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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문명, 그 숨겨진 의미를 철학을 통해 찾는다
"컴퓨터 문명, 그 숨겨진 의미를 철학을 통해 찾는다" 내용보기
철학자 마이클 하임의 새로운 과학기술 문명-컴퓨터 문명에 대해 성찰하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가 이전 글쓰기와 어떤 의미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리고 그러한 글쓰기는 인간의 사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탐색한 부분, 또 하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상 현실'이란 어떤 현상이며 그것이 인간의 어떤 뿌리깊은
"컴퓨터 문명, 그 숨겨진 의미를 철학을 통해 찾는다" 내용보기
철학자 마이클 하임의 새로운 과학기술 문명-컴퓨터 문명에 대해 성찰하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가 이전 글쓰기와 어떤 의미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리고 그러한 글쓰기는 인간의 사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탐색한 부분, 또 하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상 현실'이란 어떤 현상이며 그것이 인간의 어떤 뿌리깊은 비젼의 산물인가, 그리고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탐색한 부분이다. 그의 탐색은, 새로운 문명 현상에 대해 미래학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구체적이면서도 깊은 사유를 보여주고 있어 무심코 따라가고 있는 이 세계를 다시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우리는 직관적 언어로부터 분리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정신 생활에 속도를 부여하고 사물의 표면을 재빨리 탐색하게 만들어서 우리는 명상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점등을 그는 꼬집는다. 그렇다고 컴퓨터식 사고의 승리를 비관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유는 예감, 추측, 육감, 암시 없이는 진행될 수 없는 것이고 컴퓨터식 사고방식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에도 바로 이러한 비계산적 사고가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컴퓨터 문명이 인간적인 인식방법을 없앨 수 없고 도리어 그것에 의존한다고도 지적하여 그가 냉정한 균형감각 위에서 분석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있는 점은 고전 철학과 컴퓨터 문명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대목이다. 가령, 하이퍼텍스트를 라이프니쯔가 생각했던 '신적 지식'에 연관시킨 점은, 그의 전공인 철학이 전혀 비사유적이고 계산적인 문명을 분석하는데 아직도 중요하며, 도리어 컴퓨터 세계가 기본적으로 철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통찰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라이프니쯔의 신적 지식은 동시에 모든 지식을 보는 것인데, 클릭을 통해 이 공간 저 공간으로 신속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이 지식의 바다, 컴퓨터 공간은 바로 이 신적 지식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는 것이 하임의 분석이다. . 다른 예를 뽑아보자. 사이버스페이스에로의 몰입은 순수 정신적인 몰입이요, 더 나아가 육체는 사라지는 공간에로의 몰입이라 말할 수 있다. 육체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그 몰입에의 욕망에서 그는 플라톤의 에로스를 떠올린다. 플라톤의 에로스는 무엇인가. 육체적인 사랑에서 시작해서 저 순수 미의 세계, 비육체적 영적 세계와 만났을 때의 쾌락 아닌가. 사이버스페이스에 몰입하고 쾌락을 느끼는 행위는 바로 수십 세기 전에 플라톤이 그토록 열망하던 미와 정신적 쾌의 세계를 아이러니컬하게 재생시켰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다른 한 축이라 할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는 말하고 있는가? 가상현실 개발자들도 완벽한 대체 현실은 현재 기술 수준과 그에 기반한 전망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계속 그 기술을 개발하는 파토스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를 물으면서, 그것은 바로 성배를 찾으려는 파토스에서 나온다고 스스로 대답하는 것은 이 책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재미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성배는 아아더 왕 전설에 등장한 이후 "영적인 탐색과 드높은 야망을 일컫는 기호"(201면)로서 인식됐다고 하면서 가상현실 탐구자들은 이 미지의 것을 찾으러 떠나는 탐색자임을 자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배의 이미지를 성배의 전설을 테마로 한 바그너의 총체극 <파르지발>과 연결시키면서 가상현실이 결국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를 드러낸다. 가상현실은 바로 바그너가 총체극을 통해 목표로 한 새로운 현실의 창조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바그너는 사람들이 자신의 총체극에서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된 다른 현실을 볼 것을 기대했다. 그 고양된 현실은 관객의 영원을 고양시켜 세계를 변화시키게 할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원대한 바그너의 이상을 가상현실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첨단 가상현실과 바그너의 고전을 만나게 한 하임의 솜씨 좋은 대목에서 나는 경탄하기까지 했다.

[인상깊은구절]
"컴퓨터 기술은 우리의 사고 처리에 너무나 융통성 있게 들어맞기 때문에 우리는 곧 그것이 외부적인 도구라는 생각을 덜 하게 될 것이고, 제2의 피부나 심적인 인공보철물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일단 기술에 순응하게 되면, 우리는 마치 음악가가 악기를 연주하듯 그 기술을 다루며, 그것을 가지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마침내 그 기술과 하나가 되어간다."
YES마니아 : 로얄 r*******1 2000.08.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