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가 아니다'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시지만 교수님의 그 말씀은 그대로 시가 되고 낭랑히 나를 적시는데 그런 교수님을 따라가는 나의 시는 정말 시가 아닌 것이 무에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들만 쏟아지는 세상에 어떤 충격도 감동도 전하지 못한채 교수님의 흐릿한 얼굴만 부여잡고 따라 나섰는데 1987년 그 격동의 시절에 나는 무슨 생각에 국문학과 1학년 시창작론 강의를 들었던지 경영학과 3학년 학생이 시를 쓴답시고, 시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교수님의 강의를 정식으로 잠시 들었었지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 때가 때인지라 나는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하는 그 강의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소리가 넘쳐나는 거리로 달려나가면서도 한 줄도 움직이지 않는 메타포의 세상에서 좌절하곤 했었지
하여 나의 글은 갓 입학한 1학년 새내기들보다 힘이 없었고 나는 기껏 삭발 단식으로 6월 10일을 버팅기며 맞이하였고 아마도 그 강의는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였었지..그리고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고 나는 그 강의를 C정도 되는 중간 성적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꺼야..물론 그때 나의 시는 시가 아니었고 나의 학점도 학점이 아니었지만 아마도 교수님은 그 당시의 열정만으로 나같은 녀석들을 구제 하셨을거라는게 요즘 갖는 생각이긴 한데 아직도 나의 시는 시가 아니고 교수님의 시는 이처럼 깊이 울리는 시가 되고....젠장, 다시 삭발단식을 한 번 더 하면 내 시가 달라질까 사람들 속에서 눈물꽃으로 피어나 메마른 가슴을 적셔줄 수 있을까나...
2007. 7. 3.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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