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우슈비츠와 함께 '도대체 신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가?',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이 비참하고 뒤틀리고 모순된 이 세계에서 침묵하시는가?' 등의 실존적 물음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계흐름 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대답하고 정리해야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씌여졌다. 가톨릭 내부의 거장들(이브 콩가르, 과르디니 등)은 그 작업을 수행할 사람으로서 한결같이 당시 젊은 교수였던 요셉 라칭어(Joseph Ratzinger)를 지목했다. 라칭어 교수는 그 당시 튀빙엔에서 가르친 강의록을 정리하면서 전체 그리스도 신앙에 관련한 대작을 정리해내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행운의 한스'이야기와 '광대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즉, 황금을 가지고 있다가 황금과 다른 것을 하나하나씩 바꾸다 결국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 행복하게 되었다는 한스 이야기와, 어느 마을에 불이 난 것을 어떤 광대가 보고 눈물을 흘리며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그에게 사람들은 그놈 참 연기 잘한다고 박수 치는 상황이 바로 오늘날의 그리스도교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읽기 난해한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많은 사실들이 집약된 보석같은 책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아껴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또한 이 책 속에 숨어있는 보화들을 몽땅 소화흡수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책이다.
교수시절 출판한 책을 교정 없이 교황이 되고 나서도 그대로 출판한 베네딕토 16세는, '근본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때문에 손질없이 그대로 출판했다고 한다. 본래 교의신학자인 그는, 이미 오래전에 교의신학자를 뛰어넘어 선 사람이 되었다. '뛰어넘은', '초월'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직책이 그 사람을 규정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황이니 교의신학자니 하는 직함도 라칭어를 그대로 드러내 주지 못한다. 그만큼 라칭어는 오늘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하늘의 사람인 것이다. 그가 세상에 대해 우리의 신앙을 풀어 쓴 이 책은, 반드시 반드시 읽어야 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필독서임에 틀림없다.
아무나 신앙고백(또는 사도신경 Credo)를 감히 풀이, 해석하지 못한다. 어줍잖은 이들이 풀어쓰는 사도신경 해설따위는 많이 쏟아져나온다 한들 근본적인 그리스도 신앙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한스 큉(Hans Kung)이나 한스우르스 폰 발타사르(Hans Urs von Balthasar) 같은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정리해내지 못한채 근본으로부터 조금씩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열려있고 겸손한 위대한 지성인 라칭어가 그 일을 해냈다. 아직도 이 책을 뛰어넘은 책이나 사상이 없었고, 이 책은 그러므로 아직까지 그 누구도 갋을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