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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번백작 네빌 뉴버리. 모든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고 정혼자로써 자신을 쭉 기다려온 여인과 결혼을 막 치르려하는 순간 교회에 들어선 여인 때문에 충격에 휩싸입니다. 새로운 가정을 막 꾸리려는 두 사람을 축하하고자 여기저기서 모여든 하객들은 어리둥절해하구요. 릴리 도일. 여자로서 감내하기 힘든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남편을 찾아온 그녀의 충격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바로 남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니 말입니다.
단순하게도 전 이 책 제목만으로 엉뚱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One Night Stand와 연결지어서 현대물에서 많이 사용된 바 있는 우연하게 이루어진 사랑, 그리고 오랜 헤어짐 뒤의 재회가 담긴 책일 줄 알았거든요. 읽다보니 어느정도(?)는 첫 예상과 통하는 면이 있긴 했지만, 다소 가벼우면서도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물의 패턴과는 다르더군요. 또한 상당히 그럴듯한 개연성을 쭈욱 유지하고 있었구요.
이 책은 다섯가지의 파트 즉 귀향(The Return), 회상;단 한번의 사랑(The memory;one night for love), 불가능한 꿈(The impossible dream), 숙녀로 거듭나기(The education of a lady), 결혼식(The wedding)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부분별 내용을 적절하게 함축한 소제목들이더군요. 네브보다는 릴리가 변해가는 모습에 전체적인 중심내용이 맞춰져 있어서, 이런 소제목들이 보다 더 그럴듯했던 것 같구요.
보통 여주들은 시대나 신분을 막론하고 똑똑한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지적인 상으로 표현되죠. 그런데 릴리는 그런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답니다. 오랜세월 군대생활에 이골이 난 아버지를 따라 다닌 관계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문맹인데다 상류사회의 예의범절 따위도 전혀 모르거든요. 그런 그녀가 백작부인으로 판명이 났으니, 남주의 어머니나 그의 친척들이 보인 반응은, 나름대로 예의를 차리긴 합니다만,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남편마저도 자신이 상상했던 대로의 모습이 아님을 알게 되자, 릴리는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미처 배우지 못을 글을 깨치는 등 숙녀로서 거듭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요. 남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느낀 필요에 의해서였죠.그렇기에 그녀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내의 귀향에 네브가 보인 반응 역시 현실적이었어요. 릴리를 이미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버린 그로서는 그녀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거든요. 오히려 약혼자에 대해 더 걱정하죠. 또한 전쟁터에서 아내가 겪어야했던 고통을, 남편이라기 보다는 친오빠마냥 감싸주기도 합니다. 결혼을 주관했던 목사가 얼마 안가 사망했던 탓에 그들의 결혼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황을 바로 잡으려고도 하구요.
변화된 인생에 서로를 맞춰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숨가쁘게 와닿았는데요. 그런 가운데 릴리를 죽이려는 두 번, 아니 세 번의 시도나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깊은 관심을 보이는 공작의 태도가 결국엔 실타래풀리 듯 어떤 결과로 치닫는 것 또한 억지스러움없이 그런대로 무난하게 처리했더군요.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 감히 권해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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