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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면 보이는 도시(道時) -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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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면 보이는 도시(道時)<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지구별에서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을 꼽으라면 ‘도시’가 아닐까. 흡사 우주의 블랙홀처럼 인간이 발명한 다른 것들 ㅡ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예술 ㅡ 을 끌어다 놓은 시공간이라서다. 당연하게도 사람이 그것들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나니 도시란 눈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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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면 보이는 도시(道時)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지구별에서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을 꼽으라면 ‘도시’가 아닐까. 흡사 우주의 블랙홀처럼 인간이 발명한 다른 것들 ㅡ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예술 ㅡ 을 끌어다 놓은 시공간이라서다. 당연하게도 사람이 그것들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나니 도시란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요소들로도 구성된 집합체임을 새삼 깨닫는다. 앞서 『반쪽가리 자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통해 온전한 형태의 절반을, 그리고 그마저도 없는 존재를 만났던 터라,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내가 상징을 모두 알게 되는 날, 마침내 내가 내 제국을 소유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폐하,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되는 날에는 폐하께서 상징들 속의 상징이 되실 겁니다.”(32쪽)


  소설은 대제국을 건설했던 ‘쿠빌라이 칸(이하 ‘칸’)’과 『동방견문록』을 지은 ‘마르코 폴로(이하 ‘폴로’)’라는 역사적 인물 둘이서 (비)현실적인 도시들에 관하여 나누는 대화를 생중계한다. 처음에는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소통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음을 짐작하게 된다. 폴로는 몸짓과 화살, 모래시계 등 물건들로 표현하면서 상징의 힘을 구사한다. 그를 포함하여 “페르시아인, 아르메니아, 시리아, 투르크멘인 등 이방인들의 눈과 귀를 통해서만 제국은 칸 앞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30쪽).”


  황제의 언어인 동시에 이방인의 언어가 익숙해지고부터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실뭉치를 공 삼아 굴리는 것처럼 갈수록 차원 높은 대화가 이어진다. 2차원 평면 지도 위 도시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3차원 입체로 되살아나더니 마침내 4차원 같은 소리를 주고받게 된 것이다. 여러모로 다른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이라서 폴로의 묘사가 칸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점점 그는 “생각에 잠겨 그 도시를 돌아다닐 수도 있었고 거기서 길을 잃기도 하고 걸음을 멈추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거나 달음박질로 달아날 수도 있었다(50쪽).”


  “꿈과 마찬가지로 도시들은 욕망과 두려움으로 건설되었(56쪽)”다고 말하는 폴로가 어쩌면 일종의 모험을 감행한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천일야화』 속 셰에라자드가 죽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왕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방인으로서 타국에 머물며 절대 권력자 앞에서 자기 주장을 계속 펴나가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테다. 그럼에도 도시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했기에 두 사람은 ‘통(通)’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칸은 자신이 정복한 도시들을, 폴로는 고향을 비롯하여 머물다 떠나온 도시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공유한다. 특히 도시와 제국을 각각 돌과 다리로 비유하여 설명하는 폴로에게서 도시에 대한 통찰력과 아울러 ‘폐하(칸)’의 땅이 ‘폐허’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감지된다.


“다리를 지탱해 주는 돌은 어떤 것인가?” “다리는 어떤 한 개의 돌이 아니라 그 돌들이 만들어내는 아치의 선에 의해 지탱됩니다.” “왜 내게 돌에 대해 말하는 건가? 내게 중요한 건 아치뿐이지 않은가?” “돌이 없으면 아치도 없습니다.”(104쪽)


  여기서 폐허가 될 도시들 가운데 그가 말하지 않은 도시가 하나 있음을 칸이 지적한다. 그 이름을 말하면 (칸이 이끄는 부대의 말발굽 아래 정복되어)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를 도시는, 바로 ‘베네치아’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도시들을 말하다 베네치아도 점점 잊혀졌거나 다른 도시들과 닮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각각의 도시는 다른 모든 도시와 닮아갑니다. 도시들은 형식, 질서, 차이를 서로 교환합니다. 무형의 먼지가 대륙을 침략합니다. 폐하의 지도책은 그 차이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이름을 이루는 낱낱의 글자들과 같은 특성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170쪽).”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누구든지 상상할 수 있는 보통의 도시에서부터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경계가 모호한 도시, 이를테면 산 자와 죽은 자가 구별되지 않는 존재들이 모여 사는 도시까지 다양한 모습의 도시들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13세기 무렵, 문명이 발달한 정도를 고려해볼 때 자동차와 비행기 같이 몇 세기를 앞선 문물들이 종종 언급되는 대목이 퍽 흥미롭다. 20세기를 살았던 저자가 의도적으로 장치한 것으로, 단순히 소설 전반에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기능도 하겠지만 더불어 20세기의 무분별한 도시화를 비판하고 동시대인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려는 목적도 있었으리라.


  “제국은 병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제국이 자신의 상처에 익숙해지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제 탐험의 목적은 아직도 언뜻언뜻 보이는 행복의 흔적들을 자세히 찾아나가면서 그것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헤아려 보는 겁니다(74쪽).” 라는 폴로의 일갈에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 역시 흠칫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지옥’ 같은 도시에 만연한 각종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그저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지옥이 아닌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도 있듯 그러한 타인들과 공생해야 하는 도시인의 숙명은 받아들이고자 한다. 나아가 결코 쉽진 않겠으나 타인의 혹은 타인에 의한 자기 고통과 어떻게 더 나은 관계를 가져나갈지 성찰하고 연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보고자 한다.


k*****o 2026.09.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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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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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환상문학이다. 알 수 없는 말을 그대로 따라가며 도시의 모양새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제목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지만 이런 추상적인 묘사를 토대로 한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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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환상문학이다. 알 수 없는 말을 그대로 따라가며 도시의 모양새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제목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지만 이런 추상적인 묘사를 토대로 한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긴다. 

YES마니아 : 골드 s******2 2026.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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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거장 칼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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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명하고 뛰어난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을 막상 본 적은 없어,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민음사 출판사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었습니다. 확실히 실험 문학으로 이름을 날린 작가답게 일반적인 소설처럼 읽히지는 않습니다. 혁신성이 많이 언급되곤 하는데 제가 아직 초보자라 그런지 그 혁신성을 여전히 강하게 체감하네요. 작품 출간 후 50년이 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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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명하고 뛰어난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을 막상 본 적은 없어,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민음사 출판사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었습니다. 확실히 실험 문학으로 이름을 날린 작가답게 일반적인 소설처럼 읽히지는 않습니다. 혁신성이 많이 언급되곤 하는데 제가 아직 초보자라 그런지 그 혁신성을 여전히 강하게 체감하네요. 작품 출간 후 50년이 더 지났지만.
YES마니아 : 플래티넘 a*******e 2026.0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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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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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환상 사이에서 마음껏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만연한 장편도 아니고 도시별로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뭔가 딱 현실에서 도피하기 좋은 내용이에요.  상상할 여지도 많고 세련되고 재미있었습니다. 종이책으로 구매하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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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환상 사이에서 마음껏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만연한 장편도 아니고 도시별로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뭔가 딱 현실에서 도피하기 좋은 내용이에요.  상상할 여지도 많고 세련되고 재미있었습니다. 종이책으로 구매하길 잘했어요
YES마니아 : 골드 s*******2 2025.04.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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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에서 이어지는 끝없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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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듯 시선이 거리를 훑고 지나갑니다. 도시는 폐하께서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합니다.”시선이 닿는 곳마다 의미가 창조되고 사람 간 이야기가 재구성되는 공간인 도시. 재미있는 상상 가득한 도시로 여행을 떠날 때 이 책을 읽으려고 아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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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듯 시선이 거리를 훑고 지나갑니다. 도시는 폐하께서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합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의미가 창조되고 사람 간 이야기가 재구성되는 공간인 도시. 재미있는 상상 가득한 도시로 여행을 떠날 때 이 책을 읽으려고 아껴두고 있다
1****2 2024.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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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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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도시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소개하는 소설이다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에게 자신이 직접 방문한 도시들을 소개하는 형식인데 허구의 도시들이라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다양한 도시들이 소개가 되는데 마지막 도시를 끝으로 결국 쓰레기에 잠식되는 지금 현상이 소설의 결말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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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도시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소개하는 소설이다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에게 자신이 직접 방문한 도시들을 소개하는 형식인데 허구의 도시들이라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다양한 도시들이 소개가 되는데 마지막 도시를 끝으로 결국 쓰레기에 잠식되는 지금 현상이 소설의 결말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t********9 2023.08.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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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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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와닿지 않았다. 묘사된 도시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어내려갈 수록 내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상상을 했던 게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 도시들을 만나봤다고 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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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와닿지 않았다. 묘사된 도시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어내려갈 수록 내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상상을 했던 게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 도시들을 만나봤다고 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종작없이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이 스케치들은 도시를 심리적, 물질적, 감각적 상태로 그리며,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k*******2 2020.04.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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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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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방문한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책에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존재 가능한 도시의 형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들이 그려져 있다(p173).” 베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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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방문한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책에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존재 가능한 도시의 형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들이 그려져 있다(p173).” 베네치아에서 온 이방인이 들려주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치 도시들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르코 폴로는 칸에게 여러 도시들을 이야기해주면서,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길의 계단 수가 얼마나 많은지, 주량의 아치들이 어떤 모양인지 등을 말하는 게 별 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도시는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 공간의 크기와 과거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17p).”이다. 이처럼 “도시는 기억, 욕망, 기호 등 수많은 것들의 총체이다. 도시는 경제학 서적에서 설명하듯 교환의 장소이다. 하지만 이때 교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언어, 욕망, 추억들도 교환될 수가 있다(p211).”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여행한 도시의 기억, 욕망, 추억을 칸에게 전한다. 처음 동방에 도착해 그곳의 언어를 잘 모르던 폴로는 몸짓과 감탄사, 동물 울음소리, 가방에서 꺼낸 각종 물건들로 도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칸이 각 나라의 수많은 고유어들과 각 부족의 말들을 익혀, 도시에 대해 보다 더 세밀한 묘사를 할 수 있게 되고, 그의 질문에 자세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자 칸은 더 이상 그의 이야기가 즐겁지 않았다. “쿠빌라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의미를 분명하게 전할 수 없는 보고자에게 전해주는 모든 사실이나 정보 주위에 남아 있는 공간, 말로는 채울 수 없는 여백이었다(p52).” 세밀한 묘사가 아닌,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은 칸을 그 도시 한복판에 두기도하고, 길을 잃게 하기도, 혹은 그 곳에 살아보게도 만들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도시를 상상하고, 그 상상 속의 도시를 향유한다. 여행하는 도시는 멋지고 아름답지만, 생활하는 도시는 괴롭다고 말하지 않는가.

 

타마라 시의 상인들이 “판매대 위에 진열해 놓은 상품들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다른 사물에 대한 기호로서 가치를 가진다(p22).”고 말했듯, 도시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 사치를, 과시를 이용할 줄 안다. 수가 놓아진 머리띠를 사는 것은 단순히 머리를 고정하는 물품을 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수가 놓아진 머리띠는 우아함을 뜻한다. 이러한 상품을 착용함으로써 내가 얻게 되는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상상으로부터 존재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으로 지속되며,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한 노동들로 유지된다. 매혹적인 도시 아나스타시아처럼 도시는 도시민들을 착각하게 한다. 도시는 모든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완전체이고, 그 속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 욕망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그들은 아나스타시아라는 매혹적인 도시의 욕망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도시의 노예일 뿐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도시는 욕망으로 사람들을 꾀어내어 도시가 가져야만 하는 일들을 수행하게 만든다. 사람을 매혹시켜 그들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마우릴리아를 방문한 이방인은 도시의 예전 모습이 그려진 엽서를 보고 애석함을 느낀다. 이곳은 오래 전 시골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다. “만약 마우릴리아가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오늘날에도 우아함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대도시는 더욱더 많은 매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바뀐 도시의 모습을 통해, 예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며 향수에 젖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p42).” 마우릴리아를 통해 나는 ‘도시는 과연 객체로써 실존하는가’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도시에 대한 향수는 허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잠시 다녀온 유럽에서의 몇 달, 잠깐 놀러간 곳의 장면들, 우리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낀다. 인간의 뇌는, 특히 도시에 맞게 발달된 Metropolitan mentality는 힘들고 예민하고 복잡한 기억을 희미하게 하고,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들을 오랫동안 남겨놓기 때문이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던 베네치아의 한 이방인은 동방 제국의 황제에게 이렇게 말한다. “폐하께서 떠나지 않고 필리스에 머물며 여생을 보내야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곧 도시는 폐하의 눈앞에서 빛을 잃고 원화창, 선반위의 상, 둥근 지붕들은 사라져버립니다(p117).” 우리는 도시를 상상하고, 욕망하고, 추억하면서 도시의 존재를 인식한다. 우리가 추억하고, 애정하는 도시의 모습은 과연 진짜일까? 내가 진정 원하고 그리던 도시의 모습, 시골에서 상경한 나의 관점에서의 도시는 언제나 빛나고, 바쁘고, 시끌벅적한 그런 전형적인 대도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고, 때로는 마르코 폴로와 같은 이방인으로 때로는 나의 욕망을 도시에 투영해 나의 노동력을 제물로 바치는 이곳의 프롤레타리아로 나는 존재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가장자리, 혹은 그 중심일지도 모르는 복잡하고 어려운, 그렇지만 왠지 동경하고 싶어지는 모습은 도시가 나에게 심은 환상이었다. ‘이처럼 멋지고 복잡한, 어른스러운 곳에 너도 들어와서 나에게 노동력을 바치렴’이라며 나를 유혹하는 번쩍번쩍한 포장지였던 것이다. 도시 속 프롤레타리아가 된 나의 일상은 잦은 야근과 적은 임금, 과로에 지친 몸을 제대로 뉘울 수 없는 비좁은 원룸이었을 뿐, 내가 어릴 적 선망하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의 쿨 한 뉴요커의 모습은 아니었다. 도시는 이미지로써 존재한다. 타마라 시의 한 여인이 시장 가판대 위의 수놓인 머리띠를 구매함으로써 비로소 우아함을 뽐낼 수 있게 된 것처럼 우리는 도시와 색을 맞추기 위해 보호색의 옷을 껴입어야한다.

 

베르셰바의 주민들은 “땅속에도 또 다른 베르셰바, 그들이 멸시하고 무시할 필요가 있는 모든 것들이 숨어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고 믿(p146)”는다. 그들은 땅 속에 가장 권위 있는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시장에서 가장 값비싼 자재들을 이용해 건설한 건물들과 장식 술과 리본, 끈들로 꾸며진 도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는 “스스로의 텅 빈 항아리를 다시 채우는 데 골몰하는 우울한 열정을 미덕으로 여기기(p147)” 때문이다. 어쩌면 휘황찬란한 천국과도 같은 (그들이 칭하는)지옥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행복은 환영에 불과하고 과거에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행복 추구는 결국 유토피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p211).” 유토피아를 본 적 있냐는 칸의 물음에 유토피아는 없다고 말하는 폴로. 그는 되려 세상은 어차피 지옥이라고 말하면서, 그 속에서 지옥 같지 않게 사는 방법을 말해준다. 이는 이 책의 저자가 그리는 유토피아의 모습과도 닮았다. 칼비노는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말한다. 하나는 베르셰바의 주민들처럼 지옥을 받아들여서, 우리가 사는 곳이 지옥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서 거기에 공간을 부여하고 그것의 성질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도시는 선과 악이 얽혀 있고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유토피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토피아는 우리의 현실 속에 공존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찾아내고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인 것이다. 

t********5 2020.12.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