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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목에 대해 좀 언급하고 싶다. 원제목은 <The Janissary Tree>이다. 이것을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으로 바꿨다. 좋다.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미스터 대신 랄라 라던가 예펜디 라던가 아니면 그냥 야심이라고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미스터하고 오스만 제국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야심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다. 책표지는 원작의 표지를 그대로 따랐다. 뭐, 불만은 없지만 우리에게 맞는 표지를 고민해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출판사에서 표지를 원작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자, 이쯤하고 책으로 들어가자.
19세기 쇄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스탄불의 한가운데에서 독특한 탐정 랄라 야심을 만나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 작품으로 봐도 좋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그동안 멀리했던 오스만 제국, 지금의 터키에 대한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읽을 수 있다.오스만 제국을 떠받치고 있던 에니체리가 사라진 지 십년, 그리고 서구식 군대를 도입한지 이십년 만에 술탄 앞에서 열흘 뒤 열병식을 거행해야 하는데 장교 4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그 중 한명이 거대한 솥단지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마침 술탄의 궁 내밀한 안쪽의 하렘에서 한 소녀가 살해된다. 모두가 야심만을 부르고 있지만 야심은 궁 안에서 일어난 일보다 장교들의 흔적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솥이 상징하는 예니체리의 흔적을 찾아 이스탄불을 돌아다닌다.
이 작품은 독특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야심부터가 독특하지만 야심의 친구인 전 폴란드 대사도 독특하다. 그는 폴란드라는 나라가 사라져 나라 없는 대사로 이스탄불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이렇게 야심에게 말하곤 한다. ‘나라 없는 대사와 남성 없는 남자가 만나 하나가 되었다.’고... 그들은 그야말로 반쪽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로 가는 배를 탔다가 납치되어 지금의 술탄의 모후가 된 술탄에 버금가는 지휘를 가지게 된 프랑스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러시아 대사 부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문이나 출신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그도 보통 프랑스인이었지만 발레디 술탄의 자리에 올랐고 그녀의 친구는 나폴레옹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쾨첵 춤을 추는 여장 남자 등 이스탄불의 최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인물들을 배치시키고 있다.
그 인물들이 야심의 눈길에 따라, 말에 따라, 행동에 따라 이스탄불에서 일어나는 사건 속으로 우리들을 깊이 끌어들이고 있다. 야심은 그의 나라 오스만 제국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잘 아는 인물이다. 또한 어떤 이유로 환관이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상인 밑에 있을 때는 그리스가 독립을 하자 그들을 그리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니 그는 누구에게 속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전통과 나라에 매인 인물도 아니다. 유연한 사고와 폭넓은 사교성이 그의 장점이고 욕심 없는 마음이 그의 미덕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요즘의 대세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팩션과 반전이다.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모르던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점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옛 문화에도 환관, 즉 내시가 있었고 구중궁궐에 임금님과 여인들만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점들이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야심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그 시대 홈즈는 척 보면 압니다 식의 수사를 했지만 야심은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발로 뛰어 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만나고 위기에 쳐하고 친구에 의해 구출되고 다시 사건에 접근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작품 후기에 에니체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참 좋은 자료다. 이 작품이 단순한 터키의 색다른 탐정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어필하는 모습이 좋다. 책을 덮은 뒤 <The Janissary Tree>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에니체리 나무는 단순히 예니체리만의 상징은 아니다. 그것은 예니체리가 오스만 가문의 흥망과 함께 했듯이 오스만 투르크인들의 전통과 문화의 뿌리다. 예니체리는 부패되어 사라지고 문화는 돌고 도는 것이라 흥망성쇠를 함께 하지만 사람이 계속 남아 기억하는 한 이스탄불이 어떤 식으로 바뀌든,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든 간에 살아 숨 쉴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이런 뿌리 깊은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나무를 어떻게 가꾸고 바라보느냐는 결국 가꾸는 자들의 몫일 테니까.
올 해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탐정을 꼽으라면 아마도 야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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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에게는 재능이 여럿 있었다. 타고난 매력, 언어 구사력, 또 회색 눈을 갑자기 크게 뜰 수 있는 능력까지. 누구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최면에 걸린 듯 누가 말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알이 없다. 평범한 뜻은 아니다. 야심은 용기가 상당했다. 그러나 그는 19세기 이스탄불에서도 드문 생물체였다. 환관이었던 것이다." (1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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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가 쓴 오스만 제국을 무대로 한 소설, 게다가 환관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물이라는 데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었다. 읽고 난 느낌은, 역시나 남다른 작품이었다. 제이슨 굿윈은 터키 역사 전문가로 아내와 이스탄불을 도보로 여행했을 만큼 터키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만큼 실제 역사에 대한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작품의 시공간을 완벽하게 창조한 듯 보인다. 19세기 초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는 오스만 제국에 그다지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스는 독립을 했고, 강대국 러시아는 목전에서 오스만 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근대식 군대를 도입하고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여왔지만, 술탄은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처할 획기적인 칙령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 와중에 전통의 상징인 예니체리의 반란이 핵심적인 사건으로 떠오르고, 우리의 환관 탐정 야심이 사건 해결의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야심은 예리한 판단력과 추리력에 뛰어난 언변, 호감을 주는 유머감각과 인간미를 갖춘 캐릭터다. 환관이라는 특이한 정체성 때문에 아웃사이더의 비애를 느끼는 대목에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이런 성격은 편견없이 사건을 수사하며, 늘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해야 하는 탐정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주는 커피점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마다하고, 조국을 잃은 외로운 폴란드 대사의 둘도 없는 친구로 요리와 술을 나누고, 비슷한 처지의 여장 춤꾼 프린과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술탄의 모후 발리데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러시아 대사 부인과 비밀스런 애정을 공유하는 남자. 탐정으로 뿐만 이나라 한 인간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추리소설로서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은 벌어진 사건을 놓고 ‘누가’ 그랬는가보다는 ‘왜’ 그랬는가에 더 무게를 두고 전개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전통과 개혁이 충돌하던 시기에 권력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욕망이 충분히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터키라는 배경과 환관 탐정 야심은 참 잘 어울리며, 색다른 스릴과 지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추리소설의 배경과 인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영국인 작가의 작품임에도 서양의 시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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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소설로 그린 작품을 몇 편 읽은 적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모두 재미 없었다. 헌데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은 재미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저자 제이슨 굿윈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비잔틴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유럽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실에 매료되어 오스만 제국을 연구했다고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적혀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데이지 굿원이 오스만 제국에 대해 추리소설로 접근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해주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의 경력과 데이지 굿윈의 충고 덕에 나는 훌륭한 추리소설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경력이나 집필 동기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19세기 초의 오스만 제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상당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쟝르 소설에서 그런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면 등장할수록 글이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소설은 재미로 읽는 거지 역사적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서 읽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보통은 양념 정도로 사용하면 충분하다. 헌데 저자는 그런 위험을 뛰어넘어 멋들어진 솜씨로 역사적 지식을 글 속에 녹여넣었다. 추리란 강력한 용매를 사용해서.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뭘까? 범인이 누굴까 추리해보는 재미. 탐정이 여러 조각을 끼워맞쳐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의외성. 이런 게 아닐까?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은 약간 다르다. 물론 조각을 끼워맞추는 재미도 있고,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도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적 재미는 그런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야심이 이스탄불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활약하는 과정 그 자체가 재미의 핵심이다. 야심은 황제의 마구간, 시장의 가판, 화재 감시탑, 대사관, 황궁의 하렘, 목욕탕, 뒷골목 등을 돌아다니며 이스탄불을 생생하게 구경시켜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맞고 감금되는 등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환관인 주제에 로맨스까지 벌인다. 그 덕에 우리는 술탄의 하렘 같은 아주 궁금한(?)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황궁의 권력 다툼도 구경하게 되고, 유럽을 공포에 떨게했던 예니체리 부대의 영광과 좌절, 그리고 최후를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의 사건은 참 복잡하다. 우선 신식군대의 장교 4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있다. 그들은 하나씩 아주 끔찍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으로 술탄과 동침할 예정인 하렘의 궁녀가 교살되는 사건이 나오고 또 술탄의 모후가 나폴레옹에게서 선물 받은 보석을 도난당하는 사건도 나온다. 사건만 보면 전형적인 수수께끼풀이형 추리소설 같다. 범인이 궁금해서 손이 근질근질할 것 같다. 그리고 짤막짤막한 챕터를 보면(챕터가 무려 132개나 된다.) 속도감이 대단한 스릴러 소설 같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유형의 소설 말이다. 현대 추리에서 종종 보이는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나올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런 요소가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앞에 말했듯 그게 책의 핵심은 아니다. 그저 야심이 활약하는 광경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읽어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책장이 전부 넘어가서 결말에 다다르고, 사건은 어느새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머리 굴리면서 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 걸 즐기는 독자라면 말이다. 오랜만에 편안한 독서를 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배가 고파졌다. 이 책을 읽는 분은 공감하실듯. 내일 쉬는 날인데 시내 나가서 케밥이나 사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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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리즈의 경우에는 차례대로 읽어 나가는 게 순서인데 제이슨 굿윈의 <스네이크 스톤>을 읽고 나서, 전작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을 읽게 됐다. 여전히 공간적 배경은 천년고도이자 동서양의 접점인 이스탄불, 그리고 시대적 배경은 1836년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비잔틴 사를 전공한 제이슨 굿윈은 환관 출신으로 그리스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환관 탐정 야심 토갈루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부제로 나온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가 말해 주듯이,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화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예니체리 부대의 관한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술탄 무라드가 정복한 유럽 각지의 기독교도 가정에서 차출한 소년들을 징집해서 무슬림화 시킨 후, 술탄의 정예병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예니체리 부대는 유럽정복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 함락에 큰 공헌을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 언급되듯이 하나의 권력으로 민중을 착취하는 군대 마피아가 된 그들은 심지어 술탄마저도 교살하며, 오스만 제국의 정정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결국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의 당대 술탄으로 등장하는 마흐무트 2세가 1826년 6월 16일 신식군대인 신위병들을 동원해서 예니체리 부대를 물리적으로 해체하면서 예니체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당시 주동자들만 처벌되고,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예니체리 부대원들은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네 명의 신위병들이 차례로 끔찍하게 살해되고 새로운 신위병 사령관인 세라스케르가 야심에게 10일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을 한다(<스네이크 스톤>에서도 기간이 아마 10일이었지 싶다!). 동시에 술탄의 후궁인 하렘에서도 괴즈데(술탄의 시중을 들 소녀)가 교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환관으로 남성을 잃은 야심은 40년 전에 조국을 잃은 폴란드 대사 스타니슬라브 팔레브스키와 더불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야심의 집을 방문해서 요리를 함께 즐기는 스타니슬라브는 야심에게 보드카 배달부이다. 이스탄불에서 야심을 돕는 이로는 스타니슬라브외에도 쾨첵 무용수 출신의 프린과 무라드 에슬렉이 있다. 야심이 예니체리들의 비밀에 다가갈수록 그는 점점 더 위험에 다가간다. 그의 움직임을 파악한 적들은 무두질 공장에서, 그가 즐기는 터키탕 하맘에서 그리고 결국에는 벙어리 자객을 파견해서 그를 없애려고 한다. 책의 어디에선가 작가가 표현했듯이, 쫓고 쫓기는 자의 추격이 미로와 같은 이스탄불의 골목골목에서 상세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잘난 투르크인 야심은 러시아 대사의 미모의 부인 예브게니아와 ‘뻔뻔한’ 스캔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추리 소설이 담고 있을 법한 요소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마치 19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지는 제임스 본드의 종횡무진한 활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예니체리 부대의 해체와 오스만 술탄의 개혁 정책 같은 역사적 사실들은 보너스로 다가온다. 야심이 사건들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슬쩍 등장하게 되는 카라고지로 대변되는 이슬람 신비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통에서 분리된 신비주의와 예니체리 부대와의 상관관계 역시 매력적인 이야기거리였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네 번째 실종 신위병 장교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된 케르코포르타(작은 문)로 인한 비잔틴 제국의 보석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설 역시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전제로 한 미스터리 물을 표방하는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의 주인공인 야심의 캐릭터는 환관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오스만 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술탄의 후궁인 하렘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남자 캐릭터는 오직 환관만이 가능할 것이다. 술탄의 모후인 발리데와도 교류를 하며, 그녀에게 프랑스 파리에서 막 출간된 <위험한 관계>나 <고리오 영감> 같은 신간 서적을 빌려 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참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야심 시리즈를 오래 전부터 기획해 왔는지 2탄 <스네이크 스톤>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스네이크 스톤”에 대한 언급을 이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에서 언급하고 있었다. 아마 <스네이크 스톤>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그냥 쉽게 스쳐갈 부분이었는데 후속편을 먼저 읽고 나서 전편을 읽게 돼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펼쳐질 야심 토갈루의 활약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