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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일본 호세이대에서 강사로 있는 존슨 너새니얼 펄트의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는 국가가 자신의 통치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민간 행위자들과 공모, 협력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말이다. 국가들이 비국가 폭력 전문 집단과 협력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 역사는 오래되었고, 근거도 분명하다. 국가가 형성되는 초기 과정에서 국가 행위자들과 국가추구자들은 필요에 따라 해적, 용병, 불법 무장 단체, 깡패와 협력하곤 했다. 따라서 약하거나 이행기에 있는 사회에서, 혹은 이행기에 있는 약한 사회에서 그런 협력이 발생해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난해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고능력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행위자들이 자국 내에서 초법적 폭력을, 더욱이 자신들이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자국 시민들에게 그런 폭력을 수행할 때 민간 행위자들과 공모하게 되는 조건이다.(p. 9) 이것은 우리에게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한국은 OECD에 들어갈 정도로 고능력의 국가가 되었지만 오늘도 재개발 현장에선 철거 용역들이, 거리에선 어버이 연합 같은 관제 데모 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정주영이 노조를 진압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구사대'가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듯이, 국가 권력과 결탁한 민간 행위자들은 우리의 일상 속 깊이 들어와있다. 존슨 너새니얼 펄트는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고 무엇이 그런 것을 지속시키고 있는지 이 책에서 뒤쫓는다. 모두 8장에 걸쳐 그것을 다루는데, 2장은 이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론과 방법에 대한 설명이고 결론인 8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구체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어떻게 국가가 민간 협력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 국가가 강제력을 민간에게 하청하게 되는 것은 주로 국가의 강도와 상관관계가 있다(p.35) 여기서 '강도'란, 워싱턴대 정치학 교수인 조엘 미그달이 정의한 개념인데, '국가가 사회에 침투해 사회적 관계들을 조정하고 자원을 추출해 확고한 태도로 자원을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즉, 국가가 제 사회적 관계들에게 얼마나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이 작을수록 민간에게 강제력을 하청하는 정도는 많아진다. 예를 들어, 친일과 한국 전쟁으로 정당성이 없어서 자율성이 보잘 것 없었던 이승만은 반대 세력을 누르는 수단으로 정치 깡패를 많이 이용했다. 그것은 쿠데타를 통해 역시 아무런 정당성 없이 정권을 잡게된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박정희의 지배체제가 공고해지고 자율성이 강화되자 정치 깡패들은 자연히 토사구팽 되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었던 노동자 저임금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박정희 체제는 다시 민간에게 강제력을 하청했다. 즉 경제 불안과 거센 민주화 요구로 인해 자율성이 축소되자 민간에게 자기 대신 폭력 행위를 해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단순히 자율성의 축소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은 당시 중산층의 성장이다. 저임금 기조에 기반한 경제 성장으로 늘어난 중산층이 국가의 직접적 폭력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박정희는 중산층이 노동자에게 가담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중산층이 가장 혐오스럽게 여기는 국가의 직접 폭력을 은폐하기 위해 민간 폭력 집단을 대신 내세웠던 것이다. 겉보기엔 민간 대 민간 사이의 일로 보이도록 말이다. 이것은 박종철 고문 치사가 6월 항쟁을 낳았다는 것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6월 항쟁의 특징은 중산층이 대대적으로 국가에 대한 투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인데 그것을 가져온 '박종철 고문 치사'는 한 마디로 국가가 국민을 직접 살인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바로 이것, 중산층을 노동자 및 진보 세력과 철저히 분리시키는 것이 오늘날도 계속되는 강제력 민간 하청의 결정적 이유라고 저자는 본다. 권위주의 시기에 중산층은 초기의 노동운동을 지지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점점 더 투쟁적이 되고 노동쟁의도 증가하면서 둘은 분열됐다. 민주적 선거 획득이 대개 중산층을 달랬지만 정권의 선언에는 노동이라는 사회경제적 관심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적 선거 이후에도 투쟁적이고 폭력적인 노동 관련 충돌이 계속되자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났고, 중산층은 노동운동이 '도덕적 권위'를 잃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경제적 또는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실재적이거나 인식된 위협들, 이를테면 친정부 언론이 잦은 노동쟁의의 결과라면서 쉽게 제시할 수 있는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서 노동에 대한 중산층의 인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p.152) 저자의 이런 말은 국가가 사실은 폭력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구조적으로 은폐하여 부재의 가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켜 나간다는 지젝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중산층의 폭력에 대한 태도에 대해선 다시 깊은 비판과 성찰의 시선이 필요한 것 같으나 이 글에선 무리일 것 같다. 다만 지금 계속되고 있는 촛불 집회만 해도, 물론 이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비폭력이었기 때문에 천만 이상이 참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중산층은 되도록 사회가 안정되길 바란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늘 지키고 싶으니까. 하지만 폭력의 목격은 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중산층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아마도 폭력 같은 것으로 사회의 경계가 무너지는, 홉스가 말한 '만인에게 만인이 늑대가 되는 사회'일 것이다. 그들의 인식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그것을 수용하면서 사회 개혁을 진전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어쨌든 그들의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철거 용역, 어버이 연합 같은 관제 데모 세력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일상적으로 보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존재들이었는데, 그들의 탄생과 정착의 과정을 보면서 미래에 다시 그들을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현대사를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했던 책이기도 했다. 국가와 결탁하여 국가 대신 폭력을 자행하는 존재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거나 관심이 있었다면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는 좋은 길잡이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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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고 하지는 않겠다. (논문같은 설명들이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다.) 작가는 미국인으로 한국의 정치인, 경찰,조직폭력배를 직접만나며 공권력과 폭력조직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다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요즈음 정치와 경제에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나에게는 아마도 교과서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한다.
얼마전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우리를 둘러싼 경찰을 보고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도 이윤을 남기므로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 깡패영화의 이면이 보인다.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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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작년에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을 했으나 리뷰는 이제야 쓴다. 물론, 최근에 한 번 더 읽어보았지만 놀라움은 그대로였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국가 권력과 확장,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억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누구나 잘 아는 국가에 의한 폭력부터 국가가 개입한 강제 철거, 시위 진압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폭력, 권력 기관의 개입으로 알게 모르게 은밀히 진행되는 폭력까지...읽는내내 권력 기관들은 그냥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만 보일 정도로 충격과 황당함을 느끼게 해준다. 정치 쇄신, 제대로된 올바른 사회를 만들자고 부르짖는 이때에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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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슨 N. 펄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사회학자다. 그는 2004년 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고 연구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동원하여 학자, 정치인, 검사, 깡패, 기업가, 기자, 피해자들을 만나 자료를 구하고 인터뷰했다. 이 책은 저자의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공권력과 폭력 조직 사이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공적 무력 및 민간 무력 시장
저자는 국가 행위자와 폭력 조직 간의 협력을 결정하는 제도적 제약들, 즉 정치, 경제, 사회적 동학으로 형성되는 제약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이때 국가 강도(剛度)의 분석을 위해 ‘능력’과 ‘자율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동원한다. 이 모델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폭력성을 파악하는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이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경찰이 “깡패”였고 그들이 하는 위협이 훨씬 확실히 먹혔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권위주의 시대에 쓴 방법들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정부나 지자체는 과거에 자신들이 원했던 것, 가령 재집권, 재개발 등을 지금도 원했지만 이에 필요한 과거의 방법들은 시민들이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않았다. 민간 회사나 용역을 고용하게 되면서 경찰의 잔혹성에 대한 고발을 피하면서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 141쪽 재정리
현재 한국 정치와 폭력 조직의 상관 관계에 관한 논문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의 무력정치에 관한 저자의 탁월한 식견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유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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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자국 시민에게 범죄적 폭력을 수행하는 집단들과 협력할까? 다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대낮에? 이 현상은 한편으로 국가의 정당성이라는 개념과 또 한편으로 범죄적 폭력에 관여하는 집단들의 부당성과 모순을 일으킨다. 이 책은 이런 복합적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인문 교양쪽의 책은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지만, 현대사를 비롯한 정치 사회 분야의 책은 평소에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날 한권의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 저자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란 것도 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현대사의 그늘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마침 출판사 현실문화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중이었고, 운좋게도 당첨되어 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잘알고 있는, 그렇기에 더욱 더 쉬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환기하는 책에 가깝다. 광복 이후 집권했던 비민주적 정권들은 소위 '민간 강제력 자원'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들었고, 그들이 남긴 유산은 이미 2010년대의 중반을 훌쩍 넘긴 2016년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 내려 오고 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사적 폭력은 반세기동안 한국인의 뇌리에 각인되었으며, 영화, 드라마 소설등에서까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이 책을 의식 환기용으로 치부하면 곤란한데, 이른바 '용역 깡패'로 불리는 하청 폭력은 국가가 비민주적이거나 정당한 무력을 집행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닌, 한국과 같은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폭력을 완벽히 온전하게 독점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라는 것. 전술한 바대로, 외부인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들을 재확인하는 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논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 궤멸적인 편집과 더불어 번역은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현시국에 한번쯤은 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