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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이나 아리랑과는 다르게 현대에 조금더 가까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아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아직 어렸을 때이니만큼 아는 것이 단편적이고 나중에 전해 듣거나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소설을 통해서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물론 소설이니만큼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고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 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서 읽는다. 이것이 팩트라고 믿어버릴 정도로 어리진 않으니 말이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에 언제나 불안함이 감도는 유일민. 그는 연좌제로 인해서 외국으로 일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어디에 취직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은 그나마 술을 배달하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편지를 전해주러 왔다는 전화다. 이제와서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십대 시절부터 지금 삼십 대가 되기까지 고향을 버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살았는데 이제 와서 아버지의 편지라니 달갑지가 않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유일민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게만 하면 그냥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그것이 아니었다. 정보부에서 그의 삶을 얼마나 밀착감시하고 있었는지 전화호가 온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를 끌고갔다. 아버지와 내통하는 간첩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의 삶을 그토록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면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도 있었을텐데 고문을 가하면서까지 그를 괴롭히고 또 괴롭힌다. 그의 삶에서 아버지의 존재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죽었다면 그의 삶에 더이상 괴로움을 주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유일민을 연모하던 임채옥은 다른 곳에 시집을 갔다. 마음 속에는 그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그녀의 친정은 미국으로 이민을 계획 중이다. 지금 여기서 하는 사업이 잘 되는 것 같은데 왜 이민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그때 한번쯤 꿈꿔보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우리 부모님조차도 이민을 생각하셨고 엄마는 미국으로 간다는 것 때문에 결혼을 했다고 늘 말씀하시고는 하니 그때 부모님이 미국에 가셨고 내가 그곳에서 태어났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하기야 미국으로 가셨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으려나. 여기에 또 유명한 인물 하나가 슬며시 등장한다. 김진홍 목사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를 외쳤던 사람이다. 책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죽을 위기에 놓인 환자를 붙들고 입원을 시켜달라고 병원으로 간다. 병원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입원보증금이다. 단 한 푼도 없었던 그는 동네 사람들이 모아 준 돈도 택시 타고 오느라 없었던 그는 다른 병원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니지만 돈이 없이는 그놈의 입원보증금 없이는 그 어디에서도 환자를 받아 주지 않는다. 그렇게 환자는 시체가 되었다. 누구라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대목이다. 하나님은 늘 낮은 자를 돌보아 주신다고 했는데 죄수와 과부를 돌봐주신다고 했는데 왜 이리도 없는 사람들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야만 하는 것이었을까. 이 부분을 읽다보니 김진홍 목사님의 지금 무엇을 하고 사시는지가 궁금해졌다. 후반부에서는 포항제철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점차적으로 발전을 해가고 있는 공장의 모습이다. 그곳을 취재하러 간 기자에 의해서 그려지는 그 공장의 모습은 서양의 영향을 받은 듯이 보이기도 한다. 공장 안에 어린이집과 학교까지 있는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집도 제공해주는 그런 공간이다. 누구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그런 곳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피하려고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들어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낸 주춧돌 중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평생을 월북한 남편울 기다리며 살아온 해촌댁 즉 유일표 우일민의 어머니는 남편을 결국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그녀가 남긴 것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들 형제가 아니 막내동생까지 남매가 원망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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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운전수에게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선교사들이 한국에 복음을 전하겠다고 세운 병원이니 훈이 어머니 같은 가련한 환자를 받아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브란스 병원 원무과 직원의 대답도 냉담하기만 했다.
이 환자의 병세가 너무 급합니다. 그리고 , 저는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글쎄 우리병원은 자선병원이 아니라구요. 입원 보증금 내고 절차를 밟으세요. ...
훈이 엄마, 세상이 이래서 어떡하지요. 이 넒은 서울 바닥에서 우릴 받아주는 곳은 없구만요. 나라가 세운 병원도, 예배당이 세운 병원도, 대학이 세운 병원도 다 훈이 엄마를 안 받아줬어요. 예, 동네로 가서 우리 기도하자구요. 그리고 내일 날이 새면 또 딴 병원을 찾아댕겨봅시다. ...
안 돼! 안 돼! 훈이 엄마. 절대 안 돼! 이렇게 죽으면 안 돼! ...
진홍아, 네 등에서 죽은 그 여자가 누군지 아느냐? 십자가에서 죽은 나 예수다. ...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모두들 인정하듯 의대에서의 학업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 허락되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 어려운 과정과는 별개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서의 의료 모습은 김진홍 목사가 겪었던 그 시대와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다. 무수히 많은 시험들... 밤 지세워가면서 공부하는 것들이 결국 현재 의료계의 한 일원이 되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큰 병원의 한 부속품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해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의 이 쉽지 않은 학업과정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죽어가는 훈이 엄마를 힘겹게 업고 있는 김진홍 목사를 되돌려 보내는 병원의 그 어디에서 내 의미를 찾고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고등학교 1학년, 쌀쌀해진 늦가을 밤, 부모님께서 주무시고 나면 책 한권을 손에 쥐었다. 마지막 쪽을 덮을 때가 되면 조금은 상기되고 혼란스러워진 가슴과 머리는 이미 새벽을 맞이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권, 한권...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10권의 책은 내 머리로, 가슴으로 밀쳐 들어왔고 아직도 <조정래의 태백산맥>하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흘렀음에도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기에 앞서 그 앞에서 숨을 고르곤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읽음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알게 모르게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태백산맥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나에게는 너무 멀게만 들려왔다. 하기야 이젠 아버지 세대에게도 먼 얘기가 되어버렸으니... 하지만 <한강>은 달랐다. 아버지 세대의 어린 시절을 관통하고 있었으며, 나에게도 어릴적 잠시 공유했던 기억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강>을 읽는 작업은 <태백산맥>보다 더욱 큰 물음과 그 대답에 따른 책임을 내게 던져주고 있다. 의대생으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이 사회에서, "이 사회"에서...과연 어떠한 자리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아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걸까? 어떻게 이에 대한 대답으로 <한강7>에서는 "어둠 저 편의 빛"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김진홍 목사를 통해서 이제는 나 또한 몇번 씩이고 되내이게 하고 있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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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 따라 한끼 먹기도 힘들었던 가난도 마다하고 잘 살아 보자는 구호에 맞춰 하루 14시간 이상씩 일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서민은 계속 서민으로 남아야 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는 악순환의 구조였을 뿐이다...
조정래님은 이러한 사실들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부분에선 박정희 독재 치하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월북해서 한달에 두번씩 서약서에 도장을 찍어야만 하는 사람들, 월남전에 참전했지만 돈은 벌지도 못하고몸만 상하고 돌아온사람, 정치와 경제가 유착하여 뒤를 봐주는 더러운 관계들, 그리고 3선개헌 등등등...
우리 시대의 암울한 역사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1쇄여서 그런지 옥의 티가 있는데 오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만 제외하면 정말 1독을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유선희가 응급실에서 뛰쳐나오며 외쳤다. 복도에 있던 유일민과 유일표는 허둥지둥 등급실로 들어갔다 "엄니, 저 일민이에요" "엄니, 일표에요, 일표" 해촌댁의 풀린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느그.......느그.......아부지럴 원망 말그라....." |
| 처음 왠지모를 이끌림에 구매를 시작한 것이 이제 9~10권만 마저 읽으면 될 정도록 마력이 있는 책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의 일들이 나에겐 기억될 시간이 없었다. 아니 배워볼 시간도 "인지"라는 말을 사용 할 수 있을 정도의 역사적 지식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린 누구나 어릴때 "반공사상"에 의해 중독되어 길러 진다. 그런데 이책은 또다른 시각에서 반공사상과 1960~70년대를 생각케 하는 책이었다. 주인공의 뼈아픈 억눌림에 가슴 아프고, 그렇게 어렵사리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구나라는 깨우침을 준 책이었다. 영웅시 되었던 인물의 또다른 면모도 알수 있었고...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선택해서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앞으로도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책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후배들이 오늘을 인지 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