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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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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서 내 일상의 변화 중 하나는 어릴 적 배우다가 멈춘 피아노를 쳐보곤 하는 것이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쳐보기도 하지만 가끔은 화가 나거나 어딘가로부터 도망쳐버리고 싶을 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본다. 누군가는 노래부르기로 스트레스를 푼다지만,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 나는 감정을 마음껏 쏟아놓을 일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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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서 내 일상의 변화 중 하나는 어릴 적 배우다가 멈춘 피아노를 쳐보곤 하는 것이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쳐보기도 하지만 가끔은 화가 나거나 어딘가로부터 도망쳐버리고 싶을 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본다. 누군가는 노래부르기로 스트레스를 푼다지만,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 나는 감정을 마음껏 쏟아놓을 일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그것들을 피아노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에 대한 지식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우선은 나의 ‘피아노 치기’에 대한 태도를 글로써 생각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언어를 배제한 모든 감정 - 기쁨, 기대, 불안, 슬픔 등-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음악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우리 마음의 존재론적 근원’이며 ‘정신적인 것의 깊은 연원’이라는 설명은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음악은 우리의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 놓는 한 방법이’며 타인의 의식 안에 존재의 자리를 차지하는 대상을 만들 수 있는 목소리의 연장으로써 악기가 있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것이거나 혹은 표출하고자하는 욕망에 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듣는 자는 논리적, 지적 분석수단인 언어를 통한 사고 이전에 마음의 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언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자폐증 환자도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다는 예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자폐증 환자를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편한 마음 상태에서 오로지 청각에 의존하여 고전음악에 빠져드는 기분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가장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재미는 음악을 인식하는 것에 대한 지식을 다양한 비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도 언어와 같이 음절, 단어, 문장 등으로 비유할 수 있는 단위들이 있다. 이것을 더 직접적으로 사람의 얼굴에 비유한다면 멜로디는 얼굴의 구체적 모습으로 나타난 피부적 차원에, 음계는 얼굴의 두개골에, 멜로디 부스러기인 ‘라가’는 두개골과 피부사이에 근육에 비유할 수 있다. 생소한 개념인 라가는 지금은 잘 모르는 개념이지만 문장의 구조에서 단어와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인도철학에서 ‘라가’란 다루기 매우 어렵지만 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 열반에 드는 길로 평가된다. 또다른 생소한 지식은 ‘차연’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는 음악이 시간을 통해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통해 인식의 엇갈림을 경험하고 기억해 냄으로써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라가’와 ‘차연’에 대한 지식은 늘 현상에서만 겉돌았던 나에게 음악의 본질적인 부분을 알아채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들어 현대 예술과 현대 음악을 관련지어 보고 있다. 서양음악의 이해 수업을 통해 가볍게 들어왔던 음악을 조금이나마 체계적으로 보고 있는 입장에선 현대 음악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현대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생경하기 그지없는 현대 예술에 대해 ‘알 수 없음’으로 일관하던 나에게 저자기 인용한 ‘현대 예술은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라는 보드리야르의 말은 대상적 측면에 비해 수용의 측면의 과대평가 대한 통쾌한 표현으로 다가왔다. 이 외에도 불멸의 개념이나 20세기 예술 일반의 쇠퇴와 관련해서 현대 예술의 상황에 대해 원인과 과정에 대한 생각들이 현대 예술에 대한 앎에 도움이 되었다. 보통의 에세이집들은 삶에 대한 명상적인 태도로 한 주제에 대해 글을 다루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글과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에세이 형식이어서 시간이 날 때 맘에 드는 챕터들을 골라서 읽었다. 우선은 재미있는 제목을 보고 그다음은 시사적인 제목들을 보고 선택해서 띄엄띄엄 읽다가, 이 레포트를 쓰기위해 처음부터 순서대로 보았는데 글의 순서들이 결코 산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 자체에서 관련 없어 보이는 (특히 책 후반부의 미래에 대한 예측 글들에서 비약이 많다.) 다른 화제로 글이 흐르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었지만 논리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는 하나의 명상의 글로서 그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글을 읽고 나면 음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철학, 인문학에 대한 지식이 자연스럽게 글 속에 녹아있어서 책을 읽다가도 신선한 지적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c****l 2003.05.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