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다시 읽는다. 80년대 말 학생 때 읽었던 토지를 20년이 지나서 다시 읽는다. 기억이 나는 것은 기억이 나는 대로, 이런 이야기가 있었던가 싶은 것은 또 그것대로, 어렸을 때 읽은 느낌과 나이를 더 먹은 지금 읽는 느낌은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스스로 비교해 가면서 토지를 읽는다. 그때는 모두 12권이었던가, 책을 살 수 없어 친구 것을 한 권씩 빌려 가면서 읽었는데 이제는 21권 전집을 사 놓고 읽는다. 죽 세워 놓은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다. 지금은 3권을 읽고 있다. 단순히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는 게 아니므로, 작가가 어떤 애정으로 사람, 사람들을 그렸는지 꼼꼼히 따져 보는 기분으로 읽는 것이므로, 후다닥 빨리 읽어 치울 생각으로 읽는 것이 아니므로, 읽는 속도가 늦어도 마음이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 아쉬울 지경이다.
이렇게 긴 소설을 나는 왜 다시 읽으려고 했던 것일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고 보니 내가 왜 그러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그리웠던 것이다. 옛사람들, 우리나라 옛사람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들.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나를 보고 가족을 보고 이웃을 보고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본다. 대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어디랴. 이제 처음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 말고, 예전에 오래전에 이미 읽었던 사람들에게 다시 권하고 싶다. 토지를 만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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