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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울릴 법한 첫 장의 시, 원자들의 침략은 가히 가공스러울 정도로 공포스럽고 기괴하고 파괴적이었다. 마치 멸망 이후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그의 단어를 초월한 듯한 문체와 그로테스크 풍의 분위기는 압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장째부터 기대와 확신에 가득 차 있던 나의 바람은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번역이 문제가 아니다. 이 출판사는 번역을 아주 잘 한다. 특히 존 던의 연애성가는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므로 작가 본인의 실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가끔은 어느 특정한 작가나 시인에게 억지로 힘을 실어주어 평가를 하곤 한다. 마치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생소하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건 첫 장에선 통했다. 하지만 첫 장 이후로 두 장째 부터는, 모든 정열과 노력 그리고 '운빨'을 써버린 이 시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그저, 시인의 자리를 박탈당한 채, 처절한 전락 외엔 없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