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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판 연암집 중권은 공작관문고(제3권), 영대정잡영(제4권), 영대정잉묵(제5권)이 실려 있다. 내가 볼 때 연암의 성격과 기질을 알려면 공작관문고에 나오는 [소완정의 하야방우기夏夜訪友記에 화답하다]보다 좋은 글은 없다. 소완정素玩亭은 연암의 제자 이서구의 일호인데, 이서구는 사가시인의 한 사람으로 자는 낙서다. 술에 취한 연암은 이렇게 자찬한다.
"내가 나를 위하는 것은 양주와 같고/ 만인을 고루 사랑하는 것은 묵적과 같고/ 양식이 자주 떨어짐은 안회와 같고/ 꼼짝하지 않는 것은 노자와 같고/ 활달한 것은 장자와 같고/ 참선하는 것은 석가와 같고/ 공손하지 않은 것은 유하혜와 같고/ 술을 마셔대는 것은 유영과 같고/ 밥을 얻어먹는 것은 한신과 같고/ 잠을 잘 자는 것은 진단과 같고/ 거문고를 타는 것은 자상과 같고/ 글을 저술하는 것은 양웅과 같고/ 자신을 옛 인물과 비교함은 공명과 같으니/ 나는 거의 성인에 가까울 것이로다/ 다만 키가 조교보다 모자라고/ 청렴함은 오릉에 못 미치니/ 부끄럽기 짝이 없도다."(56-8쪽)
어떤가?연암의 인간적인 면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가! 연암이 말한 "나는 거의 성인에 가까울 것이로다"는 허풍이 아니라 건강한 자기풍자에 속한다. 연암이 경학에 조예는 깊지 않았지만 문학의 깜냥은 스스로 대견해 하는 바가 있었다. 연암이 스스로를 조선의 삼류선비라 칭하였던 것도 자신의 문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성격도 정도만 다를 뿐이지 18세기의 문장가 연암과 그리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연암의 자찬에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연암을 읽는 이유는 연암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더 깊이 더 넓게 이해하고 재발견하기 위해서다. 무관 이덕무의 생평을 기록한 <형암 행장>은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글이다. 우리에게 '책만 읽는 바보'로 널리 알려진 이덕무의 호는 형암, 자는 무관이다. 흥미롭게도 이덕무의 문장을 평한 연암의 글이 다름아닌 오늘날 우리가 연암의 글과 문학에 대해 내리는 객관적인 평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장을 짓는 데 있어서는 제자백가의 책에서 널리 취재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고, 독창적인 경지를 홀로 추구하고 진부한 것은 따라 배우지 않았다. 기이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진실되고 절실함에서 벗어나지 아니하였으며, 순박하고 성실하면서도 졸렬하거나 평범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니, 수백 수천 년이 지난 뒤라도 한번 읽어 보기만 하면 완연히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고금의 일에 해박하고 명물을 명백히 분석하기로 말하자면, 전무후무하다 해도 좋을 것이다."(103쪽) 특히 연암의 《열하일기》를 보면 연암이 이덕무의 글에 대한 평론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