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영화 좋아하세요?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들은 한번쯤은 홍콩영화에 푹 빠진 경험이 있으실 것같습니다. 영웅본색, 천녀유혼, 첩혈쌍웅, 프로젝트A, 천장지구 등의 영화제목이나 주윤발, 왕조현, 성룡, 유덕화 같은 영화배우 브로마이드는 제 또래의 큰 인기였죠. 가정용 VCR이 이 시기에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가장 수혜를 본 것이 홍콩영화가 아닐까 해요. 저만 해도 거의 하루에 한 편꼴은 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음료수 한잔 값을 내면 비짜 홍콩영화를 틀어주던 가게도 꽤 있어서 즐거운 추억의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95년에 나왔습니다. 홍콩의 중국반환을 2년 남긴 시점이며 홍콩영화의 인기가 자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식고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홍콩영화의 몰락은 단지 기우일 뿐이라는 저자 서문입니다. 저자는 그렇게 낙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미 이후 10년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홍콩영화의 몰락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상업적인 성공에만 매달려 비슷한 소재를 지나치게 남발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한국영화의 급격한 성장도 한 몫을 했다고 하구요. 홍콩반환 이후에 많은 영화인들이 대거 홍콩을 빠져나간 것도 주된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부흥과 함께 위기도 곧잘 언급되는데 홍콩영화의 흥망을 잘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이 책은 다행히도 홍콩영화의 몰락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미약한 시작부터 화려한 절정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전반부는 홍콩의 영화산업을 연대기순으로 점검하면서 영화인들이 홍콩의 역사와 문화를 영화에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홍콩영화의 다양한 장르를 하나씩 대표작과 함께 설명을 하고 있구요. 역사를 다룬 전반부보다 대표작과 스타를 다룬 후반부가 역시 더 흥미롭긴 합니다만 홍콩영화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찾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인데 홍콩영화가 성장하는 데에도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이후에는 그렇게 성장한 홍콩영화가 우리나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구할 수 있는 자료가 이 책 한 권 밖에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록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보다 많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2006.08.14. 북코치 권윤구) 인상깊은 구절 : '황비홍'은 정통무술인의 표상을 제시했다. 쿵후 주인공들이 으레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복수와 폭력을 일삼고 그들의 무공에 무(武)는 있어도 협(俠)은 없고, 무덕(武德)과는 정면으로 배치하는 등과 같은 쿵후의 말세적 증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오는 인물이 바로 황비홍이다. 황비홍은 항상 무덕정신, 즉 무술은 공격이 아닌 자기방어와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추구되어야 하고, 또 진정한 무술인이라면 공공의 이익이 사적인 갈등에 앞서며 악당에 대면했을 때도 설득하다 안 될 때에만 비로소 마지막 수단인 무술로써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