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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한 참 세일을 하더니 2010년에 다시 재판이 나왔나보다. 내가 의외로 좋아하는 생각의 나무 출판사의 기담문학 고딕 총서의 첫 스리즈 물이다. 기담문학 고딕총서를 처음 읽은 것은 뼈 모으는 소녀였는데 고딕 문학의 그로우테스크 함을 물씬 느낄 수 있어 기대가 많은 책 이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 말썽 부리는 우리 딸의 투정을 잠시 뒤로 하고 짬짬히 읽은 책 괴담. 괴담이라 하여 흔한 귀신 이야기라고 생각 했었는데, 실상은 일본의 괴 전설과 일본의 모습 (서양인의 눈으로 본) 이 말이 맞을 것 같다. 사실 그리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고 그리 공포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문학적 사료 측면에서 보면 분명 의미있는 작품들이 많다. 귀없는 호이치나 로쿠코루비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예를 들면 귀없는 호이치는 도깨비의 부름을 받은 장님 악사의 이야기이다. 고승의 도움으로 온 몸에 불경을 써 도깨비의 눈을 피할 수 있게 되지만 귀에 불경이 빠져있어 도깨비가 귀만 가져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목이 늘어나는 일본 귀신 이야기, 욕심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 노승이 되어버린 식인귀 이야기, 오소리에 홀려 혼비백산한 이야기, 달걀귀신 이야기, 설녀 이야기.... 한국 이야기에도 등장할 듯한 도깨비, 귀신 들이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만나서 더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그 이 책에 등장하는 귀신들의 이미지는 지금도 일본 영화나 애니를 보면 확연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20세기 초반에 정리된 설화집이라 할 지라도 설화의 백미만을 정확히 꼽아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서양의 눈에 비친 일본의 이야기라 오히려 더 신선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단순한 공포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잠시 이 책 표지를 덮어두길 바란다. 하지만 설화 문학에 취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강추 드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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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전설 및 약간의 괴담 분위기가 나는 내용들을 모은 책으로, '고이즈미 야쿠모'라고 귀화한 일본학자 '래프카디오 헌'이 잘 정리해 놓은 내용이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이름이 조금은 익숙하리라.) 일본의 설화들이다보니 그 유명한 '설녀'라든가 '식인귀'등의 귀신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내용은 살짝 '전설의 고향' 느낌이 나는 이야기들이다. 뭐 이런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들이 다 그렇듯이. 하지만 그냥 그렇게 '고전적이고 진부한 느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이야기들은 상당히 아름답고, 가끔은 슬프며, 이국적이고, 신비스럽다. 단편들이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딱 이야기가 적절히 떨어진다는 느낌이랄까. 그 런 의미에서, 일본의 공포물이나, 세계의 전설 같은 것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일본의 그 수많은 호러물들의 기원은 어떻게 되는 지, 바로 옆 나라에서는 어떤 전설들이 떠돌고 있는 지 한 번 접해봐도 될 듯 하다. 그냥 재미없는 전설들이라기엔 나름 독특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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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괴담이지만 일본의 전설이나 약간 독특한 옛날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서양 사람이었던 저자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괴담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다지 괴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읽었던 일본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들을 그림 한 장과 더불어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그림이 더 매혹적이다. 어떤 이야기는 괴담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예를 들면 <귀 없는 호이치>, <설녀>, <식인귀>, <오소리>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도 우리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전설의 고향>의 내용과 흡사하기도 하고 무섭기로 따지자면 <전설의 고향>이 더 무섭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나비>와 같은 작품에서는 중국에서 넘어 온 이야기라고 하며 중국의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누가 뭐라고 했다고 일본에도 아름다운 나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쓰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고 문화는 물 흐르듯 그렇게 흐르는 것이지 좀 이 작품과는 안 어울렸다. 덧붙여서 작가의 경험담이나 추억담까지 섞어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게 이 단편집은 그냥 저자가 모은 일본의 괴담집이 아닌 그것을 저자의 생각도 쓸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량이 너무 적다.
여러모로 보나 가지치기가 어설펐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예쁘게 잘 포장되어 나왔는데 그 포장을 벗기고 나니 그저 그런 글이 있었다는 약간 어이없는 느낌을 준다. 역시 가장 일본적이거나 가장 세계적인 거나 일본인의 손에서 탄생되어야 한다. 아니면 저자의 솜씨가 그저 그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일본 괴담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 약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책을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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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책. 아주 짧은 것은 1장짜리도 있다. 내용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기이한 삽화.
일본에 귀화한 서양인이 쓴 일본 괴담이라 특별하다. 하지만 특별히 서양인이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일본적이다. 당연한건가. 이야기가 일본이야기이므로.
짧은 책안에 아주 짧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면서 이야기 자체에 생각의 여지가 많아 가볍고도 진지한 책이다. <백귀야행><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과 같은 내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선 귀신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 귀신이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맴도는 이유를 알아내려 하기도 하고 귀신을 달래 저승으로 무사히 갈 수 있게 인도하기도 한다. 지금은 서양에서도 동양의 여러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있다. 요즘 많이 나오는 귀신 관련 미드를 보면 <고스트 앤 크라임><고스트 위스퍼러><슈퍼 내츄럴>등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좋은 귀신이라고 해도 귀신은 이승에서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다. 그것은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일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다.
정말 신기한 요괴, 로쿠로쿠비. 기이하다 못해 섬뜩하다.
그토록 오소노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죽어선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종이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을까. 오소노의 비밀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아 신비하고 궁금하다. 다만 학생시절 받은 연문이란 문장으로 짐작할 뿐이다.
원한의 대상. 집착. 원한의 다른 말은 집착이 아닐까 싶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는 것. 집착의 대상을 다른 것으로 유도.
<설녀>는 구미호 이야기와 흡사하다. 구미호에서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떠나 남자 홀로 남겨지는데 <설녀>에서는 열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남겨두고 떠난다. 아이들을 봐서 살려주니 잘 보살피라는 협박을 하고.
한 여인과 혼인하여 23년을 살고 부인의 장례까지 치르고 돌아오니 몇 분이 지났을 뿐이다. 개미세상.
<푸른 버들 이야기>에서 나무의 혼이 사람으로 살아가다가 나무가 베어지자 죽고 만다. <황금나침반>의 데몬이라는 설정과 비슷하다.
죽은 사람에겐 물이 꼭 필요하단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물은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래서일까. 모기에 관한이야기에선 너무나 싫은 모기이지만 그 모기를 없애려다 크나큰 소중하고 귀한 것을 잃을 수 있단 생각에 모기를 참기로 한다. 실제로 작가는 모기를 향한 증오가 굉장히 심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작가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된 부분이 있어 생소한 작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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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괴담이라는 제목이 주는 끔찍하고 음침한 느낌보다는 귀신이 나오지만 잔잔하고 위트가 섞여있는 옛 이야기에 가까웠다. 호이치나 설녀 등 어디서 많이 보던 일본 괴담들이 여기 다 나오네? 하고 깜짝 놀랐다. 이 아저씨가 유명하게 만든 거였구만~
짤막한 이야기들도 일본의 문화와 정취가 느껴져 아름다웠지만 작가의 모기에 대한 에세이도 재미있었다. 한여름이라 공감되는 면도 많았고 작가의 주변 문화에 대한 사랑과 체념이 참;;; 보는 사람을 피식 웃음짓게 만든다. 작가 약력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참으로 간만인 듯.
친구가 이 책을 추천해주면서 '작가가 일본 빠야~' 하고 웃으며 말했는데, 그 말 듣고 걱정한 동양에 대한 서양인 특유의 과장된 착각이나 환상이 의외로 보이지 않아 좋았다. 마치 아이에게 이런 곳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하고 설명해주는 듯 친절한 어조의 풀이가 일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단 느낌이 들어서, 아. 서양문명의 사람들에게 일본을 소개하기 위해 쓴 글이 맞구나...싶었다.
내가 접한 일본 괴담이란 건 기이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종류이거나,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둡워서 조금 걱정했는데 의외로 소프트한 내용이라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상당히 얇게 느껴지는데, 중반쯤 넘어갈 때도 그렇게 분량이 적다는 느낌은 안 들었고, 중간중간 들어간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컸다. 색이 참 아름답고 몽환적이어서 일본화 전시회 같은 게 있으면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 근데 대체 그 항아리 속에는 뭐가 가득 들어 있다는 거야? 너무너무 궁금하다;; 작가 파렴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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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생각의 나무] 에서 야심차게 고딕 문학 총서를 시리즈로 발간 하겠다는 의욕을 내세우며, 그 스타트를 일본의 라프카디오 헌, 에드거 엘런 포, 니콜라이 고골로 끊었다. 고딕/호러 문학에 심취한 독자에겐 [황금가지] 의 환상문학전집 시리즈 이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환상문학전집이 고딕 문학 뿐만 아니라 SF, 모험, 환타지 문학 전반을 아우른 것이 었다면 고딕 총서는 이름 그대로 오로지 고딕 문학만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어 더더욱 기대가 크다. 모쪼록 출판사의 의욕이 도중에 좌절 되지 않고 줄기차고 정기적인 발간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아직은 마니아 문학 이라기에도 열악한 국내 고딕 문학 독자층이 좀더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길 소망 해본다.
이번 고딕 총서는 셀렉션부터가 흥미롭다. 일본인이지만 일본인이 아닌 라프카디오 헌(고이즈미 야쿠모)를 통해 무섭지만 친근한 [귀신 이야기] 를 관찰자적 입장으로 독자 쪽에 함께 서서 구술하듯 적어 내린다. [자, 무섭지만 재밌는 이야기가 있으니 한번 들어볼래] 하는 식이다. 잔뜩 힘을 주고 본격적인 괴담물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다소 힘이 빠지는 이야기가 될진 몰라도 [전설의 고향] 에 대한 공포감과 동시에 추억 어린 정서를 갖고 있는 평범한(?) 우리네 사람들에게는 참 친절한 접근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번째의 에드거 앨런 포에 넘어가서도 그 친절함은 계속 유지된다. [유령의 집] 에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유령 이야기로 마음의 긴장을 천천히 잡게끔 해주더니 포를 통해 어떤 것을 고딕 문학이라 하는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가 등을 설명하며 앞으로 들어갈 [유령의집] 에 어떤 코스가 있을지 대충 예상케 해주는 가이드 라인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론 세번째의 고골의 이야기도 무척 친절한 셀렉션이 아닌가, 하고 혼자 웃음 지었더랬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오월의 밤] 서평에서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그래서, 첫 책인 라프카디오 헌의 [괴담] 에 대한 서투르고 근시안적인 서평부터 시작 하자면, 다소 뜬금 없지만 개인적인 호러 영화에 대한 취향부터 먼저 고백 해야겠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호러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은 [비오는 날, 비가 들이치게 창문을 다소 열고, 그 창을 등 뒤로 하여 앉아, 영화가 담긴 노트북을 무릎에 얹고, 딱 머리까지만 이불을 덮어 폐쇄감을 준 뒤 감상할 것] 이라 한다. 물론 사운드는 혼자만 들을 수 있게끔 성능 좋은 헤드폰을 지참 해야겠고. 이 방법이라면 [제대로] 그 현장감이 전달 되어와 아무리 그저 그런 공포 영화라도 제값을 한댄다.
그런데 이 방법을 동원해도 긴장감이 도통 전달되지 않는 호러 영화들이 있다. 최소한 내게는 노란 머리 파란눈을 한 서역인들의 영화가 그렇다. 서프라이즈 슬래셔 좀비물이 대개여서 식상된 면이 없잖아 있기도 하겠지만, 그 무섭다는 일본 영화가 똑같은 내용을 갖고도 노란색의 버터를 바르면 무섭기는 커녕 우스워지는거다. 정녕 [샤이닝] 을 능가할, 오감을 만족할 호러 영화가 영영 나오지 않을런지, 걱정까지 하고 있는 처지다.
그러다 문득, 일체감이 없어서, 다시 말해 화면 속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느낌이 없어서 덩달아 공포감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 [주온] 의 예를 들자면, 이 영화의 핵심적 공포는 [무차별 저주] 라는 데 있다. 저주의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심지어 그 집에 들어갔다 온 사람과 접촉만 해도 저주가 옮는, 딱히 원한 관계도 없이 그야말로 [운없어서]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을 맺으니, 보는 [나] 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저주의 속박에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서역의 [그루지] 로 탈바꿈 하니, 희한하게도 저 일은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 되었다. 물론 공포를 느끼는 척도도 개별차가 있겠지만, 화면 속 피해자와의 일체감의 싱크로율이 몇퍼센트냐에 따라 공포감도 비례 되지 않을까 싶다. 서양인 동양인 할 것 없이 [사람] 자체에 싱크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이든 공포 스럽겠지만 서양인을 다소 희화스런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영화 역시 희화 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스 태생인 라프카디오 헌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일본과 일본인은 [동화같은, 요정같은] 나라이자 존재들 이었던 데다가 풍자된 신화를 모태로 태어난 그라 더더욱 일본의 다양한 귀신 이야기에 매료 되었으리라. 그렇게 일본을 [호라이] 로만 보다 죽은 그였으니, 애초에 그에겐 공포가 제거 되어 있다.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하는 그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서 잔인하고 무식한 미개 문명 습관까지도 감탄사를 뿜어내며 미화하는 자취마저 엿보인다.
때문에 가장 일본적인 이야기 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양의 모기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같고, 그 너머의 실체가 사실 어떤 흉측한 무엇인지는 독자의 취향 여부에 따라 남겨 놓는다. 공포가 없는 공포 이야기니, 썩 유쾌하지도 그렇다고 심란하지도 않은 백일몽의 잔상과도 같달까. 그러니 [괴담] 이라는 제목에 겁먹을 필요 없다. 그저 지루하고 무료한 더운 여름날 오후, 기이한 백귀야행의 길에 깜빡 들어섰다 나오는 기분을 체험하고 싶다면 책장을 넘겨 보시라. 그렇다고 마냥 방심만은 하지 마시라. 마지막편 [오소리] 는 [괴담] 의 여운을 강하게 남긴다.
덧붙혀, 일본을 이토록 아끼고 미화해 준 라프카디오 헌, 아니 고이즈미 야쿠모를 일본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해 왔는지는 그를 칭송하는 수많은 오마주 작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가장 친숙하게는 만화 작품으로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 과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이 있는데, 겹치는 설화와 배경이 여럿 있어 그 작품들을 볼때 이 책을 마치 레퍼런스북으로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도 돌풍을 몰고 있는 여류 작가 온다 리쿠는 좀더 노골적인 오마주를 바치는데, 아직 접하지 못하신 분이라면 당장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의 표지 삽화를 보시라. 그림에서 큰 여행 가방을 들고 모자를 눌러 쓰고 막 책에서 빠져 나온 듯한 남성이 바로 고이즈미 야쿠모 본인이다. 총 네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에선 매 편마다 반드시 그를 묘사하는 장면이 삽입 되어 있는데, 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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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문학 고딕총서 시리즈 제1편,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나 읽은 한권의 책으로 재미를
들였고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의 헌책방을 통해 시리즈 전편을 구매했다. 또한 그를 통해 [생각의 나무]란 출판사를 알게되었으며 출판사의 다른
책들도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내 컴퓨터 책상 옆의 책장을 올라있는 책들 중 [유네스코 세계고대문명],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묵직함을 자랑하며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딸이나 나에게 순위밖의 이책은 오히려 남편이 자주 들여다보며 사랑해주고 있다. 전설과
민담, 환상과 신비, 초자연과 미스터리로 가득한 환상의 서재, 제 1권이 마음에 들어 예전에 한번 읽고 지금 두번째 읽어가는 중이다. 그가
일본인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기록하였다 모여진 글들을 나중에 책으로 출간하게 된것이 이 책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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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에 의해 엮여진 일본의 괴담.
일본의 괴담은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한 느낌이 많이 든다. 공포를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일본 괴담의 성격을 알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귀없는 호이치, 식인귀, 설녀 등의 익숙한 소재부터 라프카디오 헌의 창작(?)물까지 맛볼 수 있다. 단편마다 앞에 있는 일본의 그림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책략' 앞의 그림은 밤에 보기 좀 무서울정도!)
책이 작아서 휴대하기는 편한데 얇고 내용이 많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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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계 영국인 라프카디오 헌이 1904년에 발표한 '괴담'은 일본 전래 민담과 전설을 토대로 일본정서와 더불어 동양적 정서가 가득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을 너무나 사랑하여 귀화까지 한 라프카디오 헌은 서양과는 다른 일본인들의 정서와 전통에 반해 사무라이 출신 집안의 아내 세스코와 결혼을 하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일본의 전래민담을 들려 달라고 하여 듣고 기록으로 남겨 메이지 시대의 최고 원령이야기 수집가가 된다. 또한 아내 외에 주위 사람들에게도 부탁하여 이야기를 듣고 라프카디오 헌 자신의 느낌과 이야기를 전한 사람들과의 생각이 가미된 괴담을 발표하게 이른다.
'괴담'은 세상에 나온 지 103년이 지난 작품이며, 많은 작가들과 감독들이 라프카디오 헌에게 존경의 오마주를 보내고 있다. 그 중 '괴담' 책 띠지에도 있듯이 우리에게도 최근에 잘 알려진 작가 온다 리쿠의 오마주를 들 수 있다. 온다 리쿠는 라프카디오 헌에게 존경의 표시로 자신의 작품마다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괴담'을 읽으면서 호러소설의 공포를 원하신 분들이라면 시시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강한 공포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로 가득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프카디오 헌의 '괴담'이 특별한 이유는 일본인의 정서를 넘어 동양적인 한스러움이 가득하고, 출간된 지 103년동안 많은 후배 소설가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강한 공포를 주는 작품들을 탄생시키게 하였다는 점이다. 나 역시 '괴담' 중에 '귀없는 호이치', '식인귀' , '설녀'등에 매력을 느꼈고 그 작품이 만화, 영화,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했었구나, 그래서 익숙했구나를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었다. 그밖에도 일본의 민담에서 그치지않고 라프카디오 헌이 일본에 대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이 들어 있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생각의 나무 '괴담'에서는 짧은 단편이 19편이 수록되어 있고, 역자의 설명이 곁들어 있다. 최근에 출간되는 호러소설들이 충격적인 장면들과 스토리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면 '괴담'은 깔끔한 맛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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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사람과 기록하는 살마에 따라 재미가 가감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서사 그 자체보다 중요한, 또는 서사와 동등한 것이 이야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묘사, 억양, 리듬, 단어, 문체 등 많은 것을 내세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작가의 주관(主觀)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근본적인 공통 소재를 개성이 드러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의 주관'이 아닐까. 모두와 같은 시선을 가져서는 안된다.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연금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하다. 괴담, 작가가 가지는 주관의 정수다.
모두가 익히 알 법한 이야기, 그것을 넘어서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그는 자신만의 분위기를 녹여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누구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라프카디오의 느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짧고, 담담하지만 모든 것이 일관되게 흐른다. 몰개성적이기까지 한 고요한 서술과 담백한 목소리는 책을 기록물로 착각하게 하지만 이 것은 분명히 소설이다. 정확한 지명, 인명들이 나오며 글에는 사실성이라는 생명이 깃들고, 맑은 문체는 진실함이 배여있다. 이렇게 많은 괴담의 꽃들은 청량한 헌의 화단에 흔들대며 피어있다. 가을녘 바람같은 그의 문단에 아릿한 코스모스같이 가녀린 이야기들이 피어난다.
떠도는 환상을 붓 끝에 적셨다.
이것이야말로 환상문학(Fantasy)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의 흐릿한 가을길처럼 그의 문학은 우리에게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없지만 실재하는 세계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헌에게 남은 한조각 위트를 '거울과 종'편에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은 위트가 넘치고, 정말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