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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지금이 과거인지 현재인지를 이야기가 제법 진행된 후에야 알 수 있게 쓰여져 있다는 점이 전개를 분주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집중이 쉽지 않았다 아쉽군요
* 에스타는 늘 조용한 아이였기에 정확히 언제 (어느 달, 어느 날은 고사하고 어느 해)부터 그가 말문을 닫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혀 말을 하지 않게 된 때 말이다. 사실은 '정확히 언제부터' 라는 것은 없었다. 조금씩 사세가 기운 가게가 문을 닫는 것과 같았다. 말문을 닫는 과정은 그렇게 알아채기 어려웠다. 얘깃거리가 다 떨어져버려 더이상 할말이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에스타의 침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전혀 요란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책망하거나 항의하기 위한 침묵이 아니었고, 오히려 여름잠, 동면, 페어들이 건기를 견뎌내기 위해 하는 일 같은 심리적 조치였으나 에스타의 경우엔 그 건기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어디에 있든 그 배경 - 책장, 정원, 커튼, 문간, 거리- 에 녹아드는 능력을 갖게 되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익숙지 않은 눈에는 투명한 존재와도 같았다.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에스타와 한방에 있더라도 한참 후에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에스타가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알아채지도 못했다. 에스타는 이 세상에서 극히 작은 공간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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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발화 시점이 암시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읽는 동안 좀처럼 집중 할 수가 없었다. * 만일 그가 그녀를 만지면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없었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면 떠날 수가 없었고, 그가 말을 하면 들을 수가 없었고, 그가 싸우면 이길 수가 없었다. * 그는 그녀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조용히. 소란스럽지 않게 물살을 가르며. 그가 강둑에 거의 이르렀을 때 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를 봤다. 그의 발이 진흙 강바닥에 닿았다. 그가 어두운 강에서 일어나 돌계단을 오를 때, 그녀는 자기네들이 발 디딘 세상이 그의 것임을 알았다. 그가 그 세상의 것임을 알았다. 그 세상이 그의 것임을. 물. 진흙. 숲. 물고기. 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세상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그의 아름다움의 본질을 이해했다. 어떻게 노동이 그의 몸을 만들어왔는지. 어떻게 그가 형상을 깎았던 나무가 그의 형상을 깎았는지. 그가 대패로 밀었던 목판 하나하나가, 그가 박았던 못 하나하나가, 그가 만들었던 물건 하나하나가 그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흔적을 남겼다. 그에게 강인한 힘을, 섬세한 우아함을 선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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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제목, 낯선 이름. 새해를 시작하는 책으로 딱이다, 했다. 내용조차 아예 몰라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기분이 2021년을 바라보는 나와 똑같았으니까.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다. 과거의 나는 이런 내용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두 개의 결말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책의 줄거리조차 모르고 있으니 결말 또한 모르는 걸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1969년, 인도의 아예메넴. 이야기는 ‘육체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정체성은 잇닿은 희귀한’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 그리고 그들을 홀로 키우는 암무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그들은 영국에서 온 사촌 소피 몰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경찰서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 오빠 에스타는 친아버지에게 ‘보내진다.’ 라헬은 암무와 남는다. 그렇게 23년이 흐른 뒤, 말을 잃은 에스타가 아예메넴에 돌아오자 라헬은 그를 보며 과거를 기억한다. 현재와 23년 전을 오가며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불가능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시절이었다. 23년 전은, 그랬다.
모두 법을 어겼다.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법칙을. 그리고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를 정해놓은. 암무는 인도 신분 제도 중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 즉 파라반 계급의 벨루타와 사랑에 빠진다. 시작해서도 안 되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그들은 그 미래를 알았다. 그래서일까.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에 집착했다. 그렇게 벨루타는 암무와 그의 쌍둥이에게 ‘작은 것들의 신’이 되었다.
배경이 ‘인도’라고 했을 때 바로 눈치챘어야 했다. 불가촉천민과 가촉민의 갈등, 종교 갈등, 여성 차별 등의 이야기가 라헬의 입을 빌려 다뤄진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책을 덮었어야 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갈등 이야기를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니까. 23년 만에 만난 에스타와 라헬 역시 마찬가지였다. 23년 동안 가족 구성원 그 누구도 꺼내지 않은 암무와 벨루타의 이야기. 고향에 돌아왔다는 에스타를 만나러 아예메넴으로 향한 뒤, 라헬은 비로소 ‘작은 것들의 신’을 떠올린다. 그는, 외팔이 남자는 누구였을까? 누구일 수 있었을까? ‘상실의 신?’ ‘작은 것들의 신?’ 무언가 땅 밑에 묻혀 있다. 23년간 내린 6월의 비 아래. 잊힌 작은 것. 세상이 전혀 그리워하지 않을 것.
<작은 것들의 신>은 결말을 알려주며 시작된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서 온 한 소녀는 죽었고, 쌍둥이의 어머니인 암무는 경찰서에 꼭 가야만 했고,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쌍둥이는 이별했고, 그렇게 성장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라헬의 기억을 빌려 사건을 재구성한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면서 진실에 다다르게 되면 자연스레 분노하게 된다. 인도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작은 것들의 신’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까? 그의 계급이 불가촉천민이 아니었다면 ‘작은 것들의 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작은 것들의 신’이 원하던 바는 무엇이었을까?
비극적인 결말을 알면서도 <작은 것들의 신>을 결국 포기하지 못했다. ‘작은 것들의 신’이 사랑한 그 가족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왜 그러한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안타까워 두 번 다시는 못 읽을 것 같다는 느낌에 꼼꼼히 읽고 또 읽었다. ‘위대한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누가 살고, 누가 죽고, 누가 사랑을 찾고, 누가 사랑을 찾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위대한 이야기들’의 신비이자 마법이다. 분명히 ‘위대한 이야기들’ 중 하나를 읽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완독할 수 있었다. <작은 것들의 신>이 내게 부린 마법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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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삶에 폭풍처럼 거세게 들어오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써내려간 소설이지만 이미 이 자체로 실재하는 세계를 목격한 것 같다. 그리고 무지했던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불교학을 전공했고 전공 수업에서 아룬다티 로이의 르포 책을 먼저 접했었다. 인도에 애정을 가지고 계시던 교수님은 인도 사람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종교와 정치적 분쟁, 그리고 카스트제까지 말하곤 했는데 졸업하며 배운 것들을 잊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고 나는 인도에 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나를 인도의 한 마을로 데려갔고 이야기는 파도가 되어 덮쳤다. 카스트제는 사람의 피부색을 구분하고,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등 사람의 인생을 너무 이르게 단정짓는다. 선택권을 앗아가버리며 거대한 것들이 아닌 작은 것들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에게는 신이 있지만 누군가는 살아서 지옥을 맛보기도 한다. 쌍둥이남매 라헬과 에스타. 라헬은 그녀의 기억 속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 아예메넴으로 돌아온다. 고향 아예메넴에서 삶을 뒤흔드는 일이 쌍둥이에게 일어났었고, 그들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다. 손을 흔들며 달아난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되돌아온 라헬에 의해 다시 펼쳐진다. 라헬과 에스타의 어머니 암무는 남편과 이혼하고 쌍둥이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다. 이혼한 암무에게 가혹한 말이 뒤따르고는 했지만 피클 공장을 하던 암무의 가족은 가난과 거리가 먼 집안이었다. 이 집안은 상류층일지라도 위선적인데, 결국 씻을 수 없는 일을 무지에 의해 저지르게 된다. 쌍둥이들의 삼촌인 차코가 영국인 사이에서 낳은 딸 소피 몰을 인도로 데려오며 비극이 시작된다. 소피 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암무는 쌍둥이들의 엄마였고, 이혼한 사람이었으며, 불가촉천민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이 책은 계속해서 시간을 뒤섞는다. 라헬이 어머니 암무의 나이가 되어 아예메넴으로 돌아온 시간,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암무의 시간, 가족이 극장에 방문했을 때 이름 모를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 에스타의 시간, 소피 몰과 쌍둥이들이 지내던 짧은 시간, 그리고 암무와 불가촉천민 벨루타가 사랑을 나누던 시간. 비극을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결국 일어났던 일들. 이야기를 바라보는 나는 미리 결말을 알고 있고 다시 되돌아가 본다. 암무와 벨루타가 나눴던 사랑의 장면으로 끝나는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느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역사'의 좁은 틈 사이로 광기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비극을 다루는데도, 작가는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더 먹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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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용은 모르고 그저 10주년 특별판이라서 구매했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다른 책들과 함께 구매했는데 나란히 책꽂이에 꽂아봤더니 색감도 너무 이쁘고 눈에 확 띄는게 두고두고 볼수있다는게 뿌듯하였다 나중에 비오는 날이나 흐린날에 커피한잔의 여유와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봐야겠다 다른 책들도 더 있던데 상품권이나 포인트 알뜰히 모은다음 전권을 다 모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