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RHK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간한 스릴러 소설을 통털어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바로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라 한다. 하와이에서 의사로 근무하다 산후 휴가 중에 작가로 데뷔한 테스 게리첸이 로맨스 소설 작가에서 지금의 스릴러 작가로 변신하는 데 있어 그 시작이 되었던 작품이다. 지금은 그녀의 대표 시리즈가 된 형사 제인 리플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만큼이나 인기를 얻었음인지 테스 게리첸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이스 콜드'는 그 시리즈 중 여덟번째 작품이다. 유감스럽게도 난 '아이스 콜드'를 통해 처음 테스 게리첸과 만나므로 이렇게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마우라 아일스가 주인공이라고 생각된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이 소설은 철저하게 마우라 아일스에게 그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고 말이다. "미안하지만, 제인 리플리.이번 작품만큼은 당신이 들러리에요."
마우리 아일스에게 초점을 맞추고 소설을 보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단순 명쾌하다. 그동안 많은 스릴러 작품을 리뷰란답시고 해왔지만 이 작품만큼 그냥 술술 풀리는 건 처음이었다. '아이스 콜드'란 제목 그대로 '얼음처럼 차가운' 것만큼 선명한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도 없는데 이 소설이 그렇다. 그만큼 테스 게리첸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분명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너무나 이정표가 확실해서 길을 잃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이 말은 곧 이 작품에 군더더기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명서대로 레고 블럭을 만든 것처럼 모든 조각들은 정확히 있어야 할 곳에 배치되어 있는 작품인 것이다. 시리즈 전체를 본 이들에겐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겠으나 이 작품에 한해서만은 테스 게리첸 그녀는 자신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할지 정확히 알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아이스 콜드'는 어떤 이야기일까?
일단 마우라 아일스의 시작을 보자. 그녀의 이야기는 '그들의 관계는 끝나가고 있었다'로 시작된다. 누구와의 관계? 바로 그녀의 애인 대니얼 브로피와의 관계이다. 둘은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니얼 브로피 그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신과. 그렇다. 그는 신부이다. 마우라 아일스는 그가 자신과 결혼해주기 원하지만 대니얼 브로피는 '지금도 이렇게 당신 곁에 있잖아요'하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마우라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를 온전히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우라는 대니얼이 선택해주길 바란다. 신이 아니라 자신을.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한다. '신부'라는 하나의 제도에 갇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제도를 떠나지 못한다. 선택은 늘 미뤄지고 그만큼 마우라의 번민도 가중된다. 이제 그녀는 묻는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속해야할까? 아무래도 대니얼은 신부라는 신분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마우라는 깨닫는다. 그건 또 하나의 대니얼이 되는 것임을. 대니얼은 이대로 달아나자란 마우라의 말에 지친 한숨을 내뱉으며 이렇게 답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세상을 잊으려 해도 세상은 늘 그자리에 있어요. 우린 결국 그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고."(P.17)
그렇게 대니얼은 무모하게 변화를 가져오지 말자고 말한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마우라는 항변하지만 자신도 그게 옳다는 건 안다. 빌어먹을. 그녀 역시 대니얼만큼이나 책임감이 강하니까. 하지만 그런 자신이 싫다. 그러니 갈등할 수 밖에. 대니얼의 말처럼 이대로 변화를 거부한 채, 상황에 안주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박차고 나가서 나 스스로를 새로운 변화 속으로 던져 넣어야 하는 것인지? '아이스 콜드'는 소설의 시작에서 제기된 마우라의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의 여정이다.
그들이 11월의 아침 공항에서 앞으로의 관계를 두고 말없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한 경찰이 다가와 퉁명스럽게 말한다. 여긴 하차구역이니 당장 차량을 이동하라고. 하지만 마우라는 그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못한다. 대니얼과 연인처럼 헤어지고 싶지만 그가 신부라는 것 때문에 남들의 눈이 무서워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이 소리친다. "거기! 당장 차량 이동하시죠!"(P. 18)
대단한 장면 연출이다. 단적으로 마우라 아일스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자신을 위해선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그 궁극의 존재를 이렇게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제도다. 대니얼 브로피를 가두고 있는 제도. 인간에게 그 직분에 맞는 모습만을 가질 것을 강요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육화된 제도. 바로 그 제도의 인간 모습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하고 억압적인 모습이 그 제도적 권력의 가장 대표적인 존재라고 할만한 경찰의 명령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테스 게리첸은 앞으로 마우라가 바로 이 획일성을 강요하는 제도와 싸우게 되리라고 예언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언은 물론 실현된다. 와이오밍의 잭슨빌, 그 컨퍼런스에서 마우라는 옛 대학 친구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름은 더그 캄리. 마우라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에 대한 기억은 그가 다리 하나를 다쳐서 절뚝거렸던 것이다. 더그는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말해준다. 닌자 복장을 하고 옥상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완전 무모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그의 행동은 그가 소설에서 무엇을 나타내는 존재인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세상이 규정한 대로는 움직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그만큼 이성적이지 않은 무모한 존재지만 그건 세상의 입장에서만 그렇고 자신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변화에 몸을 맡기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마우라가 같이 여행하자는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에 갇혀 자신의 사랑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더그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여행길에 올라서도 더그는 무모해보이는 선택을 한다. 마우라는 그런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미덥지 못하다고 여기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더그의 행동 때문에 마우라 일행은 결국 '천국'이라는 버려진 마을에 갇히게 된다.
얼른 보기에 이 갇힘은 더그의 무모함 때문이고 그렇게 변화를 받아들임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이 갇힘이 바로 마우라가 더그에게 보내는 의심 뒤에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의 정체 때문이다. 읽으면서 이런 연쇄에 주의해 보면 '천국'에의 갇힘이 더그 때문이 아니라 바로 마우라 자신 때문임을 알게 된다. 즉 그녀가 더그의 태도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마을에 갇히게 되었다는 그런 의미다. 이는 갇히게 된 마을의 정체를 보면 확인되는데 다름아니라 그 마을은 오직 한 명의 종교 지도자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모음교'의 신도들로만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확인하게 되듯이, 마을의 이름으로 보나 '모음교'의 성격으로 보나 이는 정확히 대니얼 브로피를 가두고 있는 기독교 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너무도 명확해서 어떻게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마우라는 바로 거기에 갇힌 것이다. 그녀가 정말 너무나 싫어하는 그 공간에 말이다. 그러니 이를 어떻게 더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결국 마우라의 의심이, 비록 그것이 일말일 망정, 갇히게 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죄인이여, 부족한 건 네 믿음이니라."라고 게리첸에 마우라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뒤돌아보는 바람에 그대로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룻의 아내. 마우라가 바로 그녀인 것이다.
게다가 그 마을은 지금 차디찬 눈 속에 버려져 있다는 것이다. 생활의 흔적은 보이는데 사람만 보이지 않는다. 분명 모두들 어디론가 급히 떠나가 버린 형국이다. 이는 비록 일말의 미련은 남아있을 망정 마우라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오로지 인간에게 획일적인 정체성만 강요하는 제도의 단적인 진실이다. 사람들은 그 제도가 스스로를 지켜주고 대니얼 브로피가 그러듯이 더 높은 곳으로 고양시켜 줄 것이라 믿지만 그 안에 사람은 없는 것이다. 제도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제도는 오로지 제도만 고려할 뿐이다. '모음교'의 교주가 신도들을 위해서 한 일 모두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었듯이 제도도 그러한 것이다. 그 종교에서 주로 희생되는 것은 어린 소녀들이다. 제도에 갇힌 소녀들을 교주는 원하는 대로 마음껏 유린하고 남자들마저도 닥치는대로 소녀들을 범한다. 그 소녀들을 보호해주어야 할 엄마라는 여성들은 오히려 교주의 뜻이라며 소녀들을 내어주기 바쁘다. 기계와도 같은 지극한 수동성. 그게 '모음교' 엄마들의 본질이었다. 테스 게리첸은 왜 이토록 여성에 대한 학대와 착취를 보여주는 것일까? 답은 한 가지다. 소녀는 현재 마우라에 대한 은유이며 엄마란 미래 마우라에 대한 은유라는 것. 해서 제도, 거기엔 아무런 구원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마우라가 진정 스스로 존재하고자 한다면 오로지 버려야만 하는 곳인 것이다. 그게 설사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해도.
이러한 철저한 희망의 말살. 이는 테스 게리첸이 마우라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미련이라도 깡그리 없애기 위하여 일부러 갇히게 했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뒤의 장면이 제인 리플리로 바뀌어 마우라의 죽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진정한 변신은 이전 존재의 전적인 죽음에서만 가능하니까.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랬듯이.
변화에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네오에겐 모피어스가 필요했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겐 토끼가 필요하고 단테에겐 베르길리우스가 필요하듯이. 이제 걸어야 할 길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이기에 아무래도 앞에서 등불을 들고 길잡이가 되어 줄 이가 필요한 것이다. '아이스 콜드'에서는 줄리언 퍼킨스란 소년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가 마우라에게 말하는 자신의 이름은 '생쥐'다. 생쥐란 제도의 바깥에서 그것이 구획해 놓은 것을 넘나드는 존재다. 생쥐는 모든 곳에 있을 수 있고 모든 곳을 다닐 수 있다. 정확히 줄리언 퍼킨스가 그렇다. 테스 게리첸은 그 제도로 부터 달아난 자였다는 걸 강조한다. 그는 한 부모에게서 양육되지도 못했고 정규 교육조차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는 마을이 아니라 산 속에서 홀로 산다. 테스 게리첸은 줄리언의 할아버지도 그런 존재였음을 밝혀 이 성격을 더욱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립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마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할아버지로 부터 배운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통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마우라까지 챙겨줄 정도다. 한 마디로 전적인 외부의 존재인 것이다. 단적으로 사람들이 이름을 물을 때마다 줄리언이 사회가 부여한 이름이 아닌 자기 스스로 정한 이름을 말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줄리언은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생쥐라 말한다. 이러한 줄리언의 의미는 경찰에게서 마우라를 구해줄 때 더욱 확고해진다. 앞서 공항에서의 경찰 모습으로 대표되듯이 소설에서 경찰이란 기독교와 더불어 제도의 굳건한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그 경찰과 겨루는 것이 바로 줄리언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줄리언이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바로 나타난다고 하겠다. 즉 제도로부터 완전히 결별하고 스스로 홀로 서는 것만이 이제 마우라가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이 말이다.
이게 '아이스 콜드'의 핵심이다. 차가운 얼음을 뺨에 댄 것과도 같이 선명히 전해져오는 테스 게리첸의 진심인 것이다. 꾸준히 시리즈를 읽어왔었다면 보다 분명히 확신을 가지고 말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마저 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우라 아일스는 행여 제도가 강요하는 획일성에 저항해 스스로의 다양성을 추구해가는 존재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 시리즈의 한 쪽 축엔 제도와의 싸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마지막에 나오는 마우라의 독백이 그래서 더욱 결연하게 들린다. 이건 어쩌면 테스 게리첸의 각오인지도 모른다.
'눈 때문에 차단된 골짜기. 나는 나만의 골짜기에 갇힌 거야.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P. 447)
그 진상은 이제 전작들을 읽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테지만 아무튼 '아이스 콜드'만은 차디찬 눈처럼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냉혹한 제도를 마지막 장면의 폭발과도 같이 산산히 날려버리는 소설이었다. 마우라의 말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골짜기에 갇혀 있다. 하지만 비극은 그러한 갇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남들 손에 구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내 존재의 구원을 자꾸 남에게 의탁하느라 '모음교'와 같은 독재의 종교도 생기고 편협하고 획일적인 제도가 더욱 강성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해지길 바란다면, 진정한 나라는 주체로 서고 싶다면, 무조건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대로 제도에 의존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나의 눈으로 이제 타자와 세계를 바라봄을 뜻한다. 변화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각의 바꿈. 나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담는 것. 변화란 이토록 주체화와 연결되어 있다. 마우라가 줄리언이라는 타자를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고유한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스 콜드'는 그 둘의 단단한 매듭이다. 어쩌면 이전의 마우라와 같은 우리들마저 끌어올려 줄 지 모른다. 분명 여기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
|
변함없이 부검의 마우리와 형사 제인 졸리가 등장한다. 요번엔 마우리가 와이오밍의 학회를 갔다 학찬시절 친구 더그를 만난다. 더그는 이혼하고 딸 하나만 키우는 데 학회가 끝나고 별장에 가서 크로스 컨트리를 하기로 한다.
친구 알로와 여친등 다섯명이 눈이 쌓인 별장을 가다 차가 고장난다. 연락도 안되고 어느 마을을 찾아 가지만 아무도 안 살고 그러다 그 마을이 사교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천신만고끝에 일부 인원은 마우리는 살아 남는다...
늘 그럿듯 비슷한 스토리. 아주 재밌지도 않지만 아주 엉터리도 아닌 그녀의 소설. 서구 소설에 맣이 나오는 형사시리즈. 패트리샤 콘웰과 같은 부검의시리즈. 그로테스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스릴넘치지도 않는 , 그렀지만 넬슨 드밀이나 제임스 엘로이의 어설픈 농담도 없는 담담한 소설. 그렇치만 작품은 꾸준히 나오는 B급소설. 일본으로 치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
그렇게 재미는 없다.... |
|
햇살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1.5킬로미터는 걸은 것 같았다.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여기서 지쳐 쓰러져도 누구 하나 소리조차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날이 저물면 아무도 그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침이면 눈 속에 완전히 묻힐 것이다. 이곳에서는 얼마든지 그렇게 사라져버릴 수 있었다.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버리면 세상 사람들은 그 사람의 행방을 확인할 길이 없다. 보스턴 사람들에겐 이 1박 2일 여행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더그의 권유대로 그저 롤러 코스터에 올라 여행을 즐겨보려 했었다. 머릿속에서 대니얼을 밀어내고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와이오밍에 도착한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그녀는 그곳에서 오랜만에 대학동창인 더글러스 캄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딸과 함께 친구 둘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별장으로 여행을 갈 예정인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마우라는 계획되지 않은 여행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연인인 대니얼과의 갈등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그들의 여행에 참석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서버 번은 눈길 도로에 파묻히고, 결국 그들은 엄청난 눈 속에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다. 길을 찾아 걷던 중에, 어느 마을에 도착하게 되는데, 마을의 풍경이 어딘가 심상치가 않다. 똑같은 사선의 지붕선과 똑같은 부속 차고, 똑같은 현관 앞 베란다를 갖춘 똑같은 집들이 두 줄로 서 있는, 창문 개수에 이르기까지 소름 끼치도록 완벽한 복제품처럼 보이는 이상한 마을이었다. 추위를 피해 그 중 한 집에 들어가자, 다 차려놓은 식사들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조금 전까지 인적이 있었던 것처럼 모든 살림살이가 그대로 갖춰져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사람들만 없는 텅 빈 집의 풍경에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집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사방이 눈으로 둘러싸인 인적 없는 마을에 고립된 다섯 명의 사람. 집집마다 발견되는 특정 인물의 초상화와 종교에 관련된 책. 집 주변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시체. 누군가 그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는 마을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오싹하게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얼음처럼 차갑고. 싸늘한 분위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지속시켜서 작품에 몰입 도를 더해준다. 모음교라는 종교 공동체에 대한 미심쩍은 의혹들은 마을 외부에서 연락이 두절된 마우라를 찾으려고 하는 제인 일행이 알아내는 사실이 더해져 점점 흥미로운 전개를 예상하게 만들어준다. 이 종교 공동체에 대한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맹신은 얼핏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남자들은 선지자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어린 신부를 얻고, 여자들은 순종적인 로봇처럼 안정을 열망하고, 공동주택단지로 이사한 그들을 선지자가 통제하는, 유토피아적 공동사회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 안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종교단체 말이다. "믿어지지가 않아.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끝나버린 거야. 내가 알고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게 순식간에 사라진 거라고." "그래서 매 순간을 즐겨야 하는 거지."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건가 봐. 그렇지? 아주 작은 결정이 결국 우리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잖아. 박사님도 이 컨퍼런스에 오지 않았더라면 더그 캄리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이 차에 타지도 않았을 거고." 제인은 얼른 서버 번에서 손을 뗐다. 마치 손을 데기라도 할 것처럼. 엉망이 된 그 차를 보면서 그녀는 마우라 인생의 마지막 며칠을 상상해보았다.
기상 악화로 인한 눈 덮인 공간, 외부와 차단된 도로, 제한된 등장 인물 등 외부와 고립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므로, 미스터리 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of suspects) 방식을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자주 다뤘던 방식인 밀실살인의 조금 확장된 형태가 클로즈드 서클방식인데, 밀실살인이 공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반해 ,클로즈드 서클은 누가 범인인지 서로를 의심하는 형식이라 사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거라 하겠다. 테스 게시첸은 클로즈드 서클의 형태이나 다소 변형된 방식이라고 보이는데, 외부와 차단된 마을에서 미우라의 주변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와 그녀를 찾기 위해 제인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교차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면, 미우라와 함께 마을에서 의문의 일들을 겪었던 동행 4명이 그냥 스토리에서 빠져버린다는 것. 이야기 중반에 갑자기 등장인물들을 아웃 시켜버리는 그녀의 방식에,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클로즈드 서클 방식이라고 보긴 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 방식을 충분히 활용한 것 같다. ![]() 테스 게리첸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의사 출신 작가답게 메디컬 스릴러로 유명한 작가이다.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적나라하고 고어한 표현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녀의 대표작인 <외과의사>를 비롯한 메디컬 스릴러와는 이번 작품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이 작품은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다.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세계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강단 있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강력계 여형사 제인 리졸리와 죽은 자들의 여왕이라 불리며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발산하는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2010년부터 미국 TNT-TV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고 있으며 2013년 현재 시즌4가 방영 중이라고.
미스터리 스릴러가 시리즈로 제작되는 것은 보통 남성 캐릭터들의 전유물이었다. 혹은 남성, 여성 콤비 캐릭터로 가던가. 테스 게리첸의 작품은 특이하게도 여성 형사와 여성 법의관 콤비라서 인상적인 것 같다. 이번 <아이스 콜드>에서는 제인보다는 마우라에게 비중이 치중되어 있어서, 제인에 대한 판단은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주도 면밀한 FBI요원인 남편 게이브리얼 딘과 성격상 대조되는 부분을 가지고 있는 제인 리졸리 형사의 조합이 다른 작품에서는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해진다. 우선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마우라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그녀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대사 중의 하나인 <난 어떤 것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 결혼의 실패도. 난 그 모든 경험이, 모든 잘못된 결정이 교훈을 준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이야. 난 그냥 두 발로 무작정 뛰어들어. 가끔은 곤경에 빠지기도 하지.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어떻게든 풀리게 되어 있어>라는 대목을 보면 그녀의 성격과 가치관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매사 논리적이고, 분명하고, 안전한 삶을 지향하는 그녀가, 매가 거칠고 무모하고, 지나치게 난관적인 동창 더그를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의 캐릭터를 알고 있다면 더욱 흥미로운 전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
|
의학 컨퍼런스 참석 차 와이오밍에 온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일행과 함께 계획에 없던 스키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눈보라로 인해 사고를 당한 그들은 사투 끝에 외부와 단절된 외진 마을에 도착한다. 똑같이 생긴 열두 채의 집만 덩그러니 있을 뿐 인적 하나 없는 그곳에서 죽은 동물들과 알 수 없는 핏자국들을 발견한 아일스 일행은 공포에 사로잡히지만 외부와 연락할 길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 없는 고립의 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한편 리졸리는 아일스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을 접하곤 와이오밍으로 급히 달려가지만 그곳에서 들은 비극적인 소식에 사색이 되고 만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보스턴경찰서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콤비의 여덟 번째 작품이자 한국에 소개된 시리즈 마지막 작품입니다. 2013년에 이 작품이 출간됐으니 7년 동안 신작 소식이 없었던 셈인데, 미국에서는 이후 네 작품이 더, 즉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까지 출간됐다고 합니다. 테스 게리첸의 팬 입장에선 너무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 뒤늦게라도 남은 작품들이 한국에도 소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작품의 주 무대는 두 사람의 홈그라운드인 보스턴이 아니라 와이오밍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살인사건 현장이 아니라 수상쩍기 짝이 없는 인적 없는 외진 마을과 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험준한 한겨울의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진 마을의 정체는 프롤로그에서 바로 공개되는데, 그곳은 모음교라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자급자족 마을이며, 신격화된 그곳의 리더는 주민들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13살 소녀까지 신부로 맞이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독재자입니다. 하지만 아일스 일행이 도착했을 때에는 인적이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방금 전까지 일상을 영위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만 기괴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조난자들의 사투’와 ‘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믹스된 작품입니다. 시리즈 초기의 ‘의사 3부작’을 비롯 역대급으로 끔찍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두 콤비가 ‘조난’과 ‘사이비 종교’라는 다소 이색적인 이야기에 뛰어든 셈입니다. 앞부분이 조난당한 아일스 일행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서바이벌 스토리라면, 중반 이후는 아일스를 찾던 리졸리가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파헤치는 스릴러 스토리입니다.
매력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희대의 연쇄살인마와 마주했던 두 콤비의 이전 이야기에 비하면 다소 단선적이고 싱겁게 읽힌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물론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보니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괜찮은 변화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의 진면목이 덜 보인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못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마지막 장을 얼마 안 남기고 예상치 못한 반전들을 배치시켰는데, 덕분에 ‘상투적인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이 작품의 말미에 다음 작품을 위한 꽤 매력적인 떡밥이 투척돼있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과 아쉬움만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10여 년 전, ‘외과의사’를 시작으로 몇 년 동안 탐닉했던 시리즈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시리즈 전체를 다시 읽었는데도 그 감흥은 여전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 무슨 계기로든 이 시리즈의 남은 작품들이 출간됐으면 하는 건데, 요원한 일이란 건 잘 알지만 그래도 그 바람을 놓지 않고 있을 생각입니다. |
|
요즘같은 한여름에는 책읽기가 쉽지 않다. 딱딱한 책들은 몇장 읽기도 전에 고개가 갸웃갸웃거리기 시작할것이다. 냉방기속에 앉아있어도 말이다. 스릴러나 추리, 호러 장르의 소설은 계절을 막론하고 읽기 좋은 책이지만 특히 여름에 읽기가 좋다. 우선 재미가 있어서 꾸벅꾸벅거리는 와중에서도 읽고 싶을 정도고 어쨌던 책의 진도는 빨리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재미가 없는 내용은 철학책이나 진배없을것이고.
이 책 '아이스 콜드'는 그런 걱정은 날려버릴 책이다. 어쩌면 여름용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내 자신 잠이 와서 졸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땀 흘리면서도 읽은 책이니까.
이 책은 시리즈다. 리졸리와 아일스가 주인공인 리졸리&아일스 시리즈. 리졸리는 형사고 아일스는 범의관인데 이 둘이 콤비를 이루어서 범인을 잡는다 뭐 그런 내용이 되겠다. 이 시리즈는 처음에는 완전 의학적인 지식이 가득찬 그야말로 의학스릴러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그 내용이 폭넓어지고 또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이번 시리즈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것이 책의 내용을 지배하는 코드는 호러, 미친종교, 미스터리 그정도 되겠다.
법의관 아일스는 의학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 와이오밍에 도착한다. 이미 모종의 일들로 인해서 답답하고 슬픈 심정이었던 그녀는 틀에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든다. 그때 대학때 알았던 옛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일행의 스키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잠깐 놀러갔다온다고 여긴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난다.
하지만 안그래도 눈이 많은 지역인데 그땐 엄청난 눈보라가 그 지역을 강타하게 되고 일행은 산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 어떻게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온 그들은 어느 집단마을을 찾아서 내려가는데 그곳에 도착해서는 기괴한 장면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포...한편 소식이 없는 아일스를 찾아서 리졸리는 와이오밍으로 출발하게 되고 곧이어 엄청난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초반 부분 책들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할것이 의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건 해결보다는 공포스런 분위기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미스터리적인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뭔가 느낌이 다를것이다. 어찌보면 약간의 외전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어쨌던 그 몰입도는 보통이 아니다. 다른 책들보다 더 훨씬 술술 넘어간다. 한 챕터만 더 그러다가 끝까지 가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배경인 사이비 종교의 공동체 마을의 묘사는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땅넓은 미국에는 실제로 그런 사이비 종교들이 많고 거기에 현혹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뭐 우리나라도 비슷한 부류들이 있지만. 아무튼 작가는 그것을 배경으로 삼아 치밀한 묘사와 함께 흠짓 흠짓 놀랄만한 일들을 잘 그리고 있다.
재미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로 빠질만한 요소가 많다. 그런데 아쉽다. 기존의 시리즈에서 보여준 냉정함과 짜임새가 뭔가 좀 빠진것같은 느낌이 있다. 반전이 일어나긴 하는데 크게 반향을 일으킬정도는 아니고 사건 해결에서 좀더 개연성있는 방법이 동원될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리졸리와 아일스는 시리즈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부각이 되지 않았다. 주된 사건 당사자인 아일스의 모습도 좀 약해보였다. 단타를 많이 쳐서 결국 이기긴 했으나 장타가 별로 없어서 아쉬운 야구경기였다랄까.
이전의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 책은 작가의 테스 게리친의 또다른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전에는 이성적인 작품이었지만 이젠 감성적인 면도 보일수 있는 분위기랄까. 그전 시리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할만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
|
지금처럼 마구 쪄대는 후텁지근한 한여름의 열기속에 숨쉬다보면 따수븐 오바를 포근하게 감싸고 악마의 똥가루가 나부끼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울동네는 한 겨울에 악마의 똥가루가 펄펄거릴때가 거의 없으니 뭐 한번씩 내리는 천사의 똥가루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눈들이 무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겁니다.. 보기에는 마냥 순백색의 알흠다운 정경일지 몰라도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입장에서는 지독한 자연의 무서움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특히나 인간의 신체의 리듬에 있어서는 역시 아무리 싫더라도 더위가 혹한보다는 나으니까요.. 아무래도 인간이 생존한 리얼스토리를 다룬걸보면 대체적으로 혹한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많죠.. 그만큼 모든 생명이 숨어버린 혹한의 계절은 삶의 변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속에서 고립된 인간이 살아남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 속에 인간의 더러운 욕망이 잠재된 곳이라면 거의 죽음인거죠.. 눈 올땐 어디 나가믄 안됨,
사실 테스 게리첸의 리졸리&아일스 시리즈는 처음 봅니다.. 처음 "외과의사"가 나왔을때 상당히 히트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미디어나 인쇄매체등에서 로맨스의 여왕이 스릴러의 제왕에 도전하다라는 뭐 그런 이야기도 언듯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책을 안 읽을때였네요.. 그렇게 게리첸 여사는 멀어져만가고 별반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여덟번째나 되서야 이렇게 조우를 하게 되는군요... 그리곤 이 아줌마 장난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력난으로 고생중인 멍청한 대한민국의 서민 생활의 현실속에서 후텁지근한 여름에 빤스 한장으로 견뎌보고자하는 저에게 대단히 차갑고 뾰족한 고드름 꼬챙이가 절 훑고 지나간 듯 재미진 한겨울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을 만났습니다.
저와 처음 만나는 마우라 아일스 법의관은 상당히 깐깐한 여인네인 듯 싶습니다.. 타인 앞에서 절대로 실수하지 않고 고고한 지식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줌마인 듯 싶네요.. 말 그대로 일종의 원칙주의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은 비원칙적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그녀의 사랑은 신부님이십니다.. 흔히 하나님과 결혼을 하신다는 그 직업을 가지신 분이시죠.. 힘들어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랑이니까요.. 그런 그녀가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이라는 곳에서 의학 컨퍼런스에 참여합니다.. 의사분들 많이 하시는 직업적 행사입니다.. 아주 추운 산악 지역이더군요.. 그곳에서 그녀는 대학시절 남자동기를 만나고 원칙을 고수하는 그녀에게 비원칙의 사랑이 덧씌워진 현실로 인해 하룻동안의 일탈을 꿈꿉니다.. 그리고 동기 더그와 그의 딸, 연인사이인 친구 두명과 함께 1박2일의 겨울 산악여행을 가게 되죠.. 그리곤 쏟아져내리는 악마의 똥가루에 고립되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이비종교집단의 생활 터전인 "천국"이라는 곳인데 이 곳이 뭔가 이상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앞날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죽음의 냄새는 주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과연 마우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녀의 파트너 제인 리졸리는 어떻게 그녀를 찾아나서게 될까요......
상당히 재미지네요.. 뭐랄까요, 아주 전형적이면서 대중적인 스릴러 소설의 기본적 구성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차가운 감성을 중심으로 서늘한 서스펜스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생존이라는 리얼한 스펙타클까지 보여주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한편의 영화같네요.. 아주 빠르게 읽히고 흐트러짐이 없이 쭈욱 이어집니다.. 사실 전작들을 읽어보질 못한 상태에서 이 작품만으로 보면 테스 게리첸 아줌마는 대단한 스릴러작가임에는 틀림없는 듯 싶습니다.. 웬만한 영미 스릴러에 적응이 된 저에게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구성으로 일관한 작품이 이정도 재미지다는 것은 독자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계신거 같아서 말이죠.. 단순하게 끌고 나가지만 그 속에 필요한 심리적 압박과 병리학적 지식을 골고루 섞어가면서 상황적 스릴러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긴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구성의 중점 내용이 상황적으로 외곽에서 겉도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사이비종교에 대한 관심와 집중도가 외부적 상황에 묶여 드러나지 않게 되는 상황들이 조금은 안타까웠구요.. 마지막에 가서 이에 대한 반전과 상황적 이해도가 약간은 허술하게 다가왔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고 무대가 되는 사이비 종교의 배경적 공간이 생각만큼 부각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의 재미는 앞부분에 치중되어 있는 듯 싶더군요.. 우연히 맞닥뜨린 자연이 준 고립속의 생존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과 상황적 긴장감의 공포감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초중반부까지의 고립적 상황의 심리와 주변의 흐름은 상당한 만족을 주더라구요.. 물론 전체적으로 많이 봐왔던 상황적 전개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더군요..
리졸리와 아일스라는 두 캐릭터의 상반된 이미지가 분명히 있을텐데 제가 처음으로 접한 상황이 "아이스 콜드"이다보니까 아일스라는 여인의 생존적 집중도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리졸리에 대한 상황적 이해도는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조만간 "외과의사"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의 입장에서 자극적인 해부학적 문장이나 묘사상의 잔인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게리첸 아줌마의 무덤덤함도 이 스릴러소설의 재미에 일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외과의사"에서는 그런 묘사방식이 대단한 화제였던걸로 기억을 하는데.. 잔인하고 파괴적인 상황적 묘사의 느낌을 나름 즐기는 뵨태스러운 저의 입장에서는 기대가 되기도 하는군요.. 이번 여덟번째 시리즈 "아이스 콜드"는 스릴러를 처음 접하시는 독자님들에게도 무난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구요.. 한 여름에 읽을 독서로서는 제법 완벽해 보이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여집니다.. 스릴러의 전형을 따라가고있지만 제법 재미적인 측면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작품이니 말입니다.. 여하튼 이 아줌마 스릴러감이 대단하십니다.. 누가 로맨스작가였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땡끝
|
|
리졸리 앤 아일스라는 미드의 원작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였는데 이야기가 거침없이 진행된다. 정말 단숨에 읽었다. 집단생활을 하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마지막 반전이 좀 황당하긴 했다. 반전이 있는 내용은 9/10까지는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1/10에 와서 사실은 반전이지 짜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설은 더 심했다. 그래도 워낙 내용이 재밌어서 별은 4개 준다. 드라마도 꽤 재밌다. |
|
스포 없습니다. 시작은 참 좋습니다. 주인공이 겨울의 눈과 얼음이 가득한 낯선 마을에 불시착해서 여기 고립됩니다. 이렇게 등골이 서늘한 가운데 출발해서 쭉쭉 잘 끌고가는데, 아쉽게도 이 서늘함이 끝까지 긴장감있게 유지되지 못해요. 사족이 하나씩 끼어듭니다. 그러지 않아도 잘 끌고가던 스토리인데 읽을수록 아쉬워졌어요. 북유럽 작가들의 서늘하고 냉기 넘치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던 시절에 나온 소설인데, 저는 요 네스뵈로 대표되는 이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도 그렇게 재밌지가 않았습니다. 음,.. 취향 차이겠죠 ㅎ |
|
가끔 미드 <리졸리 앤 아일스> 방영 때면 여성 콤비의 활약을 꽤 재밌게 봤던 터라 집어든 <아이스 콜드>. 흥미진진하게 밀고 나가는 초반의 스릴은 꽤 괜찮았습니다. 어 이거 초자연적 존재가 개입하는 건가 싶을 정도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좋았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던 건가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도 매력적이었는데, 그만 끝에 가서 다 망쳐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왜 넣은 건지, 이제까지의 스릴과 몰입을 한 순간에 허무하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없느니만 못했던 반전,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스티븐 킹이 왜 스릴러의 제왕인지 알겠더라구요. 테스 게리첸, 능력있고 매력있는 작가입니다만 아직 제왕의 자리에는 12% 모자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