것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대담하다고 해야 할까 싶은 것은 기독교를 비롯한 많은 종교들이 가지는 내세를 절대시하는 태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인 것 같습니다. 비록 다른 세계이긴 하지만 현실과 거의 비슷한 조직과 비슷한 내용의 성서를 가진 교회는 어린이들까지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지식이 전파되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넘어서 작가는 신과 천사들 역시 매우 물질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어디에도 천국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은 후의 세상은 영원히 무만이 존재하는 지옥같이 황량한 곳으로 그려냅니다. 결국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면서 죽은 후에 자신이 살았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지금 이 지상에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세계의 옥스포드에 사는 라이러-Lyra라는 이름은 liar와 비슷한 어감을 주기 위해 택한 이름 같은데 '라이러'로 읽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는 우연히 교회의 음모에 휘말리는 중에 진실을 말해주는 황금색 나침반을 읽을 수 있게 되고, 현세계의 소년 윌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는 섬세한 칼을 다루게 되고, 메리 박사는 호박색 망원경으로 우주의 모든 좋은 것들의 근원이 되는 더스트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스트와 라이러의 비밀을 둘러싸고 인간들과 교회, 천사들, 마녀들 사이에서 각각의 이익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게 됩니다. 상당히 커다란 스케일에 흥미진진한 곳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다만 디테일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부분은 있습니다. 많은 의문들을 완전히 해소시키면서 결말을 내지는 않고, 십대 초반인 라이러와 윌이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상당히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