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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의 독서편력, 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어떤 것인가.
"릭의 독서편력, 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어떤 것인가." 내용보기
독서편력(릭 게코스키.2011뮤진트리)깊은 잠에서 눈을 뜬 돈키호테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책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고 넋을 잃는다. 돈키호테의 광기가 책때문이라고 생각한 신부가 그의 책을 모두 불태워버린 것. 세르반테스는 한 권 한 권 연기로 변할 때마다 목록을 작성하듯 책이름을 호명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독서편력에 대한 고백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자신의 분신
"릭의 독서편력, 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어떤 것인가." 내용보기

 독서편력(릭 게코스키.2011뮤진트리)

깊은 잠에서 눈을 뜬 돈키호테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책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고 넋을 잃는다. 돈키호테의 광기가 책때문이라고 생각한 신부가 그의 책을 모두 불태워버린 것. 세르반테스는 한 권 한 권 연기로 변할 때마다 목록을 작성하듯 책이름을 호명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독서편력에 대한 고백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자신의 분신이 모두 태워졌을때
돈키호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르트르는, 그의 자전적 소설 '말'에서
'나는 내가 읽은 책의 총화'라고 말한다.
이는 서재에 있는 책, 그 속에 담긴 생각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뜻일 거다. 만약 사르트르가 '출구없는 방'에 갇히게 된다면, 그래서 분신과도 같은 책들과 만날 수 없게된다면 그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그런데 독서편력'에서  릭 게코스끼는
좀 다른 생각을 펼친다. 그는 이혼하면서
집과 가구를 모두 아내에게 준다. 서재가 들어갈만한 집을 구할 때까지 책은 아내가 보관하기로 한 것. 하지만 릭이 집을 구하고 책을 달라고하자 아내는 단호히 거절한다. 이혼합의서에는 집과 딸린 가구를 아내가 가진다는 말만 있지, 책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었다. 릭이 아무리 사정해도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론 이해하죠. 책이 당신의 분신이라는 거 말예요. 하지만 그거야 뭐 내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떠난, 당신 사정이죠. 이제 당신이 없으니 난 분신이라도 챙겨야겠네요.

처음에 릭은 좌절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책을 잃는다는 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잃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릭은 야릇한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히려 자신이 평생 책에 묶여 있었다는 것, 어쩌면 서재라는 감옥에 갖혀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서재는 그에게 끊임없이 읽기를, 쓰기를, 생각하기를 강요해 왔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휴가도 못가고 아이들과 놀거나 연인과의 데이트도 못했다고 자책하게 된다. 심지어 질투심으로 가득한 책들은 릭이 새로운 책과 만나는 데도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해된다. 어떤 책에 깊이 빠져들면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가슴 안쪽에 들어앉아 내 생각을 좌지우지하는 것. 그러다 보면 자칫 편견과 이데올르기의 노예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의 수긍은 신포도증후군일 수도 있다. 손에 닿지 않는 포도를 흘겨보는 여우처럼.)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는 서재의 책을 잊고 홀가분하게 새로운 책을 찾아나선다. 따지고보니 인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도 적당한 몇 권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비로소 그는 과거부터 함께해 온 정든 책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책읽기에 빠져든다.

책을 읽다가 서재 뒤켠으로 눈을 돌려본다
가지런히 꽂혀있는 수천 권의 책들... 평생
나와 함께 길항해 온 분신이다. 책들이 저 곳에 자리잡고있는게 건 내 선택의 결과임에 분명하다. 내가 서점에 가서 골랐고, 주머니를 털었으니까.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 생각의 변덕스러움, 그리고 우연의 반복이 필연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 책들이 나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혹은 나의 자아가 저 책의 생각으로 직조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적다가... 
불현듯 말을 닫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잘 알 수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각의 끈을 놓치고 있다는 막막함...
릭이 느낀 자유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서재의 문을 닫고
한 일년쯤 지내보면 어떨까 싶다.

k******1 2020.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