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열 헌트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하다. 음반이라야 3장밖에 없고, 접한 것도 오래되지 않는다. 처음 접한 것은 <클라운 인더 미러> 때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뭐 이런 그룹이 있나? 싶은 생각이 앞섰다. 보컬이 연주에 이렇게 밀리는 그룹은 첨 본 것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들을 때는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름다운 선율에 일단 귀가 매료되었고, 보컬이 이 앨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가 되면서 그 앨범들이 좋아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로열 헌트의 앨범이다. 악기들을 제치지 않고, 하나가 된 보컬, 다른 그룹들이 보컬을 위한 반주를 하고 있다면(아닌 경우도 많지요) 로열 헌트는 보컬과 연주가 평등한 관계로 같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워낙 키보드가 화려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겠지만 내가 처음 들었던 로열 헌트는 어느 누가 툭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간 그런 그룹으로 낙인찍혔다. 이 앨범, 피어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 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2집에서는 워낙 아름다운 선율들을 너무 짧게 핵심만 축약된 상태로 들려주었던 것에 비해, 피어에서는 요약 정리가 아니라 전체를 전부 다 보여준 듯한 느낌이다. 일단 길어진 곡의 길이도 그렇고, 빠르고 느림, 보컬과 반주가 교대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서서히 곡이 상승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이런 기승전결의 원칙이 확 느껴진 곡이 첫번째 곡 피어였다. 클래식쪽은 잘 모르지만 이런 악곡 구성을 대위법적 구성이라고 하나? 이런 로열 헌트의 곡에서 나는 보컬이 너무 확 튈 필요가 없다고 본다. 2집의 헨릭 브록맨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디시 쿠퍼의 보컬이 솔직히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차라리 존 웨스트가 로열 헌트의 색깔에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내가 하모니와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는 편이라 그럴지 몰라도 강력한 보컬이 곡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밴드가 있는가 하면 카리스마 있는 한 사람이 툭 나서서 곡을 이끌지 않고 그리 튀지는 않는 듯 하지만 듣기 좋은 그런 밴드가 있을 것이다. 로열 헌트는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런 의미에서 로열 헌트를 좋아한다. 여러 사람에게 다양하게 비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한가지만을 고집하지 않고, 이것저것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는 밴드, 그것이 로열 헌트만의 매력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