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우리집은 면소재지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이어서 만화가게라는 게 도대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만화비평이라는 것도 당연히 읽을 생각이 없었다. 아 그러나, 여기 만화보다도 더 재미있는 만화비평을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함성호의 {만화당 인생}이다. 아마 이 저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영영 만화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가 낸 다른 책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만화당 인생}을 읽고 나는 몇 편의 만화를 빌려서 읽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박흥용 만화의 인물들이 시대 상황에 대해 갖는 울분은 그 다음의 자기 완성을 위한 동기로서만 중요하다"는 말에 깊이 동감했다. 그러나 어쩐지 만화보다 내게는 함성호의 만화비평이 더 재미있다. |
| 언젠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에서 그는 책을 읽는 것은 관련 서적을 여러권 동시에 섭렵해야 하기 때문에 딱 몇 권을 추천받아서 그것만 읽고 치우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건 상황에 따라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처럼 만화 대본소 자체가 학생들에게 금기시되는 출입장소라고 굳게 믿고 살았던 사람에게는 정말 만화 추천이 필요했다. 살아가면서 만화에 대한 무식한 오해는 걷혔지만, 이 나이에 만화에 취미를 붙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함성호씨의 이 책을 읽었다. 여기에는 박홍용, 이우일 등을 비롯해서 많은 일본 작가와 해외 만화가 소개되어 있다. 보통 이런 서평만을 읽고는 쉽게 흥미를 붙이지 못했는데, 지금 만화가 너무 읽고 싶다. 내일부터라도 시간이 나면 저자가 소개해 준 만화들을 찾아봐야겠다. 정말 활자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만화가 더 심오할 수 있음을 이제서야 느끼게 된 것 같다. 만화 마니아든 만화 문외한이든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