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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득시글거리는 습지가 코앞에 있었는데도 보지 못했다. 관심을 두지 않으니 새가 있어도 새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느 해 늦봄에 새끼 열한 마리를 꽁무니에 한 줄로 달고 물 위를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던 어미 흰뺨검둥오리를 보았다. 하늘을 담은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아름다운 자태에 그만 폭 빠져들었다. 그리고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에 어깨가 부딪칠 만큼 빽빽하게 습지를 채운 수천 마리의 철새 떼, 한꺼번에 수십 마리씩 끼룩 끼루룩 울음소리를 내며 물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봤다. 잊지 못할 아름다움이다. 뿐만 아니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중대백로 열한 마리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신나게 춤추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홀하다. 이 모두가 한 장소에서 일어났다.
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자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새를 보기 시작하며 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새에 빠져들수록 즐거움은 더해갔다. 그러나 늘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새의 터전을 끊임없이 간섭했다. 낚시가 금지된 구역에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가 낚시를 하는가 하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바짝 다가갔으며, 아예 족대를 갖고 습지에 들어가 고기를 훑는 사람도 있었다. 습지에 흙을 들이부어 면적을 줄이기도 하는 치명적인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새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새를 간섭하는 사람을 막고, 새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하기는 했지만 새가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기는 내게 너무 벅찬 일이다.
최종수 선생은 다르다. 새가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새를 보기 위해 해외도 마다하지 않으며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오랜 세월 탐조를 하고 나서 늘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보는 텃새를 만나는 것도 탐조 여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과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새들의 정원’을 꾸몄다. 새들의 정원에 차린 ‘새들의 밥상’으로 먹이 나누기를 계속하고, 물을 찾기 어려운 곳에 ‘옹달샘’을 만들어 주기도 하며, ‘인공 둥지’를 만들어 주어 번식을 돕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세월 관찰에서 터득한 지식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선생은 바로 그 오랜 세월 관찰에서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하나하나 공개한다. 그 새에 꼭 맞는 방법을 알려준다.
옹달샘 근처에 밥상을 차려주면 동박새와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배가 부른 동박새는 새들의 밥상 근처에 마련한 옹달샘을 찾아와 단체로 목욕을 즐긴다. 뒤늦게 온 동박새는 목욕탕이 비좁아서 먼저 온 동박새의 목욕이 끝날 때까지 나뭇가지에 앉아서 기다린다. 하지만 성질이 급한 녀석은 새치기를 해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숲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동박새를 관상으로 키울 만큼 사람을 좋아하는 새이다. (55 - 56쪽)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홍여새가 도심지 도로변에 심어놓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한참 동안 살펴보니 피라칸타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는다. 홍여새는 개체수가 적고, 불규칙적으로 찾아와 쉽게 관찰하기 어려운 종이다. 전세계에 여새과에 속하는 새는 3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홍여새와 황여새 2종류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홍여새가 좋아하는 열매가 열리는 가로수를 심어놓으면 홍여새가 찾아올 것이다. (163쪽)
새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새에 관해 총제적으로 접근한다. 이를테면 새들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냥술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화려한 정지 비행술로 물고기를 포착한 후 총알처럼 물속으로 내리꽂는 물총새와 긴 기다림 끝에 부리를 작살처럼 사용하여 사냥감을 찔러서 잡는 왜가리, 다른 새가 잡은 먹이를 빼앗아 먹는 중대백로 등 새가 보여주는 화려한 사냥술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새의 천적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키우게 만드는 뻐꾸기와 작은 새들의 천적인 조롱이, 날쌘돌이 제비를 끝까지 추적하는 새호리기 등을 비롯하여 최고의 포식자인 삵과 자연을 훼손하여 새들의 번식지를 파괴하는 사람까지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새 이야기, 새들의 생명 여행, 탐조 여행 정보 들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