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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고...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고..." 내용보기
제 4편 그날이 오면 (3~6), 제 5편 빛 속으로 (1장)  오가다의 누나 가족들을 통해 전쟁중의 일본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큰 아들만 경찰 간부로서 남아있을뿐 두 아들과 사위는 전선으로 나갔고, 그 중 한 아들은 전사를 했다. 주부들은 방위대라는 것에 편입되어 죽창 훈련을 받고 있었고, 도시는 소개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일본인 중에서도 반전론을 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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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편 그날이 오면 (3~6), 제 5편 빛 속으로 (1장)

 

 오가다의 누나 가족들을 통해 전쟁중의 일본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큰 아들만 경찰 간부로서 남아있을뿐 두 아들과 사위는 전선으로 나갔고, 그 중 한 아들은 전사를 했다. 주부들은 방위대라는 것에 편입되어 죽창 훈련을 받고 있었고, 도시는 소개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일본인 중에서도 반전론을 펼치다가 사형을 당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아낸 사람도 많았고,오가다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었다. 군부의 야욕이 부른 침략전쟁은 그들의 국민들 또한 암흑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

 

  

       1942년 6월 5일에 벌어진 미드웨이해전을 전환점으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일본 해군 은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드웨이섬에 대대적인 공격을 했는데,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한 미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역공을 가해 일본 전투기를 궤멸했다.  

     미국 해군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던 일본 해군력이 약화되었고, 미국 해군은 일본 

     해군과 대등한 전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

           박영규의 < 일제강점실록 >  중에서

      

 오가다의 누나는 "'미드웨이 해전의 참패를 감추기 위하여 항공모함 네 척을 잃고도 한 척 침몰했다, 그따위로 국민을 속이면서, 정말 말도 안돼."라면서 총리대신을 비난했다. 진실은 철저히 감춘 채 승리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속여 국민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결국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가 도쿄 공습과 나가사키,히로시마 원자 폭탄투하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정치가들. 하물며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그들의 소모품으로 썼던 그들에게 양심이란 있는 것일까? 지금도 국민들은 반전을 외치고 있지만 아베정권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역사 속에서 배운 것은 전혀 없는것 같다.

 

 서희네 집에도 더 모진 바람이 불어왔다. 윤국이 30살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학도병으로 끌려갔다. 아무리 강한 여자라도 자식은 전장에 보냈다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거의 없었던 서희는 할머니를 떠올리고, 아버지를 떠올렸다. 앞만 보고 살아왔던 그녀가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서 현재의 고통이 얼마나 큰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이 만주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껏 희망에 차있던 석이네는 손자 성환이가 징용으로 나가면서 눈이 멀어버렸다. 얼마나 원통했으면 그랬을까? 그 억울함을 죽기전에 풀 수 있을까? 어느 집에건 아들 징용 나가지 않은 집안이 없고, 설이 돌아와도 젯상에 놓을 음식 하나 장만하기도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토지를 읽는동안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고 분노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속이 시원해지는 일이 있긴 있었다. 동생 지원병 나간 덕으로 면서기가 되면서 앞장서서 동네 젊은이들을 모두 전장으로 보낸 우개동이가 드디어 힘을 잃었고, 소개한 적은 없지만 일본의 스파이 노릇을 하면서 수만 악행을 저질렀던 배설자라는 여자가 살해를 당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목숨 없겠지만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란 말도 있듯이 한편으로는 속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해놓고 잘 살기를 바래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토지에서는 민초들의 고된 삶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지식인들의 고뇌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여성들 또한 그런 고민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들 중에서는 독립운동에 당당히 몸을 담는 사람도 있었지만 부모의 친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자신의 능력의 한계때문에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나마 나은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반역자로 몰았다가 어느덧 자신들이 친일을 하면서 동포들을 전장으로 내모는데 앞장서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등 여러 사상과 신념을 둘러싼 그들의 논쟁들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그건 식자들의 논리며 탁상공론에 불과했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는 것이었다. 길게 보자면 그런 사상의 물결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겠지만, 왠지 공허하게만 들렸다. 그 사상들이 꼭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고도 할 수는 없느니까.

 

  토지는 마지막 지점에 거의 도착했지만 무엇하나 해결점이 보이는 것은 없다. 마지막 남은 한 권에서 나는 어떤 결말을 만나게 될까? 과연 박경리 작가는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j*****3 2017.10.17. 신고 공감 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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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이어지는 식민지치하의 삶, [토지 20 (5부 4권)]
"세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이어지는 식민지치하의 삶, [토지 20 (5부 4권)]" 내용보기
(박경리의 [토지] 5부는 1940년경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억압을 견뎌낸 민족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또한 일제 말의 현실이 적극적으로 묘사되고 평사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후일담 형태로 채워진다. 5부 1권인 [토지 17]에서 서희와 길상은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묻고 있고, 5부 2권인 [토지 18]에서는 인실과 오가다, 양현과 영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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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5부는 1940년경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억압을 견뎌낸 민족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또한 일제 말의 현실이 적극적으로 묘사되고 평사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후일담 형태로 채워진다. 5부 1권인 [토지 17]에서 서희와 길상은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묻고 있고, 5부 2권인 [토지 18]에서는 인실과 오가다, 양현과 영광의 가슴앓이가 그려지는 가운데 길상은 사상범 예비검속에 따라 다시 수감된다. 5부 3권인 [토지 19]에서 윤국과 영광 그리고 양현의 슬픈 사랑이 이어지고 정양 차 찾아온 임명빈의 지리산에서의 삶이 관련된 인물들의 삶과 함께 그려진다.)

 

환국이 영광을 찾아와 양현과의 혼인은 안된다고 강하게 거부한다. 이유를 말하는 환국도, 반발하지도 못하는 영광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석달 동안 영광은 매일매일 환희와 절망을 되풀이하여 겪었다. 윤국이와 양현의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사랑의 승리감과 환희 뒤에, 반드시 어김없이 그 감정을 쫓아오는 것은 절망이었다. 양현을 확신할 수 없었고 자기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13쪽)

 

양현이 자신을 찾아오리라 믿었지만 양현은 소식이 없다. 결국 영광은 인천으로 양현을 찾아온다. 밖으로 나온 둘은 수인선 기차를 타고가다 바다가 보이자 내린다. 마을에서 몸을 녹이고 점심을 먹지만 서로가 서로를 불안해한다. 인천으로 돌아온 그들, 기약도 없이 이별을 한다.

 

 

찬하가 아들 쇼지를 데리고 오가다와 함께 만주로 여행을 떠난다. 신경에 도착한 후 찬하는 쇼지에게 오가다와 함께 여행하라며 자신은 북쪽으로 떠난다. 나중에 하얼빈에서 만나기로 하고.. 찬하 생각에 침울한 쇼지를 바라보는 오가다의 마음이 착잡하다. 오가다는 그런 쇼지를 데리고 먼저 하얼빈으로 가서 찬하를 기다리기로 한다. 하얼빈에서 쇼지를 만난 윤광오와 수행은 쇼지가 인실의 아들임을 직감한다.

 

남희는 치료를 받고 도솔암에서 정양 중이고 성환이 징용에 끌려가자 성환 할매는 눈이 먼다. 윤국이 학병으로 나가고 이부사댁 둘째 아들 민우는 동경에서 행방을 감춘다. 서희는 평사리에 내려와 있다.

 

 

상의의 학교생활은 힘이 들기만 한다. 그럴 때마다 만주에 있는 아버지 홍이를 생각한다. 영광이 찾아와 홍이 주소를 묻고는 만주로 떠난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는 친절하게 설명하게 대신 지나가는 이야기로,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영광의 떠남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 대하소설 [토지]는 5부 5권인 마지막 권 [토지 21] 한 권 만을 남기고 있다. 길고 긴 책 읽기였다. 작가는 마지막 권에서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k*****1 2019.05.02.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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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9 2018.06.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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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부 4권 - (용기 내는 사람들 )
"토지 5부 4권 - (용기 내는 사람들 )" 내용보기
“참말이제 얼마나 당했노? 오죽하믄 인호가 머리 깎고 중이 될라 했이까.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옛말 하나 그른 기이 없다. 사람이 죄짓고는 못 사네라. 죄지어서 남 주나?”   - <토지 5부 4권> 중에서 -     인과응보의 법칙은 5부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작가의 말도 계속되었다. 이 말이 나올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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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이제 얼마나 당했노? 오죽하믄 인호가 머리 깎고 중이 될라 했이까.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옛말 하나 그른 기이 없다. 사람이 죄짓고는 못 사네라. 죄지어서 남 주나?”

 

- <토지 5부 4권> 중에서 -

 

 

인과응보의 법칙은 5부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작가의 말도 계속되었다. 이 말이 나올 때마다 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피눈물이 흐르게 했던 이들이 하나둘 자신의 죄 값을 치르게 되겠구나.’ 하는 믿음에서 말이다. 정말 지켜보기만 하는 나로서도 치가 떨리는 이들이 많았다. 왜 저렇게 살까 싶을 정도로. 엄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우가네 식구들 하며,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배설자며, 주는 것 없이 남의 것을 탐하기만 하는 임이며. 다행히도 이들은 모두 자신의 죄 값을 치렀다.

 

하지만 그러한 이들의 등장은 비단 책 <토지>에서만이 아니다.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도 종종 보게 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정말 저것이 사람이 할 짓인가 싶을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 세상을 살면서 악한 사람을 만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 혹시나 책 <토지>에 나오는 이들처럼 악인에 의해 몸과 마음이 힘겨운 이들에게 작가는 작은 위안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죄는 결국 다른 이를 통해서 받게 될 거라고.

 

 

“그 문제는 내게서 떠났다. 과연 인간이 인간에게 벌 줄 수 있는가. 그런 능력 같은 것은 없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으로 극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난 오선권을 그 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미워했거든. 그러나 결과나 과정도 결국은 범한 사람이 감당할 문제라는 생각, 문제라고 말한 것은 원인과 결과는 매우 정확하다는 뜻이야. 하지만 내가 전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상한 체험에서 달아나고 싶은 무의식의 노력도 부인할 수는 없을 거야. 또 형무소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도, 하기는 뭐 고통이 심하면 죽기를 원했던 심정, 그것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믿음은 상당히 나를 지탱하게 해주었어.”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믿음, 운명은 아닐 거고 필연이란 말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내 생각이 신을 모독하는 것이 될지 모르지만 신의 도움 없이, 신비한 힘에 의하지 않고 행한다는 그 자체는 움직인다는 것 아니겠어? 움직인 것만큼, 움직임의 방향만큼, 정신도 포함해서 당도하는 곳이 있다. 또 그것은 각기 다르고, 사람들은 벌 받았다 복 받았다 표현을 하지만, 글쎄 나도 어떻게 충분히 표현을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말이야. 배설자는 강 여사 염력에 의해 벌 받은 것도 아니며 배설자 스스로의 결과 아니겠는가. 내 말은... 결국 원점이구나.”

여옥은 픽 웃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벌이라 하지만, 그래 그건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야.”

웃기는 했으나 여옥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단단했다.

“일본이 앞으로 패전하게 되면 그것은 일본, 그들의 행적의 결과라 할 수 있지 않겠어? 사람들은 소위 악을 행하면서 또 선한 입장에서 착각하고 몽상하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을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인식밖에 없는 거야. 한순간 순간 삶을 실감하는 그것.”

 

- <토지 5부 4권> 중에서 -

 

 

‘그 문제는 내게서 떠났다’는 말을 보며 난 내가 하는 작은 다짐이 생각났다. 내가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그냥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고. 고민할 시간에 다른 것을 하자고.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어디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던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만 같은 내 문제를 내려놓기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옥을 통해 하는 작가의 말. ‘그 문제는 내게서 떠났다’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인과응보에 이은 작가의 또 다른 일침.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 다는 것’ 어쩜 이것은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일 수 있다. 내가 한 대로 단지 남에게 원수질 정도의 악행을 한 것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내가 행동 한데로 나에게 모든 결과가 돌아온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작가는 곧 일본의 패전이 올 것이라는 것과 일본이 행한 일들에 대한 결과를 받게 되리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려지는 그림은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그로 인해 일본이 받은 고통 역시. 그들이 행한 일들에 대한 당연한 결과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일본의 기우는 국제정세와 그와 함께 좁아지는 친일파들의 입지, 그로 인해 하나 둘 모아지는 민심과 피어나는 독립의 꿈. 사람들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었다. 자신의 불안 했던 사랑 앞에서, 자신의 알 수 없던 미래 앞에서 조금씩 당당해지고 있었다.

 

가장 통쾌했던 것은 최 참판댁의 개입을 통해 개동이가 면소에서 쫓겨난 것이다. 작은 권력을 남용하며 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던 우가네. 윤국이의 학병으로 나갔을 때는 안타깝기만 했는데, 그로 인해 최 참판댁의 입장이 당당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되살아나는 최 참판댁의 권위 앞에서 동네 사람들 역시 조금씩 되살아나는 듯 했다. 가진 자에 대한 사람들의 적개심과 시기심은 큰 것이었지만, 언제나 정의의 사도처럼 의롭게 동네의 대소사를 돌보는 최 참판댁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히려 최 참판댁이 마을의 큰 어른인 것 마냥 마을의 기강을 세우고 마을의 질서를 바로 잡아주는 것에 사람들은 좋아라 하고 있었다.

 

평사리의 모습은 꼭 우리 조국의 축소판 같았다. 최 참판댁은 힘없이 사라졌다 되찾은 우리 조국의 주권이요, 친일파는 우리 조국을 탐하고 주인인 마냥 활보를 치던 일본이요, 친일파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던 마을 사람들은 불쌍한 우리네 백성이다 싶었다. 책 <토지>는 그렇게 넓게는 우리 나라 전체를, 작게는 평사리를 우리 조국의 삶에 비유하며 그려내었다.

 

그리고 작가는 이제야 책 <토지> 안에서 자신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1945년 광복 당시 여고생이었던 그녀. 책을 좋아했던 여고생 상의를 통해 그녀의 학창 시절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일본인 선생님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거침없이 말했던 것은 그녀의 경험이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바람이었을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상의 안에 작가 박경리가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당시 그녀가 나라 없는 조선의 여고생으로 겪었을 절망과 분노, 상처까지도.

 

 

“억새풀같이 살고 싶어서요.”

이상하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상길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지나가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데 욕심 더 안 부리겠어요. 나는 길을 걷는 게 좋아요.”

“전도사업을 계속하겠다 그 말이오?”

“당장은, 그렇지는 않아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당신이 말하던 그 할머니, 그곳에서 심경이 변한 거요?”

최상길은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나서 물었다.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 할머니 사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 분은 자신의 불행까지 사랑한다고 할까. 천지만물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어요. 겨울 긴긴 밤에 목화씨를 발가내면서도 밥을 짓고 아궁이에 솔가지를 뿐질러 넣을 때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도, 그 정성이 하나의 의식같이 보이는 거예요. 할머니 자신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나도 저와 같이 시간을 가득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 여러 번 했어요. 싱그러운 풀 같고 흐르는 강물같이, 뭐라 설명이 안 되지만.”

“.......”

 

- <토지 5부 4권> 중에서 -

 

 

이것은 박경리 선생님의 딸이 그렸던 어머니 박경리의 모습이었다. 사상범으로 지목된 사위 때문에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가는 딸이 안타까워 딸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음에도, 딸과 손자를 돌보았던 어머니 박경리. 글을 쓰면서도 밭을 가꾸며 자연을 사랑하고 보살폈던 어머니 박경리. 그녀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 박경리를 그렇게 그리고 있었다. 박경리 선생님은 책 <토지>를 쓰며 자신이 남은 생을 어디선가 보았던 이 할머니처럼 살고 싶었으리란 마음먹은 것이 아닐까. 천지만물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며, 억새풀같이 말이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바람이 아니었을까. 실제로도 그녀는 그렇게 살았으니, 그녀의 바람은 모두 이뤄진 듯 싶다.

  

 

 

- 연필과 지우개 -

 

 

 

 

 

제5부

1940년경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억압을 견뎌내야 했던 민족의 삶이 확대된 공간을 오가며 다양하게 펼쳐진다. 서희는 박 의사의 죽음, 양현과 영광의 슬픈 사랑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으며, 인실과 오가다의 재회, 길상의 관음탱화 조성, 소목장이가 된 조병수와 아버지 조준구의 처절한 죽음, 후일담형태로 채워지는 평사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로 주요 인물간에 얽혔던 한이 한겹씩 풀어진다. 또한 해도사와 소지감 등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모임, 이홍의 딸 상의의 일본인 학교생활, 일본인의 앞잡이가 된 우개동의 행패 등을 통해 일제말의 현실이 적극적으로 그려진다. 1945년 8월 15일, 양현은 강가에 나갔다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이를 서희에게 전한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1897년부터 반세기 가까이 달려온 <토지>의 마지막 장면이다.

 

s*******r 2012.09.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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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0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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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일본청일전쟁, 일로전쟁, 한반도 점령,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 그리고 미일 전쟁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환호 속에서 분명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아니었다침략을 애국으로 날조하여 국민을 전선으로 전선으로 내몰았던 그들, 침략과 약탈이 목적인만큼 제아무리 정의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도 그것은 범죄자이며 짐승의 본능이며 남경대학살 같은 지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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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일본

청일전쟁, 일로전쟁, 한반도 점령,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 그리고 미일 전쟁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환호 속에서 분명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아니었다
침략을 애국으로 날조하여 국민을 전선으로 전선으로 내몰았던 그들, 침략과 약탈이 목적인만큼 제아무리 정의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도 그것은 범죄자이며 짐승의 본능이며 남경대학살 같은 지옥은 전개되게 마련이었다
하루에 수십 명의 병사를 받아내야만 했던 정신대의 존재도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 국내의 분위기도 흉흉하고
본토의 침략이 예상되고 소개령이 내려지고 그들도 전쟁의 두려움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싸움이었다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침략의 야욕을 위한 전쟁
그러한 그들의 전쟁에 희생당하는 우리네 사람들
학생들은 징용에 보국대에
학교에서는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교련과 죽창을 가진 훈련을 하고
고등교육을 받던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일본
그들이 훗날을 도모할 수 없게 싹을 잘라버린다는 계략도 함께였다..

만주로 떠난 아들의 소식도 모른채 손주만 믿고 살던 석이어메, 성환할머니는 성환이가 학도병으로 전쟁터로 나가게 되자 눈이 멀고 상심한다
양현과의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윤국. 꼭 그 이유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거부하지 않고 학도병으로 나가게 된다
인심이 흉흉했던 평사리
결국 모든 악행을 거듭하던 우개동은 면서기자리에서 쫒겨나고 그 패악의 마지막을 보이게 된다
학교라는 곳이 학문을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전선에 파견될 군인과 간호병들을 길러내는 곳이 되고
점점 사그러들어가는 민족혼이 아쉽기만한 한반도에 겨울이 가고 또다른 봄을 맞이한다
과연 그들의 끝모를 그 암흑시대를 어찌 견디어 나가게 될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1.05.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