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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기대가 컸었다. [산]이라는 주제는 1월부터 계획했다. 지난 해 커피, 술에 이은 세번째 독서 테마다. 취미가 등산이고 최소 한 달에 두번은 산행을 하고 있어서 산에 대한 접촉은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산에 대해 얼마나 알지?라는 반문이 생겼다. 남들에 비해 많은 산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아는 것이 없는 듯 했다. 아니, 실제로 모른다는 자책이 이번 독서의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산에 대한 앎이란 그저 수도권 인근에 어느 산이 좋더라라는 정도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인문학적이든 지리학적이든 사회문화적이든 상관없이 산을 폭넓게 접해보고 싶었던 것. 그러한 바램으로 2월에 책을 카트에 담아놓고 구매만 기다렸다.아직 밀린 책이 있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기다림은 설레임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산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고, 주제도 무겁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전문 학회지였다. 제목이 맘에 들어 골랐던 책인데, 책 초반의 용어들이 일반인 입장에서 생경하여 이해가 쉽지는 않았다. 이후에 게재된 여러 주제들 역시 어떤 것은 너무 한정적이었고 어떤 것은 반대로 포괄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름 좋았다. 만약,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또한 스스로 알고자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시각을 배웠다. 단순하게 백두대간을 중심으로한 산맥체계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 그 이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산의 의미를 재해석했던 글이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의 산과 그 이후의 산은 다르다는 관점이 특이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 산은 도피처 역할이 컸다. 세금과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없는 사람들은 깊은 산속에 화전을 일구기도 했다. 여기서 산은 도피처이면서 한편으론 치열한 삶의 공간이었다.또한, 산은 경외의 대상, 신앙이 싹트는 곳이다. 경외심은 평지와 산을 구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산은 특별히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매김되기도 했다. 앞서 도올 선생의 책에서처럼 특정시기의 산은 저항과 투쟁의 아지트로 변모한다. 현대사의 흐름속에서 민중의 고달픈 삶은 산을 필요로 했고, 산은 어느새 그들을 위한 아지트, 결집공간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제발전기 이전의 산은 독립적인 삶의 터전이기도 했고, 심산유곡의 많은 산들은 한편으로 신앙의 중심지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랬던 산의 공간적 의미는 이제 180도 변했다. 산은 더 이상 사유공간이 될 수 없고, 독립적이지도 않다. 이제는 공용자산, 공공재가 되었다.즉, 모든 사람들이 휴식하고 힐링하고 그렇기에 함께 보존해야하는 장소로 바뀐 것이다. 단절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산이 모두가 지켜야할 공용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산은 그 의미가 바뀌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 중요성이 퇴색되진 않았다. 경제적 관점, 유통/물류 관점, 전술적 관점 등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의 산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접근 주제에 따라 장단점도 분명 나뉠 것 같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의 관점에서 보면 산은 언제나 삶의 터전이었고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존재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항상 삶과 연결되어 있다. 도피처이든 힐링의 공용재든. 아뭏든, 부족함을 채우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 같다. 좀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그 출발점으로서 의미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산]을 더 알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