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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샤피로의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둘러싼 저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작품은 과연
스트랫퍼드의 촌놈이 쓴 것인가라는 게 핵심이다.
빌 브라이슨이 『셰익스피어
순례』에서 쓰고 있듯이 ‘잘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 바로 셰익스피어다. 사실은 동시대의 일반인이나, 혹은 극작가들에 비해 셰익스피어는 굉장히 많은 것이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작품이 워낙에 유명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에 대한 의심과 그의 작품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싹튼다. 말하자면 음모이론 같은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셰익스피어가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타난 상황과 묘사들이
한번도 외국에 나갔다 온 기록도 없으며, 그만큼의 법률 지식도 없어 보이고, 왕실의 풍습도 알 것 같지 않은 등 경험적으로 뛰어난 지적 능력을 쌓았다고 보기 힘든 인물이 쓴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워낙에 뛰어나기 때문에 생겨난 의문인 셈이다. 이 이유가 너무도 단순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셰익스피어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 썼다고 했을 때 그 다른 인물로 지목된 사람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은 16세기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과 여러 가지로 묘한 행적을 가진 옥스퍼드 백작이다(제임스 샤피로는 이 둘에 집중하고 있다). 제임스 샤피로는 분명하게
이러한 셰익스피어 원저자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스트랫퍼드의
셰익스피어가 썼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그 내용을 입증하는 게 아니다(물론 있기는 하다).
제임스 샤피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 알려진 작품을 프랜시스 베이컨이, 옥스퍼드 백작이 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마크 트웨인, 헬렌 켈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헨리 제임스, 월트 휘트먼과 같은 유명인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으며, 그들이 그 내용을
어떻게 세상에 내세웠는지를 더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저자 문제를 다룬다기 보다는 그 문제가 생겨난 사회적 배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즉, 음모 이론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비집고 들어간 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음모 이론은 별로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또한 제임스 샤피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셰익스피어라는 사람의 자서전처럼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희곡이나 소네트를 통해서 셰익스피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
행적을 그렸는지를 파악하고 분석하려 할 때 비로소 셰익스피어에 대한 의심(그 촌놈이 그런 위대한 작품을
쓸 만큼의 지적 수준을 갖출 환경이었는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작품은
작품으로 봐야지, 그것이 그 사람을 온전히 비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를 향한 의지』를 쓴 스티븐 그린블랫을 비판한다(물론
제임스 샤피로는 스티븐 그린블랫을 ‘미국이 낳은 당대의 뛰어난 셰익스피어 학자’라고 평가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셰익스피어가 썼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달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건 그 사회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현대까지 일어난 많은 변화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비록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누가 썼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 지도 모른다. 누가 썼든지 그 작품의 위대성은 변함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문제는 중요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프랜시스 베이컨이 썼거나 옥스퍼드 백작이 썼다고 했을
때 그 작품을 이해하는 것과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배우 겸 극작가가 썼다고 했을 때 느낌은 다르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경험을 쓴 좁은 세계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지금도 위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