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왕자는 3번 정도 읽었는데 조만간 다시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어린왕자 중 기억에 남는 글귀 소개하고자 한다. "마음으로 보아야 더 잘 볼 수 있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넌 내게는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 난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의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지는 거야.. 넌 내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거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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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렸었다. 어리다는 건 상대적인 개념일 게다. 인생을 좀 더 살고 난 지금 그 시간을 돌이켜보니 그때 그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린 왕자>의 줄거리와 느낌도 이젠 안개처럼 흐릿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책을 성서 다음의 스테디셀러로 내 스스로 손꼽는 건 아마도 책에 실려있던 글과 그림들이 인상깊었던 때문이리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은 다시 봐도 모자처럼 보이니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뒤로 갈수록 생소한 부분이 많아진다. 아마도 이해 못하고 페이지만 넘긴게 분명하다. 20대에 부르던 노래들이 추억과 버무려져 30대에는 진한 향수의 멜로디로 묻어나듯, 10대에 읽었던 책들은 색바랜 편지를 다시 들추어 읽듯 반갑고 정겹다.
이 책을 스무 번도 더 읽으시고 서른 권도 넘게 가까운 친지들에게 선물하셨다던 법정스님. 어린 왕자를 읽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내 신뢰감과 친화력을 느끼게 된다는 그분의 말씀을 책에서 읽고 어린 왕자를 다시 꺼내 읽었다. 언젠가는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은 늘 무겁게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후련함 보다는 내용이 10대에 읽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와 너무나도 좋았다. 왜 생텍쥐페리가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이 책을 어른들에게 바친다고 첫머리에 썼는지, 삶을 어느 정도 살아본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살던 별을 떠나 오면서 주변의 별들을 잠깐 들르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내게는 무척 인상깊었다. 첫번째 별에서 만난 사람은 자신의 권위가 존중받기를 바라며 명령만 내리던 왕이었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세 번째 별에는 술을 마시는 게 수치스럽다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이상한 술꾼이 있었다. 네 번째 별에는 별들의 숫자를 세느라 너무 바빠 정작 별들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해 줄수 없는 사업가가 살고 있었다. 다섯 번째 별에는 가로등을 계속 껐다 켜는 일을 반복하는 등지기가 살고 있었고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인 노신사가 살고 있었다. 그 별들을 지나 일곱 번째로 찾아간 별이 바로 지구였다.
어린 왕자가 거쳐온 별들의 사람들을 모두 섞어 놓은 게 바로 지구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 중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마음속으로 자꾸 묻게 된다. 나 자신만을 위해 바쁘게 사느라 남과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들과 똑같은 맹목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독버섯과 같은 존재는 아니더라도 어린 왕자가 말하는 버섯과 같은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꽃향기도 맡아 보고, 가끔은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바라보고, 누군가와 사랑도 해 보면서 살고 싶다. 그런 인간의 향기를 간직한 사람으로 말이다. 왜 어린 왕자가 사람을 버섯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솔직히 다시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어린 왕자는 친구가 많이 그리웠던 것 같다. 까칠하고 자존심 강한 장미꽃을 떠나오면서 어린 왕자가 겪었을 마음의 상처가 책을 통해 느껴진다. 슬플 때마다 해 지는 걸 바라보았다던 어린 왕자. 해 지는 걸 마흔세 번이나 본 날, 그의 곁에는 슬픔을 위로해 줄 친구가 아마도 없었을 게다. 지구라는 별에서 만난 비행사 아저씨, 여우, 뱀은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과 그것에 책임을 진다는 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문득 어린 왕자가 살았다던 소혹성을 찾느라 두리번거릴지도 모르겠다. 달아오른 붉은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어린 왕자의 고독한 모습이 떠올라 슬픔이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생텍쥐페리처럼 어린 왕자도 어느 별엔가 살아있길, 그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길 바라본다.
내가 소혹성 B612호에 대해 이렇게 세세히 이야기하고 별의 번호까지 일러주는 것은 다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중략)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가에는 제라늄 꽃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어요." 어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도 못한다.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이렇게 말하면 어른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멋진 집이겠구나!" (22~23쪽)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별에 얼굴이 시뻘건 신사가 살고 있어. 그 사람은 꽃 향기라고는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지.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없지. 그 사람은 계산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 사람은 하루종일 아저씨처럼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란 말이야'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잘난 체를 하지.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었어." (35쪽)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나는 그 꽃이 하는 말을 듣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꽃이 하는 행동으로 판단해야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그렇게 투정을 부린 것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려야 했어. 그 얕은 꾀 뒤에 사랑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42~43쪽)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말야.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보아야 더 잘 볼 수 있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이 말을 잊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건 네가 그 꽃에 들인 시간 때문이야." "내가 내 장미꽃에 들인 시간 때문에……." 어린 왕자는 이 말도 잊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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