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기초론의 고전이며, 아직도 상당한 독자층이 있는 이 책의 번역이 작년에야 이루어진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이 책은 초심자용 해설서에 불과하지만, Principia Mathematica가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난해하여 직접 그 책을 보는 것보다는 쉬운 버전인 이 책이 더욱 많이 읽힌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수리철학의 역사적인 면에서도, 러셀의 초기사상과 초기논리주의학파의 사상을 아는데 있어서도 이 책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수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잘 아는 집합론과 수리논리학의 내용과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일반 수학교과서에서는 증명의 기술과 정리의 증명, 활용을 위주로 다루는데 비해, 이 책같은 수학기초론책에서는 공리와 정의의 설정을 주로 다룬다. 오래된 책인 관계로 사용된 공리와 정의, 그리고 접근방법에서도 현재 널리 사용 중인 버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용어도 다른 것이 많아 조금 혼란스러운 면은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말(동치명제)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의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다소의 예비지식은 필요하다. 대학 2학년용 집합론 교과서 앞에 조금 나오는 초등기호논리 정도만 알고 있어도 읽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번역은 그런대로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 상의 오류라고 생각되는 점은 거의 없었으며, 러셀의 어투도 그럭저럭 살려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자에 대해서는 조금 짚고 넝어가야겠다. 실제로 이 책의 오자율은 오히려 낮은 편이다. 만약 이책이 소설책이었다면, '오자가 거의 없다.'고 말해도 이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논증으로 이루어진 이런 부류의 책의 특성상, 술어나 조사에 오자가 있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의미의 모호함이 발생한다. 이럴 때, 바로 파악이 가능한 경우는 모르겠지만, 많은 경우 연필과 종이를 꺼내 관련부분을 모조리 증명해서 확인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공부가 조금 되기는 했다.) 필자도 한두번 곤욕을 치렀다. 다소의 엄밀성을 요구하는 이런 책들을 만들 때는 각별히 유의해서 찍어내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때문에 책상태는 별두개) 마지막으로 '쉽다'는 말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많은 교양과학서들이 '쉽다.'는 말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 말은 '공부하기에 쉽다.'는 말이지, 신문보듯이 쉽게 읽을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 책도 공부하기에는 쉬운 책이지만, 아무런 긴장없이 스윽 읽어내려가서는 대부분 이해 할수 없을 것이다. 펜과 종이 한장, 그리고 '나도 한번 따라서 논증해보자.'는 자세정도만 가지고 책을 펼쳐도 상당히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