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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기술은 여러 분야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역사의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도 여러 건 있다. 러시아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라고 평생 동안 주장했던 안나 앤더슨이라는 여성이 폴란드 여공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거나, 루이 17세가 프랑스 혁명 때 감옥에서 죽었으며 루이 17세 라고 주장한 사람은 모두 사칭자였다는 것을 밝혀낸 사례 등이 그렇다.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 책은 근대 이후의 유골만이 아니라, 훨씬 오래된 유골과 유물에서 DNA를 채취하고 연구하여 옛 역사의 자취를 읽어낸 연구 사례를 한가득 담고 있다. 과학과 역사학,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상이한 두 분야가 서로 협력하여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DNA연구는 과학 부문에서 생체분자고고학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고고학은 역사 학계 중에서도 유물과 유적을 특히 중시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문헌 자료가 없어서 문화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점접이 거의 없는 두 분야가 서로 힘을 합치자, 한 분야에서는 아무리 연구해도 입증할 수 없는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 고고학에서는 물증이 없어 유력한 가설 이상은 될 수 없는 이론이 DNA 검출 기술로 인해 입증되었거나 폐기되었으며, 고고학 유물 표면에서 오래 된 DNA 표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DNA 연구에도 일대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DNA 검사를 통해 각종 고고학 연구에 많은 진척이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이 현대 인류와 전혀 관련이 없고 네안데르탈인은 완전히 멸종했다거나, 기존 연구에서는 먼지 조각으로만 여겨질 출토품을 DNA 검사를 했더니 웬만한 유물을 뛰어넘을 만큼 풍부한 자료를 얻어냈다거나 하는 사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토기 파편을 DNA 분석하여, 채소 종류의 DNA를 검출했다는 연구 이야기는 놀랍다 못해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겉으로는 흔적도 없지만, DNA 기술을 이용하면 어떤 토기 조각이 특정 채소를 담던 항아리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그 토기를 사용하던 시대에 채소를 먹었다는 실증적 결론뿐만 아니라, 채소만 따로 담는 항아리가 있을 정도로 채소를 많이 먹었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관했다는 추론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부서진 토기 파편에 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DNA 조각에서 이런 연구를 해낼 수 있다니. 저자 말마따나, 유적지에서 토기가 출토되면 흙덩어리를 깨끗히 씻어내던 세대의 고고학자들은 자책하다 못해 공포감에 휩싸일지도 모르겠다.
일전에 19세기에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을 어떻게 '발굴'했는지를 듣고 "그게 유적을 파괴하는 거지 발굴하는 거야? 유적을 헤집어놓고 유물만 꺼내는 건 도굴과 다를 바 없다고!"라면서 잔뜩 흥분한 적이 있었다. 뒤이어 미래의 학자들은 현재의 고고학 현황을 보면서 원시적이라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는 구절이 나오자,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니만큼 상상은 안 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수긍은 했다. 그런데, 먼 미래도 아니고 현재 시대에 그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수천 년 동안 땅에 묻혀 있었을 때에도 온전히 보존된 DAN이니,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세척했을 때에도 여전히 토기 조각에 남아 있기를 바랄 수밖에. 기술이 더욱 더 발전되면, 현재로서는 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표본에서도 DNA를 검출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DNA 검출기술과 고고학은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 이 두 학문의 융합은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더욱 긴밀하고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고고학자, DAN 사냥을 떠나다>는 총괄서라기보다 개설서이며, 이미 일어난 일을 정리한다기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망하는 쪽에 가깝다. 아직 시작 단계인데도 이렇게 놀라운 연구가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또 어떤 엄청난 연구가 나올 수 있을지 모두들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의 빈약한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미래를 기대해도 실망할 일은 없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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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흥미가 끌리는 제목이 있어 사게 되었다. 어찌보면 문과의 학문인 고고학과 이과의 학문인 생물학이 만나 이루어지는 생체분자고고학의 역사와 그 최전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과거에 대한 역사적 추적을 종래의 고고학적 관점이 아닌,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 어떻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대중과학서이므로 실질적으로 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 그 자체의 이론에 관한 설명은 별로 없다. 주제는 비교적 흥미가 있었지만, 배경 지식이 적고 문장이 다소 난해하므로 읽기가 꽤나 어려웠다. 읽기가 좀 지루해져서 마지막에는 술렁술렁 읽었더니만 내가 읽는 건지 코로 책을 넣고 있는 건지 분간이 잘 안 갔다 ㅋ 텍스트의 분량이 상당한데, 집중해서 압축적으로 읽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용상 사진이나 삽화, 도해가 많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도, 사진이 별로 없다. 읽으면서 이런 부분은 그림으로 설명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 좀 있었는데 말로 묘사하는 것으로 때우고 있어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텍스트의 분량이 꽤 많은데, 사진까지 넣으면 책이 꽤나 두꺼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이 읽어야 나을 듯 한데, 읽기에 꽤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책은 여러 토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에는 분자생물고고학의 도입과 역사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후로 분자생물고고학과 관련된 몇 가지 토픽들에 대한 논의로 구성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인을 포함한 무지한 대중에게 분자생물고고학이라 하면 단연 떠오르는 것이 영화 쥬라기 공원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는 호박속에 남아있는 고대 모기를 통해 공룡의 DNA를 뽑아내어 공룡을 재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공룡의 DNA를 가지고 공룡을 재현하는 것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장벽이라 하더라도 DNA를 추출하여 공룡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자체는 왠지 그럴듯 해 보였다. 그러나 그런 작업 조차도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은 단기간에 섭취한 음식의 정보를 알려주고 뼈는 장기간에 섭취한 음식의 정보를 알려준다. 머리카락은 시계이고 뼈는 달력인 셈이다. 이 차이로 인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p346-349
목숨을 걸고 고기를 갈망하는 인류의 생활은 비교적 오래 된 것 같다. ㅋㅋ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다. 글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이 분야에 진짜로 흥미가 없으면 좀 읽기 어려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