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솔밭처럼 갈라선 천하」의 등장인물들 이희재 화백이 그리고 이문열 작가가 평역한『만화 삼국지』 10권 세트를 8권까지 읽었다.8권은「솔밭처럼 갈라선 천하」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조조의 위, 유비의 촉한, 손권의 동오가 정립하면서 본격적인 삼국시대가 펼쳐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편 유비의 팬들에게는 통한의 슬픔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관우의 형주에서의 패배와 죽음으로 암운이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8권을 읽고 느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황혼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책장을 넘겼다.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저녁노을이 빗기는 무렵일 것이다. 8권에서 유비는 한중을 정복하여 한중왕에 오르고, 삼국지 최고의 맹장 관우는 조조의 아우 조인을 격파하고, 위의 명장 우금을 사로잡는 혁혁한 전과를 올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황혼 뒤에 어둠이 찾아오듯이 곧이어 관우의 죽음과 함께 장비의 최후도 기다리고 있으니…….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 열광하던 학창시절에는 관우가 패하고 목숨을 잃는 이 부분을 읽기가 정말 힘겨웠었다.
둘째, 다른 삼국지의 판본을 떠올려 보았다. 박종화·정비석·김용환 등의 판본은 읽은 지가 오래되므로 기억이 흐릿하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고우영삼국지였다. 기존의 해석과 다른 시각에서 삼국지를 바라보았던 고우영 화백은 제갈량과 관우를 라이벌 관계로 보았고, 제갈량이 관우의 죽음을 방관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흘러간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정치나 역사에는 영원한 동지나 적이 없다지 않은가?
문득 우리 정치도 떠올랐다. 유신시절에 긴급조치위반 혐의로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형 직전까지 몰렸던 인사 중에 김동길 교수와 김지하 시인이 있었다. 그들이 지금 누구보다도 열렬히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에 관우와 장비 등이 생존한 상태에서 유비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생각했다. 어쩌면 유방이 한신 등을 그랬듯이, 관우와 장비도 토사구팽을 당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었다면 의리의 대명사처럼 칭송받고 있는 도원결의라는 낱말도 사전에서 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셋째, 이 책의 해설은 8권에서도 빛났다. 「마지막 임금들의 선양」에서는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가 조비에게 선양한 뒤 목숨을 잃은 장면에서 선양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고려의 공양왕도 헌제와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도 떠올렸다. 「고구려와 위나라 관계」를 설명한 것도 좋았다. 학창시절에는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관구검과 삼국지의 관구검이 잘 연결이 되지 않았었다. 「삼국지 최고의 영웅이 사라지다」에서는 관우의 존재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했고, 「조조는 진실로 어떤 사람이었을까」에서는 조조에 대한 재평가 논의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해설 부분도 따로 떼어서 책으로 꾸며도 훌륭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