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에게 情이 가는 이유. 방정맞은 표현으로 '미친년놈들'이 한없이 아름다운 이유.
개인적으로 '특이하다, 독특하다, 개성있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누군가 내게 그러한 뉘앙스의 한마디를 던질 때면, 설사 그것이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 할 지라도 혼자 뒤돌아서 기분좋아라 하곤 한다. 좋은 뜻일 때 좋아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부정적 의미인데도 좋아라 하는 것은 분명 문제있다. 나도 안다. 내가 싸이코 기질이 다분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주변에서 너무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인 양, 내게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느끼고 있는 만큼 나 역시 충분히 알고 있으니깐.
아무튼, 진도 나가면... 조선의 프로페셔널. 이 책은 다른 책들을 읽는 중간에 짬짬히 읽곤 했는데, 책 속에는 한 없이 특이하고 독특하고, 개성있는...심지어 광기(狂氣)까지 엿보이는 조선 후기의 여행가 정란, 바둑기사 정운창, 화가 최북, 조각가 정철조, 무용가 운심, 책장수 조신선, 원예가 유박, 천민시인 이단전, 음악가 김성기, 과학기술자 최천약. 이렇게 총 10명의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낯설은 이름들이 나오며 그들이 살아온 역시 평범치 않은 삶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 안대회 교수는 그동안 우리의 역사가 주목하지 않은, 주로 18세기 조선후기의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하여 문헌을 토대로 그들의 삶을 철저히 복원하고 있는데, 그 누구 하나 특이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당연히 내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애정 듬뿍 담긴 마음으로 읽어나간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기술한 바와 같이 한결같이 개성있고, 자의식이 강하며 고집이 매우 세다는 것을 쉽게 엿볼 수 있는데, 그림 한장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뺀찌' 맞자 협박을 해서라도 그림 한장 받아가겠다는 어느 귀인(貴人)앞에서 스스로 송곳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더이상 그림의 '그'자도 내뱉지 못하게 하는 최북의 일화, 본인이 하기 싫은 연주를 하느니 아예 거문고를 부숴버리는 김성기의 일화 등등...세상에 어디 이게 제 정신이냐? 싶을 정도로 그들의 자의식이나 자부심은 대단하다. 결코 권력이나 강요에 의해 스스로 예속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 것이다. (읔..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송곳으로 눈을 찔러버리다니..이런 매조키스트 같으니라구..피도 많이 나고 겁나 아팠을텐데..)
역사적 인물을 평함에 있어서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떼어놓고 어느 한 가지 일화만을 논하는 것은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조선 후기 18세기의 우리 사회는 철저한 신분제를 근거로 직업의 귀천이 분명하고 유교사상의 질서를 절대선으로 간주하며 살아가는 봉건사회였으며, 이러한 신분제 위주의 사회에서 이들 10명은 지배집단에 속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조각가 정철조 정도가 세속적 성공을 이룬 사람일 뿐, 대부분 중인이나 평민, 천민, 기생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과 같이 운명론적 세계관에 빠져 있지 않았으며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에 목숨을 내걸 정도로 치열한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프로페셔널'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한없는 情이 가고,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록, 꼼꼼하게 정독하지 못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조선후기 역사속의 의미있는 10명을 만나는 시간은 굉장히 흥미롭고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시한번 그들의 아름다움에 애정어린 마음으로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
|
癖(벽) ①고치기 어렵게 굳어 버린 버릇 ②무엇을 너무 치우치게 즐기는 성벽
狂(광) (어떤 명사(名詞) 뒤에 쓰이어)그 명사(名詞)가 뜻하는 대상(對象)에 열광적(熱狂的)인 성벽(性癖), 또는 그런 사람을 나타냄
懶怠(나태) 게으르고 느림
痴 어리석을 치 ㉠어리석다 ㉡미치다 ㉢열중하다
傲 거만할 오 ㉠거만하다 ㉡업신여기다 ㉢놀다 ㉣거만
졸렬하고 눈이 바르지 못해, 모든 사람이 예뻐하는 것보다 눈에 잘 띄이지 않지만 밝고 자신의 빛이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주류보다 비주류의 삶에 더 끌린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뜻을 세워 끝없이 정진한 10명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프로'를 만났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한 권의 책으로 10명의 개성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책 두 권에 달하는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보통의 책 20권보다 값지다.
# 여행가, 바둑기사, 조각가, 책장수 등 다채로운 직업 속에
조선의 모습이 보인다.
명인을 꺾고 단 번에 최고의 국수로 등극한 '정운창'의 국수도전기를 보며 '열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각가 '정철조'와 과학기술자 '최천약'의 두 사람의 업적은, 장영실 못지 않게 부각 받아야 하는데, 이제와서 알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
|
어디엘 가든 고수는 있게 마련이다. 바둑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데다 이창호랑 붙어도 해볼 만 할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읽는 속도가 미처 따르지는 못 하나 장서 욕심 하나는 대단하여 오늘도 이 책방 저 책방을 순례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등단하지 않으면 시인이 아닌가? 자비 출판을 하여 자신의 삶을 시와 나란히 하며 살아가는 분들도 제법 있다. 다만 지금의 관점에서 이들을 아마추어라고 부를 뿐이다. |
|
18세기 조선후기에 역사가 주목하지 않은 분야에서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없이 도전하여, 독보적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인생관, 사회와 문화를 소개한 책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각에서 금기시 되었던 ‘잡기’ 분야에서 독보적 경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여행가(정란), 바둑기사(정운창), 화가(최북), 조각가(정철조), 무용가(운심), 책장수(조신선), 원예가(유박), 천민시인(이단전), 음악가(김성기), 과학기술자(최천약) 등 10인의 삶을 옛 문헌에 비치는 단상을 모아 몽타주식으로 편집해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 ‘조선의 프로’나 '오늘의 프로' 모두에게서 벽·광·나·치·오 (癖, 狂, 懶, 痴, 傲)의 5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자신이 믿는 한가지에만 빠지는 성벽(癖) 2. 열정적인 목표추구(狂) 3. 관심사 외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나태함(懶) 4. 남들에게는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승부욕과 마니아정신(痴) 5. 자신이 독보적 경지를 이룬 최고 존재라는 자심감과 오만함(傲)
그러나 ‘조선의 프로’가 ‘오늘의 프로’보다 어려운 부문도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지금 프로는 사회적·경제적 부가 따르나, 조선의 프로는 사회적 일탈과 반항으로 여겨져 질시와 탄압이라는 대접을 받았다. 또한 성공시 부와 명예가 뒤따르는 오늘과는 달리 이들은 금전보다 역사와 승부해야 하는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조선시대에도 프로가 존재했는지 그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
시공을 초월하여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이것은 진리다. 이 책에서 만난 10인을 통해 다시금 이 진리를 확신했다. 조선사회가 가하는 신분적 제약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은 열정 하나만 재산으로 짊어지고 살았다. 때문에 좌절당해도 굴욕당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행복할 수 있었다. 비록 크게 이름을 드높이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재능을, 열정을 알아보는 이는 분명 있는 법. 안대회 선생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에 끌렸다. '조선'이라는 과거와 '프로페셔널'이라는 현대가 만나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책에 등장하는 10인에게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걸맞는지 곰곰 생각해보아야 했지만, 참신한 시도였다는 점만큼은 인정한다. 정민 선생님의 <미쳐야 미친다>가 대중적 인기를 누린 이후 그와 유사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신선한 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복원해낸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해줄 만한 책이었다.
사람 이야기를 하는 탓에 책을 읽는 내내 소설 한 편, 인물 다큐멘터리 한 편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고 전개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고리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애쓴 저자의 노고가 자칫 사실성을 반감하는 듯 다가와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시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이 외면한 인물들인 탓에 후대가 아무리 애써본들 완벽할 수는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을. (엉뚱한 감이 있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차이에 대해,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
|
이 책은 [선비답게 산다는 것]의 속편에 불구하다
왠만해서는 별 2개 안주는대 ^^ 그럼 이제 부터 왜 별이 2개뿐이지를 까발려보자
첫째 이책은 속편에 불구하다. 이 책의 주요인물들은 당대 사농공상에 빠져 허우젹대는 조선사회에서 바둑, 기예, 지도제작등 나름 한다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뻐뜨, 사료의 한계인지 몰라도 18세기에 집중되어있고, 전작 선비답게 산다는것에 다 나온다
어떤 이는 잘 의아해 할지 몰라도 이 책을 읽고 선비답게 산다는걸 읽는다면 책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꼭꼭 숨어있다 잘 찾아봐라 전작에 나온 여기저기 잠깐 잠깐 등장한 인물들을 다시 살을 붙이고, 편집한 것에 불구할 뿐이다.
이 책과 전작을 비교해보면 출판사는 다르지만 각각 2007년 2월과 4월에 출판해따 한 저자가 두달 간격으로 책을 출판 하기란 쉽지않다. 물론 오랜기간 준비했다면 할말은 없지만 ^.^ 전작은 조선의 꽃 선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 책은 조선에서 소외된 부류의 사람들을 이야기하지만 등장인물은 비슷한 아리송한 책이다 ^^
둘째 이유는 책 값이 비싸다. 400페이지에 19,000원 이나 한다. 물론 이 책 빌려본거지만 원래 책볼때 가격, 머릿말, 목차 이 순서로 보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가격보고 놀랬다
원래 도서는 가격 저항선이라는게 있는대 전공서적이나 몇몇 특정 도서가 아니면 이렇게 비싸지는 않는다 . 참고로 전작 [선비답게 산다는것] 은 300페이제 12,000원이다.
책은 충동구매의 대상이다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도 가격대 성능비는 따져봐야 ^^
|
|
내가 상상하는 조선시대의 모습은 이렇다. 모두가 공자나 중국의 사상가의 사상을 공부하고 과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부패한 왕과 세도가들의 음모와 책략등이 난무하는 조정, 그리고 숨막히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민들.
그렇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과거에도 가진 자들은 산수를 관람하는 여행에 집착했으며, 외국서적을 구해서 탐독하는데 열광하고, 각종 기예에 능한 사람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한 가지 일에 전문적인 사람은 타인들에게서 인정받기도 하고.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가 이룩한 눈부신 발전 또한 선조들의 축적된 지혜와 그들의 훌륭한 인품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이황, 율곡, 정약용, 박지원 등의 이야기 말고 다른, 조금더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프로페셔널의 이야기이다. 참으로 즐겁다 |
|
어디선가 하나의 국가가 가진 문화수준을 측량하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게 어휘의 수를 측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문물이 발생하고 기존의 분야에서는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화되면 어휘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럴려면 하나의 분야에 빠져서 연구하고 청춘을 바치는 쟁이가 필요하다. 지금은 말이 좋아 프로페셔널이지 옛날 우리 조상들은 쟁이란 말을 많이 썼다. 조금은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조금은 낮추어 부르는 이 쟁이들이 있었기에 외침과 각종 사회의 모순으로 피폐해지고 황폐해지는 조선에서도 새로운 문화들이 싹트고 발전되지 않았을까? 바둑이나 검무, 그림 등 그시대의 시각으로는 잡기에 불과한 분야를 개척한 10명의 쟁이들. 아무리 그림으로 시로 바둑으로 춤으로 발명가로 이름을 떨쳐도 신분의 제약때문에 아니면 그들의 직업 자체가 금전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권세가의 식객이나 술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그들의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제대로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역사에 묻혀질뻔한 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 무척 반가웠다. 책장수 조신선의 이야기는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 아닌지 의심이 나기도 하지만 아직도 번역되지 못하고 각 문중의 창고에 묻혀있는 옛문헌들 속에 여기 소개된 쟁이들과 같이 하나의 분야에 매진해서 우리 문화와 역사의 어휘를 늘렸을 이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대를 잘못 만나 이름없이 사라질뻔한 쟁이들이 200년이 지나 다시 재조명 받고 그들의 업적을 재평가 받는 속에서 우리 문화의 토대가 한층 단단해 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디선가에서 돈안되는 일한다고 구박받고 천시받는 이들이 200년쯤 후에 새롭게 인정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