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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책에 관한 책을 거의 빼놓지 않고 구매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와도 책은 끊임없이 출판된다. 관심 가는 책은 언젠가는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간혹 관심을 뒀다는 사실마저도 잊게 될 정도로 출판의 물결은 내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다. 결국 끝까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린 책은 누군가의 서평으로 대신하거나 책에 관한 책으로 일정 해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좋았기 때문에 소개하는 것이므로 기억에서 까무룩 잊었던 책은 다시 내 기억 속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만다. 책에 관한 책 대부분이 문학을 주로 다루는데 혼자가 되는 책들은 다르다. 알라딘 서점 예술서 MD로 재직 중인 저자답게 이 책에서는 다양한 예술서를 소개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서보다 지극힌 개인적인 독서 경험으로 좋았던 책을 소개한다는 데 있다. 전문분야의 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 그가 책을 선택하고 바라보는 시각, 태도의 도움을 받는 것도 퍽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구는 아는 것에 따라 보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해서, 구하고 묻는 과정을 생략한 채 쌓은 지식들은 어떤 신비나 놀라움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설계도 없이 재료만 쌓아놓고 집이 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를 더 능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오로지 매혹만이 이러한 능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언가를 탐구하고자 할 때는 언제나 그 대상에 대한 매혹을 마음속에 품어야 한다. 교양에 대한 막연한 욕구 같은 부차적인 욕망은 지식을 얻는 것 자체에 만족해버리므로 결코 대상에 대한 애정을 대신하지 못한다. 매혹은 지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매혹의 답은(만약에 답이 존재한다면 말이지만) 매혹당한 자, 즉 질문을 던진 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94쪽
클래식 음악, 미술, 사진, 영화 등을 소개하는 예술서를 선택할 때 초보들의 실수는 뻔하다. 작품(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쉬워야한다는 것. 때문에 자기만의 관점으로 확장되기보다 원론적 지식 습득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대개의 미술이나 음악 예술서가 답습하는 이 부분을 저자는 과감히 제외했다. 대신 그 책을 쓴 저자의 경험과 맞닿은 새로운 해석에 주목했고 그러한 책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서 제목을 알고 있던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또 예상외의 분야에 관한 책을 소개하기도 해서 저자의 안목에 감탄하기도 했다. 주류 바깥에 섬처럼 떨어져 있는 비주류를 바라보며 주류로 끌어올리는 능력은 그가 서문에서 밝힌 보물섬을 찾아가는 기분이랄까. 결국 그가 소개하는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일뿐이다. 그 선택을 읽는 독자는 타자의 시선으로 읽힌 책의 새로운 관점을 감상하면서 호기심을 갖거나 아예 무관심해지거나 할 뿐이고 말이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양한 시선과 감상이 나올 수 있는 건 개인적인 읽음 안에서 해석되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뭐 살아온 환경이 어떻고 관점이 다르고 삶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둥 하는 건 너무 뻔한 말이니까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다. 그저 내 시간 안, 순전히 나만의 사고체계 안에서 사유하고 성찰하며 대입해보는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에 같은 책 한 권에서도 수많은 지점에서 다른 감상으로 가지치기하듯 뻗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해볼 수 없었던 생각을 잠깐이라도 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른 이의 감상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이왕이면 색다르면 좋다. 그래서 『혼자가 되는 책들』 같은 책이 더 가치가 있다. 비슷한 유형으로 소개하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 있으니까. 책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시선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간접경험을 제공해준다.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꽤 있었다. 음악 서적이 1순위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관한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좋아하게 된 경우다. 영화와 음악의 시너지를 이들 콤비보다 잘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다. 마녀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 다양한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얼핏 비슷해보이는 스토리 안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의 맥을 놓치지 않는 그의 능력에 놀랐던 적이 여러 번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정리하는 책을 통해 최원석 MD가 바라본 아이와 어른의 경계 그리고 아이는 아이답게의 모토로 확립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관을 훑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큰 관심이 간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쓸쓸한 말이다. 왜 쓸쓸하냐면 질문을 던지(고 싶)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말도 더 알고 싶은 점도 없다. 오직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걸로 만족할 뿐이다. -57쪽
무조건적으로 남들에 휩쓸리는 건 좋지 않다. 때때로 맞추어가야 하는 것이지 그저 휩쓸리는 것을 맞춰가는 거라고 합리화하는 건 별로다. 혹자는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일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에 한해서만은 이기적이라도 괜찮다. 책을 그저 밥 먹는 것처럼, 일상의 그저 그런 한 부분으로 인식하더라도 자기 고유의 선택적 시선과 가치관은 필요하다. 십 점 만점에 남들은 0점을 줘도 십 점을 줄 수 있거나 반대의 경우가 존재하는 건 분명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책을 들여다봤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책의 평점이나 평가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호기심이 동하면 내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그 안에서 또 잊거나 잊히는 책은 부지기수겠지만 읽게 될 책은 언젠가는 읽게 될 테니까. 그게 직접체험이든 간접체험이든. 이런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슷한 유형의 책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잊혔지만 누군가에게는 고이고이 기억되는 순간의 책을 소개하는 개성 있는 책 말이다. 아주 좋았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니까. 소신 있게 책을 선택하고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다면 아주 좋았다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가 선택한 책이 예술인들의 흔적을 단지 작품성과 업적만으로 수치화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또 하나의 삶을 창조하거나 기이할 정도로 볼품없고 단조로운(예술서라고 하기에는 뭣한), 감상적이지도 않은 책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서 찾아낸 그들의 삶과 작품 면면을 세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므로 저자 또한 의문을 품고 질문에 응답해가는(답이 있든 없든) 과정의 책을 그는 좋은 책으로 꼽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는 나만의 시간 속으로 걸어갔다. 어떤 책을 소개할 때는 열렬한 호기심을 보이다가 어떤 책은 시큰둥하게 의무적인 책장 넘김을 반복하다가 그의 가치관이 마음에 드는군, 같은 혼잣말도 하면서. 『혼자가 되는 책들』을 읽으며 나를 찾는 시간에 한참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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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시간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 속의 내용에 파묻혀 있는 혼자만의 사유의 시간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외롭다거나 쓸쓸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에 외롭거나 쓸쓸할 새가 없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특히 봄처럼 꽃이 피고, 날씨가 좋아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는 더더욱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처럼 '혼자가 되는 책들'이라 말하는 책을 만났다. 인터넷 서점 예술서 MD가 말하는 예술에 관련된 책이다. 그가 읽었던 음악에 대한, 영화에 대한, 미술에 대한 책들을 소개했다. 예술서라 하면 미술 관련 책만 주로 팠던 내게 음악과 영화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만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어디 음악과 영화 혹은 미술에 관련된 책 뿐일까. 사진 전공자 답게 사진에 관련된 예술서들도 만날 수 있다. 그가 소개하는 예술서들에 귀기울여보자.
나의 쇼팽. 나의 바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밀고 감으로써 멀리 떠난다.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 (26페이지)
책 속에서 가장 큰 발견은 시리 허스트베트의 예술서였다. 그의 소설을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 만난 그의 미술 에세이는 다시 한번 그의 예술에 대한 지식과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어느 책에서 조르조네의 「폭풍우」라는 그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가의 그림을 보고 매혹되는 일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유달리 애정이 가는 작품들이 있듯 시리 허스트베트도 「폭풍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에세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소설을 읽을 때 작가에 대한 이력을 읽었던 페이메이르의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자신만의 이론을 제시했다는 글도 반가웠다. 시리 허스트베트가 쓴 『사각형의 신비』의 내용들을 책으로 만나고 싶어졌다.
『사각형의 신비』가 선사하는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것이다. 태도다. 에세이란 궁극적으로 매혹에 대한 이야기이고, 매혹은 사랑의 시발점이며, 사랑은 그 성패가 아니라 사랑을 품에 안고 있었던 동안의 삶으로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10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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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에세이는 꽤 구입해 가지고 있고 자주 읽기도 하는데, 사진집은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지 않고, 자주 찾아 읽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속의 몇 권의 사진집을 보며 든 생각이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읽지 않은 최민식의 『휴먼선집』 소개도 있어 반가웠다. 가난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사진집이라 해서 구매해놓고 사진으로 말하는 그의 휴머니즘을 아직까지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사진 전공자답게 사진집이 여러 권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점이 있었다. 요즘엔 휴대폰의 카메라 화질과 기능이 좋아져 휴대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꼭 DSLR 카메라가 아닌 휴대폰으로라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저자는 『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라는 책도 소개한다. 사진을 찍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쉽고 정확하게 지시하는, 우리가 구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한 권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단상들 속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 즉 사진 속에 찍힌 장면을 실제로 바라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보다 정확한 증언을 할 수는 없다. 사진은 그 사진을 찍은 이에게조차 매일 달라지는 꿈으로, 그 꿈을 촉발하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330페이지)
몇 권의 사진집을 구입하려고 보니 가격도 꽤 비싸지만 품절된 책도 있고, 필립 퍼키스의 『한 장의 사진, 스무 날, 스무 통의 편지들』 같은 경우는 '안목'이라는 출판사에서만 구입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쉽게 접하지 않는 예술서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컸다. 고전 문학을 소개하는 에세는 꽤 보았어도 예술서를 소개하는 책은 드문 것 같다. 다양한 독서, 다양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혼자만의 시간속에서 충만한 시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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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보물을 숨긴 섬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라는 글을 저자는 던졌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기에 보물의 좌표 근처에서 각자 다른 자신만의 좋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을 '혼자가 되는 책들'이라고 한 이유라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나를 더 멀리 여행하게하고,내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게 해 줄 책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다. 예술도서 추천 코너에 연재한 글들이라 총 24권의 책들 중 음악,미술,사진에 관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가지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이 중 한 권도 읽은 책이 없었다는 것. 책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몇 권의 공통분모는 존재했었는데......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책을 24권이나 만났던 얘기니까 긍정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미술에 대한 관심때문인지 미술 관련 책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어떤 작품이 상념의 비경을 펼쳐 보였을까 질문을 던지고 질문이 생겨나는 순간을 친근하게 서술한 책으로 [혼자 가는 미술관]을 추천했다. 말 그대로 작품을 나만의 느낌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보여 주었는데,그렇다면 이 책은 작품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테니 오롯이 혼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 했다. 이 책의 다른 미술 관련책들과 차별화 되는 점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아래의 글이라 생각된다.
미술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책들 역시 교양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저 멀리 타국에 있는 미술관 소개,압축하고 추려낸 서양 미술사,유명 화가들에 대한 감상 에세이들......적절한 분량으로 떠먹기 좋게 구성한 지식 뭉치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식들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지식의 흡수에 앞서 그 지식을 사용하는 방법을,즉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말해주는 책은 그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어떤 작품이 어떻게 수수께끼를 불러 일으켰는지를 보여줄 사례집이 필요하다.-p47
저자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을 계속 해오고 있는 사람이어서인지 유독 사진집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은 시각적인 것이다 보니 한 장의 사진도 보지 않은 채 저자의 글만 따라가다보니 뭔가 와닿는 부분이 적었다. 그래서 그 책에 대한 느낌은 알겠는데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그럼에도 시선을 잡아 끄는 책이 있었는데 [한 장의 사진,스무 날,스무 통의 편지들]이었다. 자신이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대해 스무개의 단상을 쓴 책이라고 한다. 같은 사진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는데,사진을 찍은 사람조차 스무개의 단상을 써낸다면 사진은 얼마나 많은 언어로 읽혀질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어떤 사진에 대해서 어떤 글들을 써내려갔을까 마구 궁금증이 이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클래식에 대한 책들은 유명한 곡들과 그 곡에 얽힌 음악가와 음악사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이 책은 저자 나카무라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담을 전해준다. 나카무라는 예술 천재들의 세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시스템과 개인 사이의 투쟁이 펼쳐지는 곳임을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p284 얼마전에 만났던 [동물원이 된 미술관]에서도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에 미술을 증오한다'라는 글이 있었는데,문득 이 글이 떠올랐다. 미술,음악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예술성과 실력에 우선하는 시스템이 존재할 수밖에 없나보다. 어쨌든 내가 접해왔던 책들과는 다른 방향의 글이라 궁금해졌다.
체호프의 남은 인생을 부여잡을 고통스러운 사색, 즉 작가는 세계를 어떻게 말 할 수 있는가라는 고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p302 안톤 체호프가 사할린을 여행하고 온 이후에 썼던 [사할린 섬]에 대한 이야기다. 체호프에게 이 한 권의 책은 그의 작가로서의 삶을 바꿔 놓는 결과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할린 섬]을 읽고 이전, 이후의 글들을 읽어보면 그의 변화를 알 수 있을까? 그의 단편집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저자를 통해 24권의 책들을 만났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책이란 극히 개인적인 경험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누군가의 책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재미 있는 일이다.그가 소개한 책 들중에서 일단 내 맘에 드는 책들 위주로 정리를 해보았는데,다른 책들도 상당히 흥미로운 책들이 많았다.관심 가는 책 부터 시작해서 한 권씩 만나보고 싶다.100명이 읽는다면 분명 100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되는 다양한 책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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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아는 방법은 그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세상에 책은 많고 그것을 전부 읽을 수 없으니 때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책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특정 작가나 책을 향한 편견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문학에 편중된 책읽기를 하는 내게 최원호의 『혼자가 되는 책들』은 예술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든다. 온라인 서점 MD여서 특별히 책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키웠을 것이다. 책이 출판되고 출판사의 소개글로 처음 만나는 책을 MD가 어떻게 읽고 소개하느냐에 따라 책은 이전의 책과 다른 책이 된다. 일반 독자보다 한발 앞서 책과 소통하는 그가 선택한 책이라는 점에서 남다르게 다가온다.
남다르다는 게 쉽고 친절하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예술서는 어렵고 그것을 자신만의 분명한 색으로 들려주는 최원호의 글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검색에 이어 메모를 하기에 이른다. 어쩌면 최원호 혼자만 알고 싶었을 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혼자가 되는 책들』에서 언급한 책은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책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내게 『음악의 기쁨』이 그러하듯이. 지인이 언급한 책이라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다뤘는지 몰랐다. 그러나 책을 덮고 가장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음악 이론과 음악가에 대한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던 내게 얼마나 신선하고 즐겁게 음악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일반 청취자’를 대상으로 만든 라디오 프로그램 대본은 보다 풍부한 인용과 유머를 사용해서 가능한 한 접근성을 높인다. (61쪽, 『음악의 기쁨』에 대한 글 중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대본으로 편안하게 독자에게 접근하는 예술서라면 누구라도 곁에 둘 수 있는 친구처럼 친근한 책이 될 것이다. 몰랐던 책에 대해 알고 싶다는 건 거대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결국엔 변화를 가져오는 글을 쓰게 만든 대단한 존재가 바로 책이라는 것이다. 예술서에 대한 최원호의 애정이 불러온 결과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닌 최원호가 부럽다. 지금 그는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음악을 듣고 있을까. 일상 속에 예술이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예술서라면 그것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건 『혼자가 되는 책들』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밀회로 유명한 예술가로 알고 있었지만 이런 문장으로 요약되는 삶의 주인공 리흐테르가 나는 더 궁금하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지니까. 가공할 만한 기억력으로 인해 지나온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모두 바라보면서 삶의 뒤편으로 물러서야만 하는 사람. 그때 삶이란 별들처럼 영영 그 자리에서 빛나는 기억들일까 아니면 어둠을 향해 뒷걸음질 치는 발걸음일까. (174쪽, 『리흐테르』에 대한 글 중에서)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몰라서 혹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서 아예 예술은 멀고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최원호가 권하는 책들은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가 먼저 읽은 음악, 먼저 만난 그림, 먼저 만난 사진을 통해 그와 함께 예술에 다가갈 것이다. 더불어 음악, 미술, 영화, 사진 중 어느 분야에 더 끌리는지 알게 된다. 읽고 싶은 제목을 먼저 읽어도 괜찮다.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든 문은 열리니까. 이처럼 한 권의 책은 예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예술뿐 아니라 삶에 대한 시선도 달라진다. 몰랐던 것을 아는 기쁨,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타인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독자는 그저 사진 속 사람의 형태를, 그들의 얼굴과 몸을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사진 안에 찍힌 사람들은 감상자의 감정적 소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사체들은 감상자의 마음에 빚을 지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사진 위에 존재한다. 이 사진들을 소용되지 않고 그저 존재한다. (192쪽, 『침묵의 뿌리』에 대한 글 중에서)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의 예술서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책들은 혼자가 될 것이다. 나 역시 혼자가 된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지만 혼자 책을 곱씹는 시간도 충만하다. 예술에 대한 감각이 성장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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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시간들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예술서들 <혼자가 되는 책들>은, 예술서 MD 최원호가 추천하는 예술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간략하게 책에 대한 평을 적자면 '여느 예술서들과는 다르다'는 점이었다. 예술서 MD이기에 수많은 작품들을 읽어왔을 것이며, 시대에 따른 트렌드나 장르 일련의 특색 등을 연구해왔을 그다. 필자가 이 책을 타 예술서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자 자신만의 삶을 주체로 하지 않았음에도 책의 상당 부분에서 '저자만의 시각'이 배어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이 기획된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예술서들을 소개하고 독서를 권하는 데 있을 것이다. 보통, 이같은 기획의도를 지닌 책들에서 소개되는 예술서들은 어딘지모르게 익숙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을 것이다. 이유는, 리스트된 책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점을 잘 아는 독자들은 저자들이 소개한 책 리스트(대개, 목차에 집약돼 있다)만을 훑은 후 그 책들을 바로 구매해버린곤 한다. 다른 책들을 소개하는 '친절한' 작가들은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혼자가 되는 책들>은 조금 다르다. 이 책 역시, 기획의도대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권하고자 하는 책들이 리스트돼 있지만, 다른 책들에서는 소개된 바 없는 생경한 책들을 소개한다. 저자 또한 수많은 예술서들 중, 몇 권만을 뽑아내는 데에는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소개된 책들 속에서 발견한 좋았던 것들에 대해 썼다고 고백한다. 동시에, 책의 어떤 지점이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새로이 발견하도록 이끄는지에 대해서도 썼다고 말한다. 즉, 책들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발견'한 후, 독자들에게 그것을 직접 선보이기도 하지만 '좌표를 알려주는 데' 목적을 뒀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단순히 책에 대한 정보 얻기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가 발견한 좋은 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자가 '왜 추천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 의도하는 바는, 자신만의 세계, 자신의 참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혼자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데 있다.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해석과 감상, 이후의 행동이 다르듯 같은 좌표를 쥐고 있다고 해서 많은 동일한 효과가 발새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다중적 해석이 가능한 제목을 정했다. 독서를 통해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과,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라는 것. 결국, 이 책은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의 좌표인 셈이다. 앞서,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이 다소 생경하다고 말했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 혹은 세상(현실)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주로 선택돼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마이너리티 클래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을 어렵게 여긴다. 하지만, 이는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낯섦에서 기인된 감정일 뿐이다. 무엇이든 '모르는 것'을 접하기 전에는 막연함 때문에 두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는, 어떠한 것이라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음악감상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앞서 음악 감상의 여정이 자신의 내면이 찾으려는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실제로 찾으려는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실제로 어떤 음악 또는 음악가를 좋아하게 될지는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더 좋다. 예기치 못한 감동일수록 우리를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은 어느 해변에라도 당도해 여정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22쪽에서)' 예술을 어렵게만 '여기던' 독자들에게 두려움을 거두고 '경험'을 고무시키는 글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이 책에는 사진을 다룬 책들도 많이 소개돼 있다. 이 또한 다른 예술서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대부분의 예술서들이 미술과 음악 위주로 소재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사진을 다룬 책들은 반 이상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 급급해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서들을 저자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서술'해낸다. 더불어, 기존 사진서들이 지닌 한계점을 지적하고, 그것들과 다른 방향을 선택한 용감한 작가들의 책을 소개한다. 소개된 책<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는 '사진을 찍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쉽고 정확하게 지시한다고 서술한다. 또한, <천재 아라키의 애정 사진>은 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아무 고민 없이 권할 수 있다'고 써낸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아마추어를 위한 사진 책'들이 하나같이 놓쳐버린 사진 작업의 핵심적인 한 축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 그 축이란 바로 단 한 장의 멋진 장면에 목매달지 않는 튼튼한 사진 데이터베이스의 축성 작업, 즉 아카이브 제작을 뜻한다. (135쪽)' 사진서로 또 달리 추천되는 책은 <윤미네 집>이다. 이 책은, 기존 사진서들이 내세우는 소위 '잘 찍은 한 컷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카이브'다. '반면에 <윤미네 집>에서는빗나간 구도와 실패한 노출, 때로 피로가 엿보이는 가족들, 딱히 눈을 잡아끄는 주요 피사체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장면들이 손쉬운 해석을 거부한 채 멀뚱히 감상자를 바라본다. 이때 감상자는 "그런데 이건 무슨 장면이지? 이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진이 왜 사진집에 수록됐지?"라고 묻게 된다. 난해한 현대미술처럼 아예 파악 불가능한 비주얼이어서가 아니다. 그 사진들은 분명히 감상자들이 다 아는 사물들로 구성된 이미지임에도 '이건 이런 사진이야'라고 말할 수 없는 생경함, 익숙한 사물들이 풍기는 모호함을 품고 있다. (137쪽)' 필자도 이 책을 접한 바 있는데, 이 '추억이 담긴' 사진집은 윤미네 가정의 기록서다. 필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감동적이며 접하는 이의 상황과 호흡에 따라 다른 감흥을 전해받을 수 있을 만한 사진집'이라고. 저자의 주된 관심사로 보이는 사진에 그만의 철학과 추천하는 책들이 많아, 필자 또한 사진에 대한 글을 조금 길게 적어봤다. 어쨌든, 이 책은 이제껏 봐왔던 예술서들과는 다른 정보와 사색거리를 제공한다. 크게 보면, 예술에 대한 철학에세이로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저자의 문체다. 사용되는 단어나 비유가 아름답다. 주관이 뚜렷한 데 반해, 문체는 유려해서 금세 빠져들 수 있었다. 감동의 연신 이어질 때도 있어서 더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유려한 문체로 예술을 다루니… 이 얼마나 치명적인 책인가. 지난 2월 말에 출간됐는데, 필자 생각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쉽다. 뭐, 그래도 괜찮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인식되지 않듯, 많이 팔리지 않은 책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최고의 책이 될 수 있는 법이니까. 기존 예술서들에 대한 비판, 경험하기 전에 섣불리 판단해버리는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 등 책에서는 저자의 예술비평들도 만나볼 수 있다(사실, 이 부분들을 만날 때 개인적으로 가장 기뻤다!). 그래서 필자에겐 <혼자가 되는 책들>은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본문에서] 그러나 비평은 신뢰가 아니라 의심과 걱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비평 언어는 질문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나는 책을 추천하기에 앞서 말하곤 한다. "먼저 인생을 돌아보세요. 내가 뭘 해왔고 뭘 하고 싶고 뭘 두려워하는지를 아는 게 먼저입니다. 열쇠는 내가 그걸 손에 쥐고 문을 열라고 주는 거지, 그걸 모셔다 놓고 백날 치성을 드려도 문은 알아서 열리지 않습니다." - 46, 47쪽 <혼자 가는 미술관>은 감상자와 미술 작품이 사적으로 소통하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정 작품이 어떤 체험을 부르거나, 반대로 어떤 체험이 특정 작품을 호출해 자기의 내면 안에서 즉각적인 교감을 이룬다. - 48쪽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쓸쓸한 말이다. 왜 쓸쓸하냐면 질문을 던지(고 싶)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말도 더 알고 싶은 점도 없다. 오직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걸로 만족할 뿐이다. 물론 사랑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개중에는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호감을 사랑의 원동력으로 삼고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역마살과 손재주를 타고난 이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뭔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을 더 알고 싶어지고 이해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자신의 세계 바깥에 존재하던 객체를 자신의 세계 속으로 포섭하려는 욕망과 그에 따른 노력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의 대상을 향해 던져지는 질문은 자신이 질문을 던지는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 표현(나는 그를 내 안으로 초대하고 있다)이며, 그 결과로 떠오르는 감상이란 자신이 앞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성의껏 구한 답으로서 도출되는 것이다. - 57쪽 '원형 신화' 자체는 클리셰가 아니다. 클리셰는 특정한 장치나 설정이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태도'에 달린 문제다. - 75쪽 <우연한 걸작>은 결국 삶을 찬양하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각의 예술 작품은 예술 행위의 종착지가 아니라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에 놓인 촉매이며, 그 촉매에 의해 빛과 열을 뿜는 것은 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인간들 자신이다. - 85쪽 언제나 열려 있는 문은 밀고 닫는 행위를 불필요하게 만듦으로써 문의 의미를 잃고 만다. 그것은 문과 닮은 무엇이지만 문은 아니다. 문을 문답게 만드는 것은 그럴듯한 생김새나 재질이 아니라 열고 닫고 두드리는 행위들이다. 묻지 않고서 얻은 지식은 언제나 열려 있는 문과 같다. 그 지식은 답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답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구는 아는 것에 따라 보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해서, 구하고 묻는 과정을 생략한 채 쌓은 지식들은 어떤 신비나 놀라움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 93, 9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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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척 낯설었던 직업, MD. 요즘은 쇼핑몰마다 MD추천이라는 이름을 붙여 기획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아는 MD는 자신의 이름을 건 기획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책을 얼마나 읽어야 인터넷 서점 MD로 활동할 수 있을까? 아무리 출판계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책 중에서 판촉활동을 해야 할 책들을 골라내고, 추천할 책을 골라내는 일.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MD들의 글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과연 좋기만 할까? 어쨌든 이 책의 저자는 인터넷 서점 예술서 MD로 활동하고 있단다.. 우워~ 예술이다.. 어쩐지 예술이라는 파트는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나에게 있어 “기호”는 확실하지만 “예술성” 평가는 어려운 일이다. 즉, 좋아하는 음악 장르와 가수는 있어도 그들의 음악성을 논하지 못하며, 좋아하는 그림은 확실하지만, 작품성에 논할 어떤 근거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주눅이 든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극복하기 위해 많은 예술 입문서들을 읽었지만 결국 취향만 확실해지고 말았다. 제목이 특이하다. 혼자가 되는 책들. 이 책을 읽으면 혼자가 된다는 것인가. 섬뜩한데. 보통 때도 워낙 혼자 노는 스타일이라, 이 책을 읽고 더더욱 혼자가 된다면 좀 곤란해진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 지은 제목이 아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와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책을 권하기 위해 내가 그 책에서 발견한 좋았던 것들에 대해 썼다. 동시에 그 책의 어떤 지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세상을 새로이 발견하도록 이끄는지에 대해서도 썼다. 말하자면 독자들에게 보물섬의 좌표를 알려주고, 거기에 보물이 있다는 증거로 내가 먼저 그 좌표에 다다라 찾아낸 작은 보석들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글을 읽은 독자들 역시 내가 다다랐던 지점에 도착해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하고 싶어하게끔 이끌고 싶었다. 소개하는 책의 성격에 따라 보물섬의 좌표를 안내하는 데 주력하기도 하고 반면에 내가 찾아낸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때도 있으나, 기본적인 체계 자체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 보물을 숨긴 섬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나는 다른 이들이 그 섬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는 알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의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들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시야를 가진 이들은 보물의 좌표 근처에서 각자 다른, 자신만의 좋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로 지어졌다. 혼자가 되는 책들. 마치 수많은 평행우주처럼, 똑같은 책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의 단서들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더 멀리 자신만의 여정을 나아가는 사람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그간 그러했기를,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독서를 통해 언제나 기꺼이 혼자되기를 바란다. 예술서 MD답게 그가 고른 책들은 내가 그 존재조차도 몰랐던 책이 대부분이었다. 호기롭게 책을 펼쳤지만, 쉽게 읽을 수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도 몇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기에 정리해놓고 읽어보려 한다. <이영진의 마이너리티 클래식> 이 책은 제목에서도 “마이너리티”를 강조하고 있다. 덜 유명하지만 좋은 음반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연재 형식으로 쓰인 글들을 바탕으로 해서 각 챕터 호흡도 짧고 어려운 표현도 거의 없다고 하니 나의 수준에 딱 맞을 것 같다. 게다가 “워낙 기구한 사연들이 많아 읽는 사람의 마음에 걸릴 확률도 크다”고 하니 스토리 좋아하는 나에게 맞춤한 책이다. <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 LTP(Lireracy Through Photography) 즉, 사진을 통한 글쓰기 활동에 관한 책인데, 사진이 언어와 상호작용하면서 선사하는 표현 확장의 가능성을 축약한 단어라고. 원래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용한 방법이란다. 여기서 저자는 그 확장성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말하고 싶었던 것을 말 이외의 방법을 통해 더 잘 표현하는 것, 사진을 찍고 그 결과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비로소 발견함으로써 드디어 말하기 시작하는 것. 사진도 말하기도 서툰 나로서는 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서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할 만하다”고 적고 있다. 우리가 적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는 “오래되고도 거대한 기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나보다. <휴먼 선집> 어릴 때 우연히 보았던 최민식의 사진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리고 불온해보였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들이댄 카메라.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할지 입장을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어린 나이에도 그랬다. 최민식의 작품은 그런 묘한 느낌이 있었는데, 저자 역시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 사진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이다.” 그러나 그렇게 끝없이 천착해온 인간이란 주제가 정말로 정직한 것이었던가 그는 이 책에서 되풀이해 묻기를 그치지 않는다. 어느 날 딸이 “아버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팔아서 자신을 자랑하려는 거예요” 라고 따졌을 때, “딸아이가 나에게 던졌던 말이 수도꼭지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나를 괴롭혔다“ 고 고백한다. 그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망울처럼 잦아드는 회의와 의심을 평생 동안 ‘아주 열심히’ 막아내며 살아야 했던 게 아닐까. 독서를 통해 기꺼이 혼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 <혼자가 되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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