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편의 단편들 모두, 등장인물은 정상이 아니다. 그래, 모두 소위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부분부분 시점변화가 시도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주인공의 자기서술로 이루어진다.
결국 정신병자들의 자기독백으로, 참 알아듣기 혹은 읽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교과서에서 배웠을 법한 '의식의 흐름',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의 나열들이 대부분이다.
참 독하게 이와 같은 질환에 대한 분석을 집중적으로 해나간 작가가 경이롭기조차 하다. 이전에 읽어봤던 최수철의 '무정부주의자...'나 '신포도...여우'와는 분위기가 상이한 것 같다. 뭐, 평에서는 '페스트'라는 작품과의 비교를 하지만, 나로서는 읽기 쉽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안타까운것, 작가의 기본 철학이라고 보이는데, 정신질환에 걸린 현대인 모두가 끝내 적응에 실패하는 식으로 끝난다. 결코 계몽적이거나 희망적이지 않다. 어쩌면 그냥 현대인의 단면을 그대로 보이려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 "내 머릿속에는 난이 산다. 분란..." 뭐 말장난 같긴 하지만,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보인다.
엠마누에 카레르의 '콧수염' 또는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 같은 약간의 경계소설적인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작품집이었는데... 약간의 주지주의적 혹은 현학적인 태도를 완화하고, 재미를 좀 더 가미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