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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과서를 펴 보면 유럽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유럽사는 곧 세계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금까지 서양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합리성과 진보적인 사산을 발판으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동양은 비이성적이며, 나태하고, 야만적이라는 것이 유럽 중심적인 관점으로 전통적인 오리엔탈리스트에 대한 해석이다. 이러한 시각은 동양을 서양의 수동적인 상대로 묘사해 오로지 서양만이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주장을 펴기 위한 이론의 틀 역할을 해 왔다. 서구 문명을 예외적으로 특권화하여 격상시키는 서구중심주의는 비서구 문명을 자신들이 만든 잣대로 재단해 격하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짝을 이룬다.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는 지금까지 유럽중심주의적 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한다. 저자는 서유럽과 중국 경제발전 수준을 비교하여 근대 경제 체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은 1830년대만 해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대국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 밀렸다. 여기서부터 학자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18세기 중국에서는 영국처럼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이와 관련해 포메란츠는 1800년경까지의 중국은 인구, 농업기술 등 모든 면에서 유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서구의 패권 질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되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의 시점이 달라진다. ‘신대륙 발견’ 이후 세계로 뻗어 나가던 15세기 전후부터가 아니라 1750년대 중반으로 봐야 한다.
15~18세기 기간은 무역에 관한 한 중국이 유럽보다 우위에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명나라 제독 정화의 남해원정을 통한 무역로 확장을 들 수 있다. 당시 유럽은 이슬람 세력의 견제로 아시아와의 자유로운 무역을 행사하기가 힘들었다. 콜럼버스나 마젤란 같은 항해가들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 교역로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중국과 인도를 중심축으로 이뤄지던 세계적 무역체제가 역전됐다. 그 순간은 영국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제의 개척을 통해 촉발됐다. 가장 먼저 산업화를 주도한 영국은 면직물 하나로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포메란츠는 이런 서구의 부상이 우연에 가까운 행운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서구와 아시아의 격차가 생겨난 것은 필연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영국 산업화는 석탄, 증기기관 발명 등 우연한 사건 집합체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을 제외한 몇몇 유럽 지역은 자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낙후한 상태였다. 게다가 폭발적인 인구 증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숲이 파괴되었고, 농사지을 땅의 상태도 나빴다. 포메란츠가 수집한 각종 통계 수치 자료들은 근대 유럽의 우월한 신화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이 책의 분량은 두껍다. 어떻게 보면 역사 전공자들을 위한 딱딱한 학술서적처럼 느껴진다. 유럽중심주의를 옹호하는 제도학파 역사관과 이를 수정하려는 캘리포니아학파 역사관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읽으면 엄청 지루하다. 포메란츠의 서술 방식이 독자에게는 불친절하다. 주요 핵심 내용을 후방으로 배치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근거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다. 포메란츠의 《대분기》는 2000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미 다른 캘리포니아 학파 역사가들의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것에 비하면 꽤 늦게 나온 셈이다. 안드레 군더 프랭크의 《리오리엔트》 (이산, 2003), 로버트 마르크스의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사이, 2014)를 먼저 읽었으면 포메란츠의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책 한 권을 열심히 만든 출판사 편집자, 번역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완독이 부담스러운 독자는 ‘《대분기》를 소개하면서’와 서론만 읽으면 된다. 아니면 로버트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면서 캘리포니아학파 역사관을 이해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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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단순하게 바라본게 아닌 일종의 비교를 하고 원인을 밝혔다. 어느 책이나 사람이 쓴것이기에 절대적 진리라든가 반박할수 없다든가 하는 생각은 절대하지 않지만 이책을 본 후 방대하고 깊은지식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원래 서로가 존재 하는 지도 몰랐던 동서양이 만나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은 경이롭기 조차하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었고 또 현재가 과거가 되어 미래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역사는 가치가 있다. 왜? 지금과 같은 사회가 되었 는지 알고싶다면 꼭 봐야할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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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포메란츠 『대분기』 비평 유럽은 어떻게 먼저 산업화했는가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었다는 설명이 익숙하다. 유럽에는 자유로운 시장과 발달한 제도가 있었고,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으며, 그 결과 산업혁명과 근대 경제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은 한동안 세계사의 기본 줄거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는 그 줄거리에 질문을 던진다. 정말 유럽은 산업혁명 이전부터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을까. 근대 세계의 경제적 격차는 유럽의 오랜 우월성이 낳은 필연적 결과였을까. 포메란츠가 내놓는 답은 간단하지 않다. 그는 유럽과 중국을 통째로 비교하는 대신, 당시 경제가 발달했던 영국과 중국 양쯔강 삼각주를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 두 지역의 농업, 임금, 소비, 시장, 인구, 에너지와 환경 조건을 살핀다. 그의 비교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 두 지역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앞선 관계가 아니었다. 큰 격차는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라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 걸쳐 뚜렷해졌다. 이 책의 핵심은 유럽이 발전한 이유를 하나의 우월한 문명이나 제도에서 찾지 않는 데 있다. 영국에 가까운 석탄,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얻은 자원, 세계 무역의 연결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u>『대분기』는 유럽의 산업화를 문명의 우월성이 낳은 필연이 아니라, 특정한 자원과 세계적 관계가 맞물린 역사적 결과로 다시 읽는다.</u> 이 관점은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흔들고, 경제 발전의 무대에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다시 불러온다. 발전의 출발선을 다시 맞추다 역사 비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비교하느냐이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 중국 전체를 비교하면 유럽이 앞선 것처럼 보이기 쉽다. 포메란츠는 이런 비교 방식 자체가 유럽의 우위를 미리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영국과 양쯔강 삼각주처럼 각 대륙 안에서 경제와 상업이 발달한 지역을 비교한다. 잘사는 곳끼리, 상대적으로 가난한 곳끼리 비교해야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방식은 단순한 자료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비교의 단위를 바꾸면 역사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체와 중국 전체를 비교할 때는 유럽의 성장과 중국의 정체가 강조되기 쉽다. 그러나 영국과 양쯔강 삼각주의 농업과 시장을 살피면, 산업혁명 이전의 두 지역이 모두 상업과 생산을 발전시키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포메란츠는 이 유사성에 주목하며, 1800년 이전에 이미 서양의 경제적 우위가 완성되어 있었다는 통념을 재검토한다. 이 주장은 “중국이 영국보다 더 발전했다”는 선언과는 다르다. 저자는 두 지역의 모든 조건이 같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농업 방식과 자원 이용, 국가 제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의 질문은 어느 한쪽이 모든 면에서 우월했는지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산업혁명 이전에 어떤 차이가 실제로 결정적인 격차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격차가 언제부터 커졌는지를 따지는 데 있다. 포메란츠의 비교는 유럽의 성취를 깎아내리기보다 그 성취를 설명하는 방식을 바꾼다. 산업혁명을 유럽 내부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능력의 결과로만 보면 아시아와 아메리카는 주변부에 머문다. 반대로 세계 경제의 연결을 함께 살피면 영국의 성장은 다른 지역과 떨어진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게 된다. 이 책은 그 연결을 분석의 중심으로 옮긴다. 석탄이라는 가까운 에너지 산업혁명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석탄이었다. 나무는 집을 짓고 난방을 하고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인구와 생산이 늘면 숲을 계속 베어야 하고, 목재를 얻는 비용도 커진다. 한 지역이 나무와 토지를 더 많이 소비할수록 성장은 환경의 한계에 부딪힌다. 포메란츠는 영국과 중국의 발달한 지역이 모두 이런 압박에 놓여 있었다고 본다. 영국이 가진 차이는 석탄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석탄이 산업과 도시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고, 운송과 이용이 경제적으로 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지하의 석탄을 캐내려면 물을 퍼내야 했고, 이를 위해 증기기관이 사용되었다. 증기기관은 광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넓은 산업 현장으로 퍼져나갔다. 석탄과 증기 기술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반면 중국에도 석탄이 있었지만, 양쯔강 삼각주와 같은 경제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자원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자원은 위치와 운송비, 생산시설과의 거리 속에서 경제적 가치가 정해진다. 이 점에서 영국의 지리적 조건은 산업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석탄 하나로 산업혁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석탄이 있었다고 모든 사회가 산업화를 시작한 것도 아니며, 증기기관의 발명과 확산에는 기술과 자본, 노동과 수요가 필요했다. 포메란츠의 장점은 석탄을 단독 원인으로 내세우기보다 환경적 압박을 완화한 조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석탄은 영국이 목재와 토지에 의존하는 부담을 줄이고, 생산을 확대할 공간을 열어 주었다. 이 조건이 다른 역사적 요소와 결합하면서 산업화의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아메리카의 자원과 ‘밖으로 넓어진 공간’ 『대분기』에서 석탄만큼 중요한 것은 아메리카와의 관계다. 유럽은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해 설탕, 면화, 목재와 같은 자원을 대량으로 얻었다. 이 물자들은 유럽 내부에서 부족해지던 토지와 노동, 원료의 부담을 외부로 옮기는 효과를 낳았다. 포메란츠는 이런 자원 공급을 유럽이 얻은 ‘생태적 여유’로 설명한다. 유럽이 당장 쓸 수 있는 땅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바다 건너의 토지와 생산물이 유럽 경제를 떠받쳤다는 뜻이다. 면화는 이 관계를 잘 보여준다. 산업혁명기의 방직업은 원료를 꾸준히 필요로 했다. 아메리카의 면화 생산은 유럽의 제조업에 원료를 공급했고, 그 생산은 노예 노동과 식민 지배에 기대고 있었다. 유럽의 산업화는 유럽 내부의 발명과 기업가 정신만으로 이루어진 과정이 아니었다. 아메리카의 토지와 노동, 대서양 무역의 폭력적인 구조가 그 성장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서 포메란츠의 세계사는 유럽의 발전을 고립된 기적처럼 보지 않게 한다. 산업화의 중심에는 영국이 있었지만, 그 중심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자원을 끌어오는 연결망과 함께 작동했다. 상품과 원료는 바다를 건넜고, 노동과 토지는 식민 체제 속에서 재편되었다. 산업혁명의 원인을 영국만 들여다보며 설명하면 그 성장의 바깥 조건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식민지와 노예제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과 그 폭력의 구체적인 역사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이 책은 아메리카의 자원과 식민지가 유럽에 어떤 경제적 여유를 제공했는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반면 식민 지배를 겪은 사람들의 경험과 저항, 노예제의 사회적 폭력은 경제적 조건을 설명하는 큰 틀 안에서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수 있다. 이 대목은 책의 통찰을 확장하는 동시에, 독자가 더 물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나의 원인 대신 조건의 결합 책을 읽다 보면 “그렇다면 결국 영국은 석탄과 식민지 덕분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단순화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포메란츠의 논지는 한 가지 원인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산업혁명은 석탄, 식민지, 농업과 시장, 기술, 무역, 환경 조건이 한 시기에 결합한 결과로 설명된다. 여러 조건이 겹쳐 한 방향으로 작용했을 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접근의 장점은 역사를 단선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 이전 영국과 중국의 차이를 문명 수준의 차이로 환원하지 않고, 특정 지역의 자원과 세계 경제의 연결을 살핀다. “왜 영국이 먼저였는가”라는 질문에 “영국인이 더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대신, 어떤 자원이 어디에 있었고 그것이 어떤 시장과 연결되었는지를 묻는다. 거대한 문명론을 구체적인 경제·환경 조건의 문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의 논의는 경제 성장을 당연한 진보로 바라보는 시선도 흔든다. 성장은 자원과 에너지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어느 사회가 성장할 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자연환경은 어떤 압박을 받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영국의 산업화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활용해 한계를 넘어섰지만, 동시에 식민지의 자원과 노동을 이용해 그 한계를 바깥으로 옮겼다. 성장의 성취와 그 비용을 한 장면에 놓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설득력과 논쟁의 지점 『대분기』의 가장 큰 성취는 비교의 기준을 바꾼 데 있다. 이 책 이후 “유럽은 왜 앞섰는가”라는 질문은 유럽 내부의 제도와 문화만으로 답하기 어려워졌다. 비교 대상은 중국의 경제 중심지와 아메리카의 자원, 세계 무역과 환경 조건으로 넓어졌다. 미국역사학회가 소개하는 포메란츠의 연구 역시 그가 영국과 양쯔강 삼각주를 비교하고, 석탄과 아메리카 식민지를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했다고 정리한다. 그러나 비교의 결과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양쯔강 삼각주의 농업 생산성과 영국의 농업을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비교할 것인지, 두 지역이 실제로 어느 정도 비슷한 경제 수준이었는지가 쟁점이다. 필립 황은 2023년 논문에서 영국과 중국의 농업 방식과 노동 생산성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대분기가 1800년 이후에야 시작되었다는 포메란츠의 초기 시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이 논쟁은 책의 핵심 주장이 단순한 사실 하나로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자료와 비교 방법을 둘러싼 학술적 논의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자신도 이후 연구에서 대분기의 시점을 다시 살펴보았다. 미국역사학회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포메란츠는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 시점을 1800년보다 앞선 18세기 후반 쪽으로 조정해 설명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유럽과 중국은 1800년까지 완전히 같았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포메란츠의 중요한 문제 제기는 서양의 우위가 훨씬 오래전부터 완성되어 있었다는 전통적인 설명을 재검토하자는 데 있다. 또 하나의 한계는 책의 넓은 비교가 독자에게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농업과 임금, 소비, 가족노동, 무역, 자원과 환경에 관한 논의가 길게 이어지면서 중심 논지를 놓치기 쉽다. 저자는 큰 결론을 빠르게 제시하기보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차근차근 비교하려 한다. 이 방식은 학술적 신뢰를 높이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여러 장의 세부 분석이 하나의 주장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복잡함은 논지를 약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역사적 격차를 설명할 때 필요한 자료의 폭과 비교의 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독자는 저자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떤 지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지, 어떤 자료가 선택되었는지, 그 자료가 무엇을 말해 주고 무엇을 말해 주지 못하는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대분기』는 답을 제공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비교의 방법을 검토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세계사 『대분기』는 산업혁명을 “유럽이 본래 특별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읽지 말라고 권한다. 영국의 성장은 내부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석탄은 에너지의 한계를 바꾸었고, 아메리카와의 관계는 자원과 토지의 부족을 완화했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는 이러한 조건과 맞물렸다. 세계의 여러 지역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근대 경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책의 큰 그림이다. 이 관점은 오늘의 세계를 바라보는 데도 의미가 있다. 한 국가의 부와 산업이 그 나라 안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원료와 노동, 에너지와 시장은 국경을 넘어 움직이며, 성장의 혜택과 비용은 서로 다른 지역에 다르게 분배된다. 『대분기』는 세계 경제를 한 국가의 성공담으로만 읽지 말고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관계까지 살피라고 요구한다. 이 책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세계사의 출발선을 다시 그리게 한다는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문명의 우열로 나누기 전에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지 묻고, 산업혁명의 원인을 발명과 제도에만 두기 전에 에너지와 식민지, 환경의 역할을 살핀다. 그 과정에서 유럽의 성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성취가 세계와 분리된 채 홀로 이루어졌다는 설명이 더는 충분하지 않게 된다. 읽기 쉬운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분량이 많고 경제사와 지역 비교에 익숙하지 않으면 논의의 세부를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책의 질문은 분명하다. 유럽의 산업화는 언제, 어떤 조건 속에서 다른 지역과 격차를 벌렸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동안 독자는 익숙한 세계사 서술이 얼마나 특정한 관점에 기대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u>『대분기』의 핵심은 유럽을 낮추는 데 있지 않고, 세계의 여러 지역이 함께 만든 근대의 역사를 더 정확하게 보려는 데 있다.</u> 서지정보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이남희·심은경 옮김, 김형종 감수, 『대분기: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 에코리브르, 2016. ISBN 9788962631456. #대분기 #케네스포메란츠 #세계사 #경제사 #산업혁명 #유럽중심주의 #중국사 #식민주의 #책비평 #책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