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야 라는 작가가 어느날 아주 이상한 만화에서 내게 물어왔던 질문입니다. "당신은 인생의 RESET 버튼을 누르겠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누르고 싶은가?"가 맞겠지만... 누구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아주 작은 곳에서 우리들은 서로 나뉘어 집니다. '단순히 시간을 따름으로서 사는 자'와, '살아가는 자'.. 후루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중앙선을 침범한, 조금은 비정상적이고 비주류적인 사람들이지만.. 적어도 그들은 끝없이 고뇌하고 또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그런 그들을 우리라는 어중간한 사람들과 비교하기도 또는 비유하기도 하는 것 같아 힘없는 웃음을 짓게 합니다. 두더지는 '이또킹'이 '스구오'가 철없는 과대포장을 벗어던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번쯤 읽어보심이 어떠할지... |
| 두더지를 읽고나서 점점 더 이 후루야 미노루 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가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던 것은 인기 만화 "이나중 탁구부"였지만 그 후로 나오는 작품들에서 점점 드러내는 작가의 속내는 두렵기 까지 하다. 그 흔한 후기 하나 싣지 않는 이 사람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작가가 그려온 것은 한결같다. 지금은 21세기판 디즈니 캐릭터가 되었지만 마에노와 이자와가 조금 더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크레이지 군단"이 되었을 것이고, 그 상태로 어른이 되었다면 "그린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절망적인 부모와 조금 더 무모한 성격을 가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의 답을 웃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 두더지이다. 이 만화를 보는 내내 나는 코가 시큰했다. 전작과는 달리 전혀 우습지 않았다. 이전 작품에서는 웃음의 도구로 사용되던 과장된 표정들이 여기서는 섬뜩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만화는 너무나 슬프고 슬프고 슬펐다. 왜냐하면 거기 등장하는 어떤 녀석이라도 좀 더 제대로 된 부모와 짝지어 주고 몇년만 절망감을 버티게 한다면 그 녀석은 지금의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전작인 이나중 탁구부와 크레이지 군단도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절망감 쯤은 모른 척할 어른과 흡사한 고등학생도 아니고 아무 것도 모른 척 순진한 척 살아가는 초등학생도 될 수 없다. 더 나이든 사람들은 망각했겠지만 그 시절은 힘들다. 그냥 "보통"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주인공 아이들에게 펼쳐지는 어두운 세상이, 가끔 드러내는 녀석들의 속마음이 너무나 가슴아프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 시절엔 누구라도 그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만 넘기면 된다. 당장 내일을 살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단 내일 아침에 억지로라도 눈을 뜨게 해서 세상으로 내보낼 사람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녀석들에겐 그런 사람이 없다. 나는 그것이 너무 슬프다. 2편까지 나왔지만 뒷권을 기다리는 것은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가능하다면 절망에서 벗어나 그냥 평범한 보통 어른이 된 녀석들의 모습이 보고 싶지만, 그건 어쩌면 무책임한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
| 멋지다 마사루와 쌍벽을 이루는 악취미 만화로 그 명성이 자자한(!) 후루야 미노루의 신작..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되는 만화가 아닐까 합니다.(솔직히 저는 우스타보다 후루야의 만화를 더 좋아합니다만..) 이번 작품 두더지는 지금까지의 짓궂은 개그만화랑은 좀 다른 양상을 보여주더군요. 일단 그의 만화에서 간간히 엿볼 수 있는 소외자들에 대한 각별한 시선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것이 제가 우스타보다 후루야를 높게 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처음에 이 만화가 공포물로 분류되었다는 것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읽어보고 나니 수긍할만한 면이 다소 있더군요. 주인공 스미다가 가끔씩 보는 괴물같은 것..이거 완전 베르세르크에서 가츠가 시달리던 괴물과 똑같더군요. 무슨 의도인지..암튼 그게 꽤나 섬뜩합니다. 작품의 우중충하고 우울한 분위기와 어울려서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레이션 문장이 상당히 직접적으로 와닿는다는 점 또한 높게 사줄만 합니다. 꼭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 같더군요. 배를 잡고 웃을 만한 개그를 기대하시는 분이라면..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은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