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요즈음 우리나라도 아이를 낳지 않아 큰일이 났다며,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거나 혜택을 주려고 한다. 맞벌이를 하는데 아이가 걸림돌이 되거나,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낳지 않고 가시버시 둘만 살아가거나,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고 그 집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키우기가 쉬우면 누군들 아이를 낳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을 수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그리고 있다.
아이 울음 소리와 아이가 노는 소리가 사라져버린 세상...그런 곳이 사람이 살만한 곳일까? 어두운 앞날을 비춘 영화라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한 줄기 빛은 비춰주고 있어 삶의 끈은 이어진다.
2. 2027년 11월 영국의 런던은 다른 나라와 달리 그나마 정부가 사람들을 다스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쳐 날뛰고 있어 다스리는 일도 힘에 겹다.
가장 어리던 열여덟 살 디에고가 총맞아 죽은 탓에 이젠 아이가 없다. 아무도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기 때문에 거리에 아이들 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다.
아이를 낳는 사람도, 아이를 밴 아낙네도 없기 때문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사람들은 그저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때려 부수고 불 지르는 일만 한다. 앞날을 꿈꿀 일이 없는 삶. 뒷사람들에게 물려줄 무엇이 없는 삶. 그런 삶 속에서 어른들은 미쳐만 간다.
사회운동을 하던 티오 패론(클라이버 오웬)도 즐거움이 없다. 세상을 바꾸고자 애쓰던 때 만났던 아내 줄리언(줄리언 무어)은 아들 딜런이 어려서 죽으면서 헤어지고, 세상이 별꼴이 되어가지만 이젠 아무 생각이 없어 그냥 하루를 때울 뿐이다. 가끔 늙은 시사만화가인 재스퍼(마이클 케인)와 어울리지만 달라지는 일도 없다.
3. 그저 그런 날들만 이어지던 티오한테 뜻밖의 일이 생긴다. 피쉬파 무리가 티오를 남모르게 끌고가는데, 알고 보니 아내였던 줄리언이 시킨 일이다. 티오의 사촌인 나이젤이 미술품 보호청장 자리에 있는 높은 벼슬아치여서 한 사람이 런던에서 켄터베리를 거쳐 바닷가로 갈 수 있는 여행증을 하나 만들어 오라고 시킨다.
사귀는 아낙네의 오빠가 많이 아파서 보러 가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여행증을 받아 오지만,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티오와 같이 다녀야 하는 여행증이다. 검둥이 아가씨 키는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데, 줄리언과 루크(치웨텔 에지오포)까지 따라 나선다.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낳을 수 없는 곳에서 아이를 밴 키를 보낼 곳은 어디일까? '왜 아낙네들이 아이를 낫지 않을까?'를 모여서 알아보자는 '인간 프로젝트'에 키를 데리고 가려한다. 그러니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바닷가에서 배를 타고 모임이 열리는 '미래호'를 타야 한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이민온 키가 아이를 낳는 걸 반길 리가 없고, 루크같은 피쉬파는 키가 낳을 아이를 싸움에 쓰려고 보내려 하지 않으니, 같이 가는 티오만 머리가 아프다. 이젠 키와 태어날 아이를 지켜야 할 판이다.
티오와 키를 뒤쫓는 피쉬파와 이들을 같이 잡으려는 경찰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4. 세상은 어쩌다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었을까? 영화 속에는 물음을 풀어줄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나빠진 물과 공기, 먹을거리 탓에 아낙네들의 몸이 잘못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스스로 낳지 않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사내들이 아이를 낳게 할 씨를 뿌리지 못할만큼 몸이 나빠진 탓일까? 사내와 계집이 모두 일 하느라 바빠 아이를 기를 틈이 없어진 까닭일까?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세상은 그대로 끝이 나는데...그렇게 내버려 둘 나라가 어디 있담? 정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길거리에서 폭탄이 터지도록 누군가 꾸민다는 세상이지만, 힘들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평온한 죽음'을 가져다 주는 약을 파는 나라지만, 세상이 이미 썩었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도 걱정이라며 혀를 차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세상을 이어갈 아이들은 낳아야 하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마음놓고 자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사는 곳을 가꾸는 게 어른이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하도록 뒤를 받쳐주는 게 나라가 할 일일 텐데, 스무 해 뒤의 세상은 거꾸로 가고만 있다.
요즈음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사내와 계집이 같이 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차츰 많아지고, 같이 살아도 키우기 힘들다며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이도 자꾸 생기고 있으니, 영화 속이나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
5. 사람들의 앞날을 다룬 영화를 보면, 좋게 보는 영화는 거의 없고, 앞날을 걱정하는 영화가 많다. 기계한테 눌려 살거나, 사람들끼리 싸우다 핵폭탄에 쑥밭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만든 첨단 전자장치에 거꾸로 매여 살거나...
미쳐가는 세상을 지켜보면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애쓰는 티오 노릇을 한 클라이브 오웬은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이 영화와 아주 들어맞아 잘 골랐다 싶다. 세상을 바꿔보려 애쓰는 줄리언을 맡은 줄리언 무어는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일찍 사라지는 탓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무리 키와 아이를 지켜내야 하는 영화이지만...
그런데 키가 아이를 낳는 모습은 너무 생생하여 눈을 돌릴 수 없다. 어디서 구했는지 탯줄이 달린 갓난 아이를 보여주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어두운 앞날을 비춘 영화라 그런지 디브이디는 화면이 조금 어둡지만 소리는 깨끗하다. 보너스는 언발에 오줌을 누는 듯 모자란다. 런던 길거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어떻게 찍었는지와, 티어와 키를 태운 차가 런던을 떠나 켄터베리를 거쳐 산길을 지나갈 때 쫓아오는 무리들과 싸우는 모습을 12분짜리 한 컷으로 어떻게 담았는지를 보여줄 뿐, 예고편도 없다.
영화 이름을 왜 <사내들의 아이들>이라 했을까? 아이는 사내들만의 아이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