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한장한장이 바람에 사르르 떠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바야흐로 가을이 한그루의 나무너머에 있나보다. 가을은 책읽기에도 좋고 도시 구경하기에도 좋다. 산이 없는 내 주변의 풍경은 그나마 나무들로 빾빽이 둘러쌓여서 촛점 안맞는 내 안구의 중심을 시원하게 잡아주니 이 또한 고마울 일이 아닌가. 가을은 음악듣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홀로 있는 시간에는 독서못지 않게 나를 사로 잡는 음악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선율, 장엄한 서곡, 숭고한 합창, 거기에 탁월한 곡해석의 세기적 테너의 명백한 연주라면 깊어가는 가을에 홀릭할 만하지 않은가.
위 두 개의 음반을 들어보았다. 먼저 주세페 시노폴리 지휘, 플라시도 도밍고와 셰릴 슈튜더, 아그네스 발차, 바바라 보니의 목소리도 들어있는 1989년 코벤트가든 오페라 음반은 화려하고 찬란한 가수들의 음색을 즐겨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왼쪽 사진은 바이로이트 페스트슈필 실황음반인데 볼프강 자발라쉬 지휘로 오케스트라 연주의 깊이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음반이다. 반면에 테너의 음색과 연주는 별로였다, 아마도 도밍고의 연주음반을 들은 후라서 거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음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쓰여진 문구들을 주목해 볼 만하다. "리하르트 바그너 탄호이저 파리버젼" 이 문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그너가 [탄호이저]의 최초의 계획을 세운 시기는 1842년 5월, 그의 오페라 [리엔찌]와 [방황하는 네델란드인]의 상연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꾸며졌다. 바그너는 1843년 5월 22일 그의 서른살 생일날 대본을 완성했고 스코어를 완성시킨 시기는 1845년 4월 13일이었다. 최초 상연은 드레스덴이었는데 후에 바그너는 몇 군데 수정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를 드레스덴 버젼이라 한다. 더 큰 변경은 파리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발레를 삽입하는 일이었다. 이는 파리 극장주의 요구사항으로 작곡자 바그너는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더 큰 즐거움을 가지고 곡을 완성했다. 원래 드레스덴 버젼이 양식적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일반 대중의 기호에 맞고 음악도 아름다운 파리버젼의 상연 횟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역시 대중의 입맛은 예나 지금이나 살아있다. 클래식이나 오페라가 당시에는 대중적인 음악이었기에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바이로이트 축전에서도 [탄호이저]는 파리버젼이 사용되고 있다.
오페라 [탄호이저]의 완전한 제목은 [Tanhäuser und der sängerkrieg auf Wartberg / 탄호이저와 바르크베르크의 가창대회]이며 부제로는 [Romantische Oper in 3 Aufzügen / 3막으로 된 낭만적 오페라]이다. 가창대회라는 말이 들어있어서 사뭇 흥미롭다. 지금의 음악콩쿨이나 방송의 오디션프로그램들이 떠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어서이다. 독일 중세의 기사들은 미네젱어로서 노래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탄호이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바르트부르크 영주의 딸 엘리자베트와의 순수한 사랑과 베누스베르크 요염한 베누스와의 관능적 사랑사이에서 방황하는 음유시인 탄호이저 이야기는 연애담속에 인간의 죄와 신의 구원이 혼합된 줄거리로 바그너 오페라의 주 내용인 전설, 신화, 인간의 죄, 신의 구원이 자연스럽게 들어있다. 그의 다른 작품보다도 더욱 비약적이고 발전된 오페라는 바로 [탄호이저]이다. 다른 극들에 비해 짧은-그래도 3시간이다-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서곡", "순례자의 합창"- 주옥같은 아리아가 대부분이지만-이 정도만 들어도 빠져들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Overture1. Der Venusberg
Overture2. Chor der Sirenen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주빈 메타 지휘
순례자의 합창, 바이로이트 페스트 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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