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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년 정도의 시간에 나는 여러명의 글쟁이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여기서 간접적이란 의미는 물론 책을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든다 싶어 꼭 찝어 기억하게 되는 이름들이 몇 개 있으니, 고종석이 그러하고, 진중권도 그렇다.
고종석은 저널리스트라는 점과, 국어연구에 대한 부분을 강점으로 삼아 잡글을 써오고 있고, 진중권은 철학, 특히 미학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깔아 잡문들을 생산하고 있고, 둘다 내게는 잡글쓰는 이로서의 전범이기도 하다.
이제 거기에 한 명을 더 추가하려 한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이고,(성공회대와 더불어 한신대도 신기하게 생각되는 건, 그 학교들의 별다른 진보적 성향이다. 다른 것보다 교수들의 사회 활동에서 기인한 이미지인데... 고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그의 무기는 사회학이다. 사회학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잡탕스런 성격의 학문인데, 그의 글도 잡스럽다. 그러나 그 잡스러움은 결코 오사리잡놈 마냥 천박하지 않다. 사회학은 19세기 산업 사회의 출현과 더불어 그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설명하고 분석하기 위해 나타난 학문으로 이제는 그 갈래 분야를 모두 타 학문에 빼앗겨 사양길에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김종엽의 글을 읽노라면, 꼭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새 시대에 적응해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후반으로 갈수록 처음의 청신한 인상이 조금씩 가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을성 가지고 읽을만하다. [인상깊은구절] 누구나 각자 자기가 속한 세대에 대해서 충실할 이유가 있다. 청계천에서 80년대 사회과학 서적들은 킬로그램당 몇백원씩에 팔리고 있다. 그 책들을 만들기 위해서 '도바리'를 쳐야 했고, 그 책들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깜빵'에 가야 했던 시대에 속한 세대에게 이것은 일종의 자기 모욕이기도 하며(누가 그 책들을 모두 내다 팔았겠는가?), 이런 사태는 그 책들을 빌미로 사람들을 잡아넣던 수사관과 검사들에게조차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그들은 종래 재생지 공장으로 갈 책들을 체제 위협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한 과대망상증 환자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시대의 결을 거슬러 그것을 솔질하는 심정으로, 내 모든 [자본론]들, 그 무거운 [자본론]들을 지고 '이사'갈 것이다. 내가 그 책들을 예전의 정열로 다시 읽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임에는 분명한 듯 싶다. |
| 벌써 여러 해 전, <웃음의 해석학,="" 행복의="" 정치학=""> 을 읽고 나는 단박에 김종엽의 팬이 되었다. 쉽게 읽히면서도 명확하고 정치한 분석이 녹아 있는 유려한 글쓰기와, 거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제의식과 젊은 사회학자로서의 패기 같은 것에 나는 감탄했고, 매료되었다. 구십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어쩌면 좀 지겨울 정도로 수많은 문화평론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만큼 많은 '평론가' 직함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은 평론들과 각종 문화관련 비평서들이 그 양에 비해 깊이를 담보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는지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그런 가운데, 김종엽의 글쓰기를 기억하는 있는 나는 - 가끔 지면에서 마주치는 그의 칼럼을 접하면서 그의 또다른 저서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리고 이렇게 각종 지면에 실렸던 칼럼 등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머리말에서 지은이가 자신의 지나온 30대와, 앞으로 살아갈 40대에 대한 마음가짐을 매만지는 모습은 이 저자에 대한 신뢰를 다시한번 두텁게 한다. 모두 시평에 가까운 짤막한 글들이라 일정한 텍스트에 대한 평론 등에서 보여주었던 김종엽 글쓰기의 맛깔나는 부분들을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야말로 일상의 소소한 국면에서부터 마주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비판과 의심의 돋보기를 들이대고 고민하는 그의 글들을 통해 우리 주변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함께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목차와 본문을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 외면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주춤대고,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유감'스런 시대와 세상에 던지는 질문과 생각들에서첫 책에서 느껴졌던 힘과 패기를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도 당연하겠지만, 다시 김종엽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그에 대한 나의 신뢰는 여전하다.웃음의> |