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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든 삶을 사느라 지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힘들 때마다 피붙이들이 따스한 마음으로 다독거려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지친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며 달래야 할까, 살고있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남다른 꿈을 꾸며 현실의 아픔을 잊어야 할까?
이탈리아의 페르잔 오즈페텍 감독이 2003년에 만든 <창문을 마주 보며 La Finestra di fronte / Facing Windows>는 길 건너에 사는 사람들이 창문으로 몰래 보면서 외롭고 힘든 삶을 견디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2. 지오반나(지오반나 메조기오르노)는 딸과 아들을 두고 옆지기 필리포(필리포 니그로)와 힘겹게 살아간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닭고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장부를 맡아 챙기는 일을 하는데, 아침 여덟시면 아이들을 배움터에 데려다 주고, 일터로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저녁을 챙겨먹고 나서 설거지를 한 뒤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스물아홉 살의 힘든 하루를 마감하길 되풀이한다.
담배를 피울 때 길 건너 집의 창문을 바라보는데, 잘 생기고 말쑥한 사내가 혼자 사는 모습이 좋다. 낮과 밤을 번갈아 일을 하는 제 옆지기 필리포와 견줄 바가 못 된다.
필리포와 시내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길을 잃어버린 늙은이를 보고는 필리포는 집으로 데려온다. 안 그래도 옆지기와 아이들을 챙기고 일하느라 힘에 부치는데 제 집도 모르는 늙은이라니... 대책없이 물러터진 필리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경찰서에 넘기기로 하고 저녁이나 드리는데,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이름이 '시모네'(마시모 기로티)라 알려준다.
시모네와 같이 경찰서에 가는 길에, 푼돈이나마 벌려고 술집에 빵을 구워 갖다주는데, 이 때 만난 길 건너집 사내 로렌조(라울 보바)는 돈가게(은행)에 다니며, 일이 손에 맞아 언젠가 지점장을 할 것이며, 좋은 짝을 못 만나 아직 혼자 산다며 시모네와 옆에 앉아있는 지오반나를 쳐다 본다.
3. 영화는 두 갈래로 나아간다. 한 갈래 이야기가 다른 갈래에 뒤섞이면서. 일과 사람에 지친 지오반나가 로렌조와 만나 꿈을 꾸듯 힘든 삶에서 달아나려 하고, 시모네라 불리는 할아버지가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헤매는지를 찾아가는 일로 나뉜다.
1943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빵집에서 일을 하면서 비역질을 하던 젊은 유대인이 있었다. 같은 사내를 사랑하였으나 꿈을 이루지 못한채 유대인을 쫓는 무리들한테서 달아난다. 이 탓에 사랑하던 사내 시모네를 잃어버린다. 나중에 그 유대인은 유럽에서 가장 이름난 빵집 아저씨 다비데 베롤리가 되었고...
시모네는 간 곳이 없지만 지오반나의 삶에 다비데는 큰 힘을 준다. 빵을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준다. "끊기는 힘들겠지만 빵을 만들 때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며, 수돗물이 아니라 깨끗하고 냄새가 없는 좋은 물을 써야 해요...당신은 열정을 취미로 푸는데, 그 솜씨를 썩히지 말아요..."
4. 시모네가 집에 있든 아니든, 지오반나의 삶은 달라질 일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눈을 뜨면서부터 되풀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로렌조가 이스키아 섬으로 일터을 옮겨야 한다는 말은 지오반나한테 큰 일이다. 서로가 창문으로 몰래 보면서 사랑을 키워왔으며, 옆지기 몰래 만나보니 좋기만 한데... 아이들을 자주 맡기는 옆집 에미네(세라 일마즈)는 눈치가 8단이라 지오반나한테 한술 더 떠서 말한다. "로렌즈와 같이 살을 섞어...내가 아이들을 봐줄테니...그래야 쉽게 잊어져..."
이젠 양다리를 걸치며 살 수가 없다. 외길로 가야 한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하나? '사이가 뜨악한 옆지기를 버리고, 훤칠한 로렌즈를 따라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하나...빵집을 열고...'
지오반나가 가야할 길은 어디 일까? 본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친 삶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는 로렌즈일까, 아니면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같이 꾸려갈 수 있는 필리포와 같이 사는 길일까?
5. 삶에 지쳐 바람난 아내와 홀몸인 사내가 벌이는 어긋난 사랑을 그린 날리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딴 갈래인 같은 사내를 사랑한 다비데를 넣어 힘든 삶을 어떻게 헤쳐가야할 지를 말해주어 무게를 실었다.
아름답지만 삶의 무게에 눌려 새로운 꿈을 꾸는 지오반나 노릇을 한 지오반나 메조기오르노가 돋보인다. 이탈리아다운 모습도 눈길을 끈다. 까불거리는 딸한테 지오반나가 나무란다. "입 안 다물면 때릴거야" 그러자 대뜸 맞대꾸 한다. "그러면 나는 경찰에 알릴 거야" (이거 엄마와 딸이 할 소린가?)
디브이디는 깔끔하다. 화면이나 소리가 좋다. 보너스는 그럭저럭이다.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잘 만든 솜씨가 아니다. 그냥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루하게 보여주고, 예고편을 같이 넣었다. 디브이디는 15세만 넘기면 되도록 하였으나, 본디 영화는 어른들만 보도록 하였으므로, 잘못 적은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